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선재와 장윤호 감독은 나란히 한국 사이클의 한 시대를 대표하는 스타 선수로, 24년을 사이에 두고 아시안게임에서 뜻깊은 금메달을 따냈다.
아버지 장윤호 감독은 1982년 뉴델리 대회 도로 단체 독주에서 금메달을 따낸 주인공이다.
아버지의 뒤를 이어 사이클 선수의 길로 들어선 장선재는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에서 남자 개인 및 단체 추발, 트랙 매디슨에서 우승하며 한국 사이클 사상 처음으로 아시안게임 3관왕에 올랐다.
당시에도 대표팀 감독과 선수로 24년 간격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고 환호했던 부자는 올해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다시 뭉쳤다.
장 감독은 대표팀 총감독으로 다시 태극마크를 달았고, 아들 장선재는 대표팀 주장을 맡으며 선수단을 이끌었다.
책임은 무거워졌지만 부자는 믿음과 사랑으로 이를 극복해냈다.
아버지는 훈련을 치르는 아들을 보고 "한 마디로 효자"라고 칭찬하며 때때로 애정 섞인 말을 전했고 아들 역시 "아버지 없는 지금의 나는 상상할 수 없다"며 묵묵히 고된 훈련을 이겨냈다.
결국 장선재가 14일 광저우대학타운 벨로드롬에서 벌어진 남자 개인추발 결승에서 4분30초298의 기록으로 금메달을 따면서 두 사람은 '부자 2연패'를 달성했다.
2연패를 달성하기도 쉽지 않은 아시안게임에서 부자가 지도자와 선수로 연달아 금메달을 일궈내는 것은 더더욱 드문 일이다.
장선재 가족에는 한 명의 사이클 선수가 더 있다.
장선재의 동생 장찬재(21.대한지적공사) 역시 아버지와 형의 뒤를 이어 엘리트 선수로 쑥쑥 자라나는 유망주다.
비록 이번 아시안게임에는 참가하지 못했지만 이미 고등학교 3학년 때인 지난 2002년 주니어 대표선수로 아시아선수권대회에 나가 4㎞ 단체추발에서 은메달을 따내는 등 좋은 성적을 올렸다.
2007년에는 실업팀 입단 첫해부터 국가대표로 뽑혀 삼부자가 모두 태극마크를 다는 겹경사를 누리기도 했다.
세 부자는 지금도 대한지적공사에서 같은 유니폼을 입고 훈련하고 경기를 치르며 아름다운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내고 있다.
여기에 매일같이 경기나 훈련 등으로 집을 비우기 일쑤인 삼부자를 헌신적으로 뒷바라지한 어머니 김인곤(51)씨의 공로도 빼놓을 수 없다.
사이클이 뭔지도 모르고 장윤호 감독과 결혼한 김씨는 큰아들이 학교를 다니는 동안 도로훈련할 때 뒤에서 차를 몰고 따라다니며 훈련을 도와줄 정도로 열성적으로 힘을 불어넣었다.
이날 최종 결승을 마치고 관중석으로 다가가 울먹이는 어머니를 꼭 끌어안아 준 장선재는 "동생 찬재가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선발전에 탈락해서 마음이 아팠는데 다음엔 꼭 함께 달렸으면 좋겠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네 가족이 그렇게 사이클 하나만을 생각하고 달리면서 장선재 가족은 한국 사이클 역사상 가장 찬란하게 빛나는 금빛 페달을 밟은 명가 반열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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