한국 건설현장 피습 3명 부상

리비아의 민주화 시위가 수도 트리폴리에서도 벌어져 시위대와 보안군 간의 유혈 충돌이 빚어지고 정부 청사가 불에 타는 등 소요 사태가 확산됐다. 알 자지라 등 외신에 따르면 반정부 시위대는 20일 밤 트리폴리 도심의 그린 광장 일대에 진출한 이후 21일 새벽까지 친정부 세력과 충돌하며 시위를 이어갔다.
시위대가 트리폴리의 알 자마히리야 TV 등 방송국을 장악해 한때 방송이 중단됐다. 내무부와 인민위원회 청사, 경찰서 등도 일부 불에 탔다. 카다피 지지 세력은 건물 옥상이나 차량에서 반정부 시위대를 향해 발포했다고 목격자들은 밝혔다.
벵가지에서는 시민군이 시내 군기지를 점령했으며 일부 보안군은 무기를 시민에 넘긴 채 시위에 동참하고 있다고 CNN이 보도했다. 시위대가 벵가지, 시르테 등 몇몇 도시를 장악했다고 프랑스 인권단체인 국제인권연합(IFHR)이 밝혔다.
카다피의 차남인 사이프 알 이슬람(38)은 21일 새벽 긴급 TV연설에서 내전 발생 가능성을 경고했다. 그는 “마지막 한 사람, 마지막 총알이 남을 때까지 싸우겠다”면서 시위를 방치하면 수많은 부족들로 구성된 리비아는 내전 상태에 접어들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그러나 “조만간 언론법과 형법 등 제한조치를 철폐하고 정치개혁을 위한 헌법 논의 등을 시작하겠다”고 덧붙였다.
리비아 주요 부족인 알 와르팔라와 알 주와이야 지도자들은 “우리는 더 이상 형제가 아니다”면서 “카다피는 리비아를 떠나라”고 말했다.
시위가 확산되면서 한국 업체의 피해도 잇따르고 있다. 이날 오후 11시쯤 트리폴리 인근의 한국 건설업체인 S건설 공사 현장에 총과 흉기로 무장한 수백여명의 현지 주민이 난입해 한국인 근로자 3명이 부상하는 등 현지 근로자 20여명이 피해를 봤다.
외교통상부는 리비아 소요 사태가 확산됨에 따라 21일자로 리비아 전역을 여행경보 3단계(여행제한)로 상향 지정했다고 밝혔다.
이우승·송민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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