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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호가 9일 베이징올림픽 유도 60㎏급에서 오스트리아의 루드비히 파이셔를 제치고 정상에 오른 뒤 시상식에서 금메달을 깨물어 보고 있다. 베이징=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
부전승, 그리고는 한판, 한판, 한판, 한판, 한판. 완벽한 금메달이었다. ‘작은 거인’ 최민호(KRA)가 지난 9일 베이징과학기술대 체육관에서 열린 베이징올림픽 유도 남자 60㎏급 결승에서 올해 유럽선수권대회 챔피언 루드비히 파이셔(오스트리아)를 경기 시작 2분14초 만에 다리잡아 메치기 한판으로 눕히고 한국 선수단에 첫 금메달을 안겼다.
최민호는 4년 전 아테네에서 체중 감량에 실패한 데다 8강 경기 도중 다리에 쥐가 나는 바람에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고 동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이를 의식한 듯 최민호는 이번 대회에선 첫 판부터 속전속결로 나갔다. 부전승으로 2회전에 나선 최민호는 상대인 미겔 앙헬 알바라킨(아르헨티나)을 1분16초 만에 업어치기 한판, 3회전은 마소드 아콘자데(이란)를 역시 1분18초 만에 한팔 업어치기로 돌려세웠다. 8강 상대였던 리쇼드 소비로프(우즈베키스탄)를 만나서도 주특기인 업어치기로 경기 시작 2분28초 만에 한판으로 가볍게 물리쳤다.
4강에선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 우승자인 루벤 후케스(네덜란드)를 24초 만에 다리잡아 메치기 한판으로 꺾었다. 지난해 세계챔피언을 가볍게 꺾으면서 사실상 이때 금메달이 최민호 쪽으로 온 것이나 다름없었다.
운명의 결승. 최민호는 초반엔 탐색전을 벌였다. 서로 위력을 잘 아는 듯 조심스레 겉돌기가 계속됐으나 최민호는 파이셔의 빈틈을 놓치지 않았다. 5분 경기 가운데 2분14초가 지날 무렵 파이셔가 먼저 발 공격을 시도하자 최민호는 약간 벌어진 파이셔의 다리 사이로 왼팔을 넣어 그대로 상대를 매트에 잡아 메쳤다. 순간 파이셔는 통나무 쓰러지듯 내동댕이쳐졌다.
최민호는 종합대회에서 별 재미를 보지 못했던 선수였다.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과 2004년 아테네올림픽, 2007년 세계선수권대회 등에서 우승후보로 잔뜩 기대를 모았으나 모두 동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특히 아테네올림픽에선 한국 선수단에 첫 금메달을 안겨줄 후보로 꼽혔지만 8강 문턱을 넘지 못하고 패자전을 통해 겨우 동메달을 건졌다.
이후 소속팀이 바뀌는 등 혼란의 시기를 겪느라 2005년 세계선수권과 2006년 도하아시안게임에 나가지 못했던 최민호로선 이번 베이징 금메달 의미가 각별할 수밖에 없다.
베이징=유해길 기자
hkyo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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