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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스튜디오가 열리고 있는 작업실 내부. |
서울대 동양화과가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여는 올해 오픈 스튜디오의 이름은 ‘쥐뿔’이다. ‘쥐뿔도 없다’라는 말처럼 보잘것없고 가치 없는 것을 뜻하는 관용어구에서 의미를 가져왔다. 이들은 스스로를 ‘쥐뿔’이라고 격하함으로써 그 가치가 있고 없음을 관객의 판단에 맡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사과정 5명과 석사과정 16명이 참여했다. 몇 차례의 개인전과 그룹전을 열었던 박사과정보다는 자신의 작품세계를 다듬어가고 있는 석사과정 작업실을 찾았다.
동양화라고 해서 수묵화나 산수화만 생각하면 오산이다. 동양화과 학생들이 선보이는 작품은 현대적으로 변용된 산수화부터 팝아트적 재미가 느껴지는 작품, 모노크롬 추상회화가 연상되는 작품까지 각양각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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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교문화와 현대문화 공존을 표현한 김태리씨. |
“예를 들어 미국인과 한국인 어른을 대할 때 행동양식이 달라져요. 각기 다른 역할이 있는 거죠. 그러다 유교문화와 현대문화가 공존하는 우리 사회의 모습을 이미지로 표현하기 시작했습니다.”
작품 속 젊은 여성의 나체와 조선시대 늙은 선비의 몸을 결합한 이미지는 관객에게 오해를 사곤 한다.
“남성적 유교 문화가 여성을 억압한다는 해석부터 선비의 부채가 남근을 상징하는 게 아니냐는 등 변태스럽다는 소리도 들었어요. 제 작품이 성적(性的)으로 해석되지 않고 제 의도를 잘 드러낼 수 있는 방법이 뭘까 계속 고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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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색을 다양하게 실험중이라는 안소윤씨. |
권민경(26)씨는 따뜻하고 여성적인 이미지를 만드는 데 관심이 있다. 이를 표현하기 위해 작은 꽃잎과 알갱이들을 그리게 됐다. 지난해 첫 개인전을 열기도 했던 그는 이번에 석사과정을 모두 마치며, 목동에 개인 작업실을 마련했다.
“학생 신분에서 벗어나는 것에 두려움도 있지만 새로운 공간에서 다양한 시도를 해 볼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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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움의 이미지를 표현하고 싶다는 권민경씨. |
“제 작품은 제 자신의 관점과 겸재 정선의 결합이에요. 정선이 중국 화풍에서 벗어나 자신의 주변 경치를 그리며 ‘진경산수화’를 창조했듯, 저도 제가 살고 있는 용인 신도시를 산수화로 그렸어요.”
바로 옆자리에 있는 유귀미(24)씨의 작업은 김초윤씨의 작업과 대비된다. 유씨의 작업은 전통 동양화라기보다는 서양화, 팝아트에 가깝다. 그는 자신이 좋아하는 음식인 스시와 초밥을 의인화해 표현했다. 수묵색채로 그린 스시의 행렬은 화려하면서도 맛깔스럽다. 스시의 가격 차이를 통해 자본주의 사회 속 계급의 차이를 풍자했다.
동양화과 출신의 작가로서 ‘동양화’에 대한 이들의 생각도 다양했다. 현대 예술에서 동양화와 서양화의 구분은 이젠 의미가 없다는 의견에서부터 정서적인 면에서 동양적 가치를 추구한다는 의견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권민경씨는 “요즘엔 먹에 큰 의미를 두고 작업하는 사람은 없다”며 “동양화와 서양화 구분 없이 모두 ‘회화’일 뿐”이라고 말했다.
동양화 특유의 미적 감각이 있으며 이를 발전시키겠다는 의견도 있었다. 안소윤씨는 “동양화 재료를 쓰면 유화 물감에서는 볼 수 없는 느낌이 드러난다”며 “동양화의 뿌리를 놓지 않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태리씨도 “동양화는 재료 특성상 작업을 뒤로 되돌릴 수 없기 때문에 작업할 때 즉흥적이기보다는 더욱 신중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김초윤씨는 “관념화된 산수화에 대한 반발로 서양 팝아트나 개념주의 미술에 영향받은 동양화가가 많아지는 추세다. 하지만 나는 한국에서 태어난 이상 동양화(한국화)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동양화를 피하거나 바꾸려 하기보다는 더 연구해 내실을 쌓아 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글·사진=김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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