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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연(2) 제국주의의 치어걸, 누가 미화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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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8-05-27 13:12:02 수정 : 2008-05-27 13: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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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연>의 실존인물 박경원에 관한 역사적 사실은 크게 두 방향으로 나타난다. 최초의 한국인 민간 여성비행사라는 긍정적인 면과 친일행위라는 부정적인 면이다. 그리고 <청연>은 바로 긍정적인 면에 초점을 맞추어 일제강점기 하의 사회적으로 제한된 여성의 역할과 지위를 벗어나는데 따른 노력과 갈등 그리고 개인적인 성취를 미시적으로 전개시키고 있다. 즉 이 영화에는 그녀와 관련된 부정적인 역사적 사실은 생략하거나 각색함으로써, 친일영화라는 논란에 휩싸이는 단초를 제공했다.


특히 박경원의 친일 행위에 대한 논란에 대해서는 소설가 정혜주씨의 견해를 언급해야 할 것 같다. <청연>의 흥행 실패와 실존인물 박경원을 친일파로 각인케 한 촉매 역할을 이 소설가가 했기 때문이다. ‘제국주의의 치어걸, 누가 미화하는가’라는 선정적이고 공격적인 제목의 기사에는 박경원의 다양한 친일행적이 언급되어 있다. 여기에는 그녀가 친일파라는 점을 입증하기 곤란한 스캔들 혹은 ‘아니면 말고’ 식의 ‘설’(說)도 있으나, 다른 한편으로 중요한 역사적 사실도 언급되어 있다.

즉 박경원이 일만친선 황군위문 일만연락비행(日滿親善 皇軍慰問 日滿連絡飛行)의 비행사로 선정되었다는 점은 그녀를 친일파로 규정할 수 있는 중요한 역사적 사실이다. 왜냐하면 이 비행사 선정은 당시 일본제국주의 비행사 최고의 영예인 바, 일본의 괴뢰정부인 만주국 승인을 기념하기 위한 민간 비행이라는 역사적 의미가 담겨 있다. 따라서 한국 여성이 침략국 일본을 위해 또 다른 피해자인 만주를 비행한다는 것은 소위 내선일체를 강화하려는 일본의 속셈에 동조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러한 기록은 박경원이 비행사가 되기 위해 일본으로 가고 그 와중에 여러 일본인으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상황 논리와는 구별되는 것이다. 이 비행이 침략국 일본의 식민지화를 정당화하는 선전도구의 성격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박경원이 한국 최초의 민간 여성비행사가 되기 위해서 일제강점기 하에서 취할 수밖에 없는 현실적인 선택이라고 주장하는 이도 있다. 물론 이러한 주장에 대해서 어느 정도 수긍할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박경원의 친일행위가 덮여지는 것은 결코 아니다. 더욱이 그녀가 여성비행사로서 한껏 개인적 명예를 누리던 바로 그 시기에 독립운동을 전개한 한국 여성들도 있다. 재언컨대 박경원은 개인 성취를 위해 친일행위를 했으며, 이러한 행위는 소위 ‘소극적 친일’과 ‘적극적 친일’이라는 좀 더 세부적인 구분이 필요하다.

그녀는 결코 일제에 기생하여 한국의 독립을 반대하고 동족을 압박한 민족반역자와 같은 범주에 들어가지 않는다. 부연하여 이러한 판단은 ‘일만연락비행’이라는 역사적 사실을 제외한다는 전제 하에서 언급할 수 있다. 그리고 <청연>에서도 묘사하였듯이, 박경원은 당시 일제로부터 억압받는 식민지인이자 한국이라는  유교적 전통의 남성중심사회에서 소외된 여성이다. 그러한 열악한 환경 속에서 이루어낸 한국 최초의 민간 여성 비행사라는 명예를  단지 ‘친일파’라는 오명으로 묻혀버리기가 너무나 안타깝다. 결국 ‘개인적 영예’와 ‘친일파’라는 상반된 평가를 받는 박경원은 일제강점기라는 비극적인 역사가 잉태한 불행한 인물에 속할 것이다.

(다음 편에 계속)

 / 연동원 역사영화평론가 yeon042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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