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계 어려워 자물쇠 수리까지=“고장 난 옛 자물쇠라도 수리해야 담뱃값을 벌죠.” 목가구·건조물에 붙여서 결합 부분을 보강하거나 여닫을 수 있는 자물쇠 등의 금속제 장식을 만드는 두석(豆錫)부문 인간문화재 김극천(60)씨. 경남 통영시 ‘통영공예전수교육관’에서 작업 중인 그의 주위에는 온갖 금속 조각이 나뒹굴고 있었다. 하지만 그가 만들고 있는 것은 ‘장기’인 두석이 아니라 작은 비녀였다. 전통 굿을 시연하는 전수자에게서 주문받은 것이다. 지난달에는 검무에 사용되는 칼을 만들었다. 가끔은 마을 사람들이 오래된 자물쇠를 가져와 수리를 부탁하기도 한다. 김씨는 “먹고살려면 자존심을 버리고 이렇게 해서라도 돈을 벌어야 한다”며 “정부가 매달 130만원씩 지원금을 주지만 그것만으로는 살 수 없어 생활비를 벌다 보면 4대째 내려온 기능을 연마하기도 시간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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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무형문화재 제64호 두석 기능보유자 김극천씨가 지난 11일 경상남도 통영시 공예전수교육관에서 작품 제작에 몰두하고 있다. |
두석은 주로 나전칠기 등의 장식으로 들어가는데, 40여년 전만 해도 큰 공장에 30명 이상이 일할 정도로 사정이 좋았다. 그러나 지금은 1년에 겨우 두세 개 만들어 팔 뿐이다. 그는 “기능이 끊길까봐 아들에게 두석 제작 기술을 가르쳤지만 자신있게 이 일에만 전념하라고 말하지는 못한다”며 “어차피 보유자로서만 생활을 영위할 수 없으니 다른 일도 할 수 있으면 하라고 충고한다”며 씁쓸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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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무형문화재 제114호 대나무 발 기능보유자 조대용씨가 지난 11일 경상남도 통영시 공예전수교육관에서 작품 제작에 몰두하고 있다. |
한 기능보유자는 “생활비 때문에 직업을 겸하려고 해도 30년 이상 연마해온 문화재에 대한 자부심과 다른 기술을 배울 시간이 없어 쉽지 않다”며 “전통을 이어야 한다는 생각에 아들에게 가르치고 있지만 따로 다른 일을 찾아보라고 한다”고 고백했다.

2남1녀를 둔 한 인간문화재는 “작품만 만들어서는 도저히 살아갈 수 없는 시대가 됐는데 100만원 조금 넘는 지원금으로 전수 교육과 가정 생활을 동시에 유지하라는 것은 빈곤을 되풀이하라는 말밖에 되지 않는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인간문화재들은 국가가 ‘전승지원금’을 현실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전승교육을 하려면 재료비와 작업실 운영비 등이 필요하지만 현재 지급되는 금액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수입이 거의 없는 상당수 인간문화재는 지원금을 생활비로 사용하는 실정이다.
인간문화재 송모씨는 “대학만 하더라도 교재비 등 수업에 필요한 경비를 직접 조달하는 교수가 어디 있느냐”며 “전통문화를 어렵게 지켜온 인간문화재뿐 아니라 전수조교, 전수장학생들을 예우하는 모습을 보면 국가의 품격을 짐작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특별기획취재팀=염호상 팀장, 안용성·엄형준·조민중 기자 tams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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