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호남 가리지 않고 인맥 넓혀
10일 검·경 등에 따르면 유씨가 건설사 로비를 통해 함바집 운영권을 획득하는 데 동원한 인맥은 영남과 호남 양대 부류로 알려져 있다. 영남 인맥은 부산경찰청 출신 청·차장을 중심으로 하는 강희락 전 경찰청장, 김병철 울산지방경찰청장, 차관급 J기관장 등이 거론된다.
유씨는 고향인 목포를 기반으로 하는 ‘호남 인맥’도 구축했다. 전 정권 L장관, 이길범 전 해양경찰청장, 전직 공기업 J대표, 민주당 C국회의원 등이 꼽힌다.
함바 비리에 연루된 인사 중 유독 경찰 고위직 출신이 많은 것을 두고 이권다툼이 극심한 건설현장의 특성 탓이란 분석이 많다.
재건축이나 재개발 현장의 철거 과정에서 건설사들이 동원한 용역업체와 철거주민들의 충돌이 잦고, 조직폭력배까지 군침을 삼킬 정도로 건설현장 이권이 적지 않아 경찰이 통제에 나서야 할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는 바꿔 말하면 ‘영향력 있는’ 경찰을 알아 둘 경우 건설 현장 이권 사업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함바집 운영권뿐 아니라 다양한 건설현장 이권사업에 손을 댄 것으로 알려진 유씨가 전·현직 경찰 고위직과 두루 친분을 쌓아둔 것도 이런 맥락으로 풀이된다.
◆현정권 실세에도 뻗친 로비…어디까지 드러날까
유씨의 로비대상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으로 재직할 때 구축한 ‘MB 서울시 인맥’으로 뻗쳤다.
유씨와 연루설로 이날 사표를 낸 배건기(53) 청와대 민정수석실 감찰팀장은 이 대통령이 서울시장 시절 경찰청 소속(당시 경위)으로 서울시에 파견됐으며, 2006년 6월 이 대통령이 시장 임기를 마치고 대선 행보에 나서자 경찰을 관두고 대선 기간 내내 경호를 담당했다.
이런 인연으로 정권 출범 이후 곧바로 청와대에 합류, 행정관급으로는 드물게 대통령 직보가 가능한 자리인 감찰팀장으로 재직해 왔다. 고향도 경북 의성이어서 TK(대구·경북) 인맥이면서 준(準)서울시청 인맥으로 분류된다.
“사실 무근”이란 본인 입장과 달리 유씨 관련설이 증폭되고 있는 강원랜드 C사장도 ‘MB서울시 인맥’의 핵심인사로 분류된다. 검찰은 서울시 산하 공기업인 SH공사가 대형 공사를 진행해 온 점을 감안, C사장이 2007년부터 2009년까지 SH공사 사장을 지낸 점을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형 ‘게이트’로 비화할까
계좌추적 등 검찰 수사에서 배씨와 유씨 간에 금품거래 관계라도 드러날 경우 파급력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 청문회’로 여론이 악화한 상태에서 공직기강을 담당하는 감찰팀장의 연루설 자체만으로 현 정권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일각에선 이번 수사가 대형 게이트로 비화하기 어렵다는 관측도 제기하고 있다. 문어발식 인맥을 구축한 것으로 평가되지만 거론되는 인사들이 모두 ‘검은 커넥션’에 연루됐다고 단정짓기에는 이르다는 분석이다.
익명을 요구한 사정당국 관계자는 “국민의 정부 실세인 야당 A의원 등 유씨 입에서 많은 이름이 나오지만, 여기까지 수사가 가기는 힘들 것”이라며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조현일 기자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