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냉전이 최고조에 다다른 1957년 소련의 어느 비행장. 이리나(케이트 블란쳇) 일당의 추격을 피해 탈출한 인디아나 존스(해리슨 포드)는 일상으로 돌아가 대학 강의에 매진한다. 허나 공산주의마녀사냥 열풍으로 더 이상 강의를 할 수 없게 되고 청년 머트(샤이아 라보프)는 마야문명의 비밀을 풀 크리스탈 해골을 찾아 나서자고 제안한다. 주체할 수 없는 탐구욕을 억제치 못하고 머트를 따라나서는 존스. 마야 문명 전설의 도시로 향하는 두 사람, 그러나 이리나 일당 역시 크리스탈 해골의 비밀을 풀어 세계를 정복할 야욕으로 그들을 뒤쫓고 있으니 --- (중략)
“인디아나 존스를 만든 건 우리지만, 그는 언제나 대중의 것이었다”라는 스티븐 스필버그의 주장처럼, 이 영화는 설명이 필요 없는 이 시대 최고의 흥행 시리즈물이다. 첫편 <레이더스>(1981) 이후 27년 만에 그리고 3편 <최후의 성전>(1989)이 나온 지 19년 만에 제작되었다는 점만으로도 전설로 불릴 수 있는 인디아나 존스. 더욱이 66세라는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영화 속 거의 모든 액션을 직접 해내는 해리슨 포드의 열정 앞에는 경외심마저 든다.

영화 전체 분위기는 전작 세편과 동일하다. 주인공 존스의 모습에서 기나긴 세월의 흔적이 느껴질 뿐, 어드벤쳐 영화가 갖춰야 할 조건은 모두 담아냈다. 존스의 마스코트라 할 수 있는 채찍도 그대로이고, 인디걸도 1편의 메리언(카렌 알렌)이 등장한다. 단지 그를 괴롭히던 악당이 1편과 3편의 독일군에서 소련군으로 바뀌었을 뿐, 잔혹하고 집요한 성격의 악역 캐릭터 역시 전작과 별 차이가 없다.
이 영화를 본 첫인상은 전작들의 이미지를 그대로 살리면서 흥미를 배가했다는 점이다. 여기에는 스필버그의 주문을 충실히 따른 시각효과팀(ILM)의 노력도 간과할 수 없다. 2007년 <트랜스포머>로 전 세계 ‘변신로봇’ 열풍을 몰고 온 시각효과팀이 주특기인 CG를 지양하고 몸 액션과 특수효과를 최대한 살리는데 주력했던 것이다. 따라서 사람냄새 나는 액션신의 리얼한 아날로그 감각이 그대로 살아나 전작의 이미지와 무리없이 연결되고 있다.
얼마 전 인터넷에서 “진정한 고고학자는 영화 속 인디아나 존스처럼 행동하지 않는다”는 기사를 보고 실소를 했다. 이유인즉 너무나 당연한 얘기가 기사화됐기 때문이다. 영화 속 가공인물 그것도 블록버스터급 상업영화 전형의 주인공을 실제와 비교한다는 자체가 무리이다. 이러한 유형의 영화는 철저하게 흥행과 오락거리로서 이해되고 접근해야 한다.
그러나 러시아 측이 제기한 불편한 심기에 대해서는 십분 이해가 간다. 영화 속 이리나 일행은 원주민을 대량학살한 피도 눈물도 없는 악당인데, 바로 스탈린 충성파로 나오기 때문이다. 영화는 영화일 뿐이라고 강변해도 혹은 ‘표현의 자유’는 존중되어야 한다고 해도 이러한 문제는 쉽게 간과할 수 없다. 우리 역시 007 시리즈물의 하나였던 <디 아나더데이>가 한국에서 상영될 때, ‘안보기운동’을 전개하지 않았던가. 결국 <디 아나더데이>는 당시 시리즈물 중 최고의 흥행성적을 올렸지만, 한국에서만 조기종영되는 결과를 낳았다. 그리고 현재 <인디아나 존스 4>도 아주 유사한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다. 러시아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전세계 흥행몰이를 하고 있으니 말이다.
/ 연동원 역사영화평론가 yeon042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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