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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가의 숨결 느껴지는 가족 영화 2편

입력 : 2010-04-29 22:00:28 수정 : 2010-04-29 22: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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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더스'… 극적인 긴장과 서늘함이 넘치는 가슴 시린 이야기
'참새들의 합창'… 잔잔한 미소와 애잔함이 반반씩 섞인 따뜻한 영화
가족 영화에서 뚜렷한 족적을 남긴 두 거장의 신작이 다음달 5일 나란히 개봉된다. ‘브라더스’는 ‘나의 왼발’, ‘아버지의 이름으로’를 통해 거장 반열에 오른 짐 셰리던 감독 작품이고 ‘참새들의 합창’은 ‘천국의 아이들’로 유명한 이란 마지드 마지디 감독의 2008년작이다.

두 편 모두 가족의 평온한 일상을 깨뜨리는 위기가 닥치고 끈끈한 가족애로 이를 극복해가는 과정을 그린다. 이야기 얼개는 비슷하지만 분위기는 천양지차다. ‘브라더스’가 극적인 긴장과 서늘함이 넘치는 가슴 시린 영화라면 ‘참새들의 합창’은 잔잔한 미소와 애잔함이 반반씩 섞인 따뜻한 영화다.

◇브라더스
◆전쟁의 그늘도 막지 못한 가족의 사랑


‘브라더스’는 전쟁이 한 개인을 넘어 그 가족에게까지 얼마나 깊은 고통과 상처를 남기는가를 처연하게 보여주는 영화다. 남편 샘(토비 맥과이어)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전사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그레이스(나탈리 포트먼)는 충격과 절망에 휩싸인다. 하지만 늘 말썽만 피웠던 시동생 토미(제이크 질렌할)의 도움으로 조금씩 두 딸과 다시 살아갈 의욕을 회복해간다. 뜻밖에도 남편은 죽지 않았고 초췌한 몸이지만 살아 돌아온다. 하지만 예전의 자상하고 따뜻한 남편은 아니다. 그레이스의 안도는 이내 공포로 변한다.

영화는 전장에서 겪은 끔찍한 일 때문에 끊임없이 자학하는 샘과 ‘괴물’로 변해버린 가장 때문에 어찌할 줄 몰라하는 그레이스와 토미의 모습을 대비해 보여주면서 가족의 의미를 묻는다. 자신의 전부이자 자신을 전부로 생각할 가족이기에 샘은 그들에게 죽음의 땅에서 저지른 그 일을 도저히 털어놓을 수가 없고 그로부터 불륜을 의심받는 토미와 그레이스는 가족에 대한 샘의 믿음이 광기를 잠재우기만을 기다릴 수밖에 없다. 결국 샘은 아내의 눈물어린 호소에 용기를 내 아프간의 비밀을 털어놓고 이들 가족은 새롭게 시작할 믿음과 사랑의 힘을 부여받는다.

덴마크 수잔 비에르 감독의 동명 영화(2004)를 리메이크한 ‘브라더스’는 각기 전쟁과 가족에 초점을 맞춘 두 제작자가 공동제작했다고 한다. 이때문인지는 몰라도 사실 막바지 “죽은 자만이 전쟁의 끝을 본다고 했던가. 나는 전쟁의 끝을 봤다”는 샘의 독백은 대체로 이 영화가 가족의 굳건한 사랑을 담은 가족물이라기보다는 참전 군인의 황폐한 내면 풍경을 다룬 반전(反戰) 영화에 더 가깝다는 느낌이 크다.

하지만 제목처럼 서로 다른 상황과 입장에 놓인 형제가 가족을 위해 무엇을 희생하고 가족에게 어떠한 방식으로 접근하는지를 유심히 살펴보면 반전 영화 이상의 맥락과 의미를 찾을 수 있는 영화다. 일례로 토미 역의 질렌할은 “여러 문제들이 뒤얽혀 있긴 하지만 영화는 결국 샘이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그리고 자신의 삶으로 돌아오기 위해 무엇을 하느냐에 관한 것”이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참새들의 합창
◆잃어버린 가치에 대한 애잔한 찬가


‘브라더스’에서 가족의 균열을 야기하는 계기가 전쟁이었다면 ‘참새들의 합창’에서는 돈이 그 역할을 한다. 이란 테헤란 근교 시골마을에서 가난하지만 행복하게 살아가던 카림(무함마드 아미르 나지) 가족에게 불운이 겹친다. 보청기 없이는 소리를 못 듣는 큰딸은 시험을 앞두고 보청기를 물에 빠뜨렸고 카림은 돌보던 타조를 잃어버려 농장에서 해고된다. 급한 마음에 오토바이를 끌고 테헤란 시내로 나가본 카림은 그곳 돈벌이가 꽤 짭짤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카림이 매일 도시로 나가 일을 하고 공사장 폐자재를 주워오면서 가족 사이엔 분란이 일어난다. 예전엔 퇴직금 조로 받아온 타조알까지도 이웃과 나눌 줄 알았던 카림이 점차 도시의 생활방식에 익숙해지면서 집에서 쓰지도 않는 파란 문짝까지도 욕심을 내게 된 것이다. 카림도 점차 이기적이고 탐욕적으로 변해가는 자신이 낯설고 두렵기는 마찬가지. 하지만 당장 큰딸에게 줄 보청기를 살 돈만 마련할 수 있다면 도둑질도 할 수 있다고 자위하며 가족의 불안한 눈빛을 애써 외면한다.

‘참새들의 합창’은 참새들처럼 도시화, 현대화로 점차 그 설 곳을 잃어가고 있는 공동체 가치에 대한 찬가로 들린다. 가족 간의 끈끈한 정과 이웃과의 너그러운 인심, 성실히 노력하면 그에 부응하는 대가가 주어진다는 믿음은 먼지 풀풀 날리던 척박한 땅조차 축복받은 곳으로 변모시켰다. 카림은 사고로 다리를 다쳐 몸져눕고 나서야 비로소 최근 몇 달간 그가 잊고 간과했던 게 무엇인지를 깨닫게 된다. “보청기 배터리를 갈아 끼우니까 잘 들리던데요”, “전 오렌지 주스 안 좋아해요”라는 딸과 아들의 거짓말이 가슴을 울리는 따뜻한 영화다.

송민섭 기자 stso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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