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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비상경영 체제 돌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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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금융, 그룹임원 임금 동결 국내 은행권이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글로벌 금융 불안과 경기둔화가 장기화하면 은행들도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허리띠 졸라매기에 들어간 것이다.

현재 은행들은 세계적인 신용경색 여파로 외화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중소기업 대출의 연체율이 상승하는 등 건전성에도 빨간불이 켜진 상태다.

은행들은 그러나 "외환위기 이후 지속적으로 체질 개선을 해왔기 때문에 외국의 유수 은행들처럼 심각한 상황에 직면한 것은 아니다"면서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한 선제 대응"이라고 강조했다.

◇ 비상경영 체제 선언

KB금융지주는 9일 금융 불안에 대비하기 위해 비상경영 체제에 들어간다고 공식 선언했다.

오는 11월 3일 각계 주요 인사들을 초청한 가운데 진행할 예정이었던 출범 기념 리셉션 행사를 전격 취소한 데 이어 그룹 임원의 임금도 동결하기로 했으며 그룹 광고계획도 대폭 축소할 예정이다.

황영기 회장은 이날 전 계열사 사장단 앞으로 보낸 서한에서 "수익성 하락과 늘어나는 비용으로 경영관리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라며 "수익과 비용 측면에서 획기적인 개선 노력을 해 달라"라고 주문했다.

또 투자계획 시기를 조정하거나 재검토하고 급하지 않은 비용과 행사경비 집행은 최대한 자제하라고 말했다. 아울러 인건비 상승 등 자연증가 성격의 비용에 대해서도 현명하게 대처해 줄 것을 요청했다.

신한은행도 전담반(TFT)을 꾸려 금융위기 장기화 등 각 시나리오에 따른 대응 방안을 모색 중이다.

신상훈 신한은행장은 이달 1일 월례 조회에서 `스톡데일 패러독스'의 지혜를 발휘할 것을 주문했다. 스톡데일 패러독스는 베트남 전쟁에서 포로로 잡혔던 미군 스톡데일 장군의 이름을 딴 것으로, 마지막에 살아남으려면 현실을 직시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신 행장은 무엇보다 연체율 관리에 전력을 기울일 것을 당부했다. 그는 "지난 8월 이후 경기 민감 업종의 연체율이 급격한 상승세로 전환했다"며 "신용경색과 글로벌 경기둔화로 제조업의 연체율도 지속적으로 증가해 은행의 건전성에 적신호가 울리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현 추세대로 경기 하강이 진행되고 부동산 가격의 하락세가 이어진다면 연말까지 기업들의 수익성 악화 때문에 연체 대출금의 지속적인 상승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우리금융도 위기대응 전담반을 구성해 주요 계열사 리스크 담당 임원들이 매주 머리를 맞대고 있다. 또 이팔성 회장 주재로 매월 둘째, 넷째 주 월요일에 계열사 최고 경영진 전원이 참석하는 회의를 열어 시장정보 공유, 유동성 관리 현황 등을 점검하고 있다. 우리금융의 임원 급여는 5년째 동결된 상태다.

하나금융은 지난 7월 말 실적 발표회에서 김승유 회장이 "비상을 걸어야겠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이후 그룹 차원에서 허리띠 졸라매기를 하고 있다.

◇ 은행들 비상경영 돌입 왜?

은행들이 이처럼 비상 경영체제에 돌입한 것은 미국발 금융위기가 우리나라를 본격적으로 덮치기 전에 선제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주택경기 등 국내 경제 상황이 미국만큼 심각한 수준은 아니고 원화 유동성도 아직은 부족하지 않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의 먹구름이 차츰 국내 은행들에게 다가오고 있는 데다 외화유동성 부족에 따른 고통도 점차 심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금융시장의 신용경색으로 해외 차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가운데 외국의 대형 은행들이 국내 은행에 빌려줬던 자금을 회수해가며 은행들을 압박하고 있는 실정이다.

세계적인 신용평가사들도 일제히 국내 은행들의 수익성, 건전성 등에 대해 경고하고 나섰다.

무디스는 지난 2일 국민, 우리, 신한, 하나은행 등 국내 4대 은행이 글로벌 금융위기와 국내 경제약화로 신용가치가 하락할 것이라며 재무 건전성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췄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와 피치도 전날 글로벌 유동성 위기로 한국의 은행들이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금융감독당국 관계자는 "우리나라 은행들처럼 BIS 비율과 담보비율, 유동성 비율 등을 잘 지키는 나라가 없다"며 "다소 과장된 경고"라고 말했다.

그는 "국내 은행들이 이 정도로 견디는 것만 봐도 그만큼 체력이 탄탄하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강조한 뒤 "하지만 상황이 장기화할 경우 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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