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간 권력투쟁서 우위 선점한듯 리비아의 무아마르 카다피 국가원수의 둘째 아들 사이프 알이슬람(38)이 반정부 시위 사태가 중대기로를 맞은 시점에서 전면에 등장했다. 사이프는 21일 긴급 연설을 통해 내전 발발 가능성을 경고하며 개혁을 약속했다.
아버지 카다피가 아닌 차남이 나선 것은 리비아 사태의 미래를 짚어볼 단서를 제공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사이프는 아무런 공직도 맡고 있지 않다. 그런 그가 국민 앞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내부 권력투쟁에서 우위에 서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해석한다. 미국 정보분석 전문업체 스트래트포는 “간밤의 연설은 사이프가 권력투쟁에서 우위를 점할 기회를 잡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 시사주간 타임은 “사이프의 연설은 리비아 정국은 물론 사이프 자신에게도 분수령이었다”고 지적했다. 카다피가 사이프에게 권좌를 물려주려는 포석으로 보는 관측도 있다.
카다피 아들들은 아버지의 후계 자리를 놓고 치열할 경쟁을 벌이고 있다. 그중에 사이프는 대표적인 개혁파로 알려져 있다. 뉴욕타임스는 사이프를 ‘리비아 친서방화의 얼굴이며 개혁·개방을 위한 희망의 상징’이라고 묘사했다. 사이프는 1년 전 타임지 인터뷰에서 “리비아 국민은 완전한 정치적 자유를 원한다. 우리라고 진정한 민주주의·선거·의회·헌법을 가지지 못하란 법 있느냐”고 말했다. 그는 영국 런던정경대(LSE)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유창한 영어를 구사한다. 리비아가 2003년 미국과 화해하고 2005년 제제에 풀려난 뒤 서방 국가들과의 대화를 이끄는 데 주도적 역할을 했다. 각종 국가 기구 폐지와 서방 세계에 대한 경제 개방의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서방 관계자들은 사이프를 가장 강력한 차기 후계자로 보고 있다. 그러나 리비아 내 보수파들의 반격도 만만치 않다. 보수 강경파들은 사사건건 사이프를 견제하고 있다.
김기홍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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