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타야(Pattaya)와 라용은 짠타부리, 뜨랏과 함께 태국 동남부를 구성하는 4개 지역이다. 방콕에서 버스로 출발하면 이들 지역 중 파타야를 먼저 접하게 된다. 파타야는 방콕에서 150㎞가량 떨어져 2시간쯤 걸린다. 세계인의 인기를 끌고 있는 지역이다. 이곳에서 만난 교민은 “미군의 휴양지였던 곳으로 일본인 관광객이 휩쓸고 갔고, 그 뒤 한국인이 대거 들어왔다”며 “지금은 사방에 중국인 관광객이 넘친다”고 했다. 그러고 보니 파타야 곳곳에서 서양인이나 한국인, 일본인보다 중국인의 모습이 자주 목격된다. 해외 관광객으로 해마다 5000만명 이상을 내보내는 중국이 이곳도 점령했나 보다.
![]() |
◇수많은 열대 식물과 동물들이 있어 관광객의 필수 코스로 인정받는 파타야의 농눅 빌리지. 농눅 빌리지가 마련한 차를 타고 돌다 보면 열대의 정원인 식물원의 매력에 빠지고 만다. |
금발의 미녀도, 그을린 구릿빛 피부로 해양 스포츠를 즐기던 남성들도 별로 눈에 띄지 않았다. 파타야 관광이 침체기에 빠진 것은 확실해 보인다. 그래서 이런 시절이 오히려 추천되는지 모른다. 한때 밤 문화가 발달한 향락지로도 알려진 곳답지 않게 흥청망청 늘어진 문화도 발견되지 않았다.
낮 시간의 해변과 관광객을 유혹하는 밤 문화만으로 파타야를 기억한다면 태국인들이 섭섭해 할 것이다. 이들이 추천하는 곳은 카오치잔(Khao Cheejan) 사원과 농눅(Nongnooch) 빌리지다. 카오치잔은 파타야 인근의 돌산으로, 이곳 절벽엔 14K 금으로 도금한 거대한 부처의 이미지 동판이 있다.
![]() |
◇파타야 해변의 한 리조트의 한가로운 아침 모습. 바닷가에 접한 수영장에서는 사람을 볼 수 없지만, 어느 일행은 해변과 수영장 사이에서 부지런하게 ‘느긋한 하루’를 시작했다. |
카오치잔은 한국인 여행자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농눅 빌리지는 한국인 단체 관광객의 필수 코스다. 정원을 모두 둘러보려면 3시간이 걸릴 정도로 넓다. 차를 타고 드넓은 식물원을 돌다 보면 이름 모를 숱한 열대의 나무들이 순서라도 정한 듯 관광객을 맞이한다. 나무 이름을 잘 아는 이들은 이곳의 매력에 빠지지 않을까 싶다. 그늘이 그립다면 실내로 들어와도 좋다.
![]() |
◇농눅 빌리지에서 마련한 여러 공연 중 하나인 코끼리 쇼. 숱한 연습을 한 코끼리가 곧잘 농구 골대를 맞혔다. |
라용에서도 석양과 일출이 아름다운 섬이 꼬 사멧(Ko Samet)이다. 반페 선착장에서 보트를 타고 도착한 꼬 사멧의 해변은 희고 밝았다. 방콕에서 바라본 짜오프라야강의 거친 색감과는 대비되는 보드라운 색이었다. 발바닥에 전해지는 모래사장의 촉감은 시각적인 색감보다도 보드라웠다. 이곳의 여러 해변을 ‘보석 모래 해변’이나 ‘꽃송이 해변’으로 부르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 |
◇높이 130m에 이르는 거대한 부처의 동판이 새겨진 카오치잔. 태국인들은 이곳에서 행운을 기원한다고 한다. |
태국 동부를 둘러보려면 일주일은 짧다. 이곳이 밀림과 해변, 불교 사원과 밤 문화 등이 고루 버무려져 있는 고장이어서다. 태국 공식 일정을 마무리하고 며칠 휴가를 내서 좀 더 인근 지역을 둘러보고 싶었다. 그게 애초 계획이었다.
그런데 운이 없게도 카메라 렌즈를 떨어뜨리고 말았다. 충격으로 렌즈가 깨지고 말았다. 수리 비용도 걱정이지만, 당장 이미지를 담을 사진기가 없었다. 신문사 사진부의 한 선배는 언젠가 “카메라는 단지 화가가 들고 있는 붓과 같다”고 했다.
그림은 붓이 아니라 화가의 노력과 열정·영혼에 따라 탄생한다. 그렇지만 붓이 없는데 손으로 그림을 그릴 수는 없지 않은가. 더구나 화가도 아니고, 도구에 의지해 글을 쓰는 기자의 입장에서는 난감했다. 아쉬움을 남기고 귀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태국과 그 주변을 좀 더 탐험할 대상으로 남겨놓은 채 비행기에 오른다는 생각 때문에 그나마 행복했다.
파타야·라용=글·사진 박종현 기자 bali@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