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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자비한 유혈 진압에도 “자유 아니면 죽음” 시민들 거리로

입력 : 2011-02-22 01:37:16 수정 : 2011-02-22 01:3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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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 도시 벵가지 이어 수도 트리폴리서도 반정부 물결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의 유력한 후계자이자 국민들의 신망이 두터운 사이프 알이슬람의 21일 대국민 연설도 성난 민심을 달래기엔 역부족이었다. 튀니지, 이집트 혁명에 힘입어 대표적 야당 도시인 벵가지에서 시작된 리비아의 반정부 시위 물결은 당국의 유혈 진압에도 수도 트리폴리까지 이르렀다. 특히 헌법도 없이 42년간 리비아를 철권으로 통치해온 카다피 정권에 대한 국민들의 염증과 세계적인 원유 매장국이면서도 여전한 생활고, 부족 간 세력다툼은 민주화 열망이 불붙기에 최적의 조건이었다는 분석이다.

◆인권변호사 체포가 시위 기폭제

리비아 반정부 시위는 16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리비아 당국은 인접국인 튀니지, 이집트에서 민주화 혁명이 잇따라 성공하자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인터넷을 완전 차단하고 외국 취재진의 입국을 전면 불허했다. 또한 반체제 움직임을 보이는 야권 인사들을 무차별 체포, 구금했다. 하지만 15일 인권 변호사 파티 테르빌의 체포는 리비아 사태를 전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끌고가는 계기가 됐다.

테르빌은 카다피 정권이 1996년 자행한 벵가지 시내 아부 슬림 수용소 총격사건 희생자 유가족의 대표였다. 당시 보안군은 주로 정치범이 갇혀 있던 이곳에서 폭동을 이유로 무차별 총격을 가해 1200여명을 죽였다. 유가족이 대부분 거주하고 있는 벵가지는 이 사건 이후로 대표적인 ‘반카다피 도시’가 됐다. 자신들의 고통과 아픔을 대변하던 변호사가 사라지자 벵가지 시민들은 16일 거리로 나가 반정부 시위를 벌이기 시작했다. 20일 풀려난 테르빌이 벵가지 타흐리르(해방) 광장에서 “죽음으로써 혁명을 완수하자”고 시위대를 독려하면서 반정부 시위 물결은 최고조에 달했다.

◆42년 철권에 대한 국민 염증

카다피는 1969년 9월 무혈쿠데타로 왕정을 무너뜨린 뒤 리비아를 42년간 철권으로 통치해오고 있다. 특히 카다피는 지금까지 선출된 의회와 헌법조차 무시하고 있어 전 세계에서 가장 악명 높은 독재자로 꼽힌다. 특히 석유·천연가스 부국인 리비아가 최근 북아프리카 지역에서 가장 높은 인구 증가율을 보이면서 고실업률로 몸살을 앓고 있는 점도 이번 반정부 시위의 한 원인이 됐다. 리비아의 원유 매장량은 440억배럴로 아프리카 최고 수준이다.

리비아의 20여 부족이 느슨하게 정치연합을 이루고 있는 것도 잠재적인 내전 발발 요인이다. 카다피는 지난 40여년간 부족 간 힘의 균형을 유지하고 정적들을 숙청하면서 자기 부족(카다파족)의 철권을 유지해왔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군부 역시 독자적인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부족 간 나눠먹기에 따라 지분이 정해져 이집트의 군부처럼 한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1980년대 3대 부족 중 하나인 마가리하족의 쿠데타 실패 이후 이렇다 할 경쟁 부족은 없었으나, 최대 부족인 와르팔라족과 주와이야족의 20일 반정 선언으로 리비아 사태는 이전과 다르게 진행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서방 국가들, 유혈 진압 비판

미국을 비롯해 서방 국가들이 리비아 정부를 비판하고 나서는 것도 정권 붕괴를 점치게 만드는 주요 요인이다. 이미 튀니지, 이집트 등 인접국의 혁명 성공 소식에 한껏 고무된 반정부 시위대는 서방이라는 또 다른 지원군을 만난 셈이다. 필립 크롤리 미 국무부 공보담당 차관보는 “평화적인 시위대에 대한 폭력 사용에 강력 반대한다”고 밝혔다.

1911년부터 30여년간 리비아를 식민통치한 뒤 현재까지 카다피 정권과 긴밀한 정치·경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이탈리아도 리비아의 헌법 개정을 촉구하고 나섰다. AP통신은 최근 리비아 정부와 긴밀하게 접촉한 이탈리아 외무장관이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과 리비아의 개헌 가능성에 대해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송민섭 기자 stso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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