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다단계 업체 현황
1970년대 후반 이민자들이 국내에 들여온 다단계 산업은 급속한 성장과 조정을 거치면서
현재 2조원 규모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특히 1997년 IMF 사태를 계기로 매년 높은 성장세를 보여 2002년에는 시장 규모가 3조8000억원에 달했다. 하지만 2003년 들어서는 2조원대로 급감했다. 그러다 2004년에 ‘포인트마케팅(공유마케팅)’이 확산되면서 일시적으로 4조5000억원 규모로 급증했다. 포인트마케팅은 매출의 일정 부분을 포인트화해 전체 포인트에서 본인 포인트만큼을 수당으로 지급하는 방식인데, 실제로는 제품이 거래되지 않는 금전 거래 행위로 전락해 대규모 피해가 우려됐다. 이 업체들이 정리된 후인 2006년부터 총매출이 떨어져 현재는 총매출이 2조원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
400개 업체에서 68개로 뚝
한국에 다단계 영업을 알린 회사는 (주)현우다. 1983년 일본 화장품 폴라를 들여와 판매한 것이 시초. 이후 1988년 산융산업이 일본 재팬라이프와 합작으로 (주)승민을 설립해 다단계 사업에 뛰어들었다.
1990년대 들어 업체 진출은 더욱 활발해진다. 1990년엔 한국 헬시라이프, 1991년에는 한국암웨이와 썬라이더코리아가 정식으로 영업을 개시했다. 특히 1991년 정부가 다단계 영업을 인정하고 '방문판매등에 관한 법률(방판법)'을 제정하면서 업체들이 더욱 관심을 갖게 된다.
1995년에는 국내 업체들도 동참한다. 진로와 애경이 손잡고 설립한 진로하이리빙이 국내 다단계 업체 1호이다. 이어 웅진이 서한웰로, 데이콤이 풀무원과 합작으로 사업에 뛰어든다. 그해 7월부터 월평균 7개가 등록하면서 1996년 10월에는 등록 업체가 100개를 돌파한다.
1998년 IMF 사태로 실업자가 다단계 시장에 대거 유입되면서 업체 수는 253개에 달했고 2001년 370개, 2002년 419개까지 늘었다. 하지만 2003년 경기불황 여파로 175개까지 줄었으며, 그 추세가 이어지면서 2008년 4월 현재 합법적으로 등록한 다단계 업체는 68개에 불과하다.

상위 10개 업체에 총매출 82.4% 몰려2006년 다단계 상위 10개사를 보면 외국계와 토종 기업이 50%씩 차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들의 총 매출은 1조5968억원으로 업계 총 매출의 82.4%를 차지한다. 한국암웨이가 6557억여원으로 매출 1위를 차지했고 2위는 다이너스티인터내셔날(1728억여원), 3위는 앤알커뮤니케이션(1689억여원)이다. 이어 하이리빙이 1658억원, 뉴스킨엔터프라이즈코리아가 1313억원, 앨트웰이 806억원이다. 특히 한국암웨이는 상위 10개 업체 총 매출의 41%를 차지하고 있다.
다단계 업체는 건강보조식품과 화장품, 정수기 등 생활용품, 쌀 라면 김치 등 일반식품까지 다양한 품목을 취급하고 있다. 하이리빙은 일반 생활용품, 건강식품, 화장품, 통신, 서비스용품 등 1900여종을 다루고 있다.
한국암웨이는 적극적인 현지화 전략의 일환으로 국내 기업과의 파트너십을 강화하고 있으며, '원 포 원' 프로그램을 통해 국내 60여개 업체의 243개 품목을 취급하고 있다. 대표적인 참여 기업은 삼성전자, 두산 종가집, 한국 야쿠르트, 켈로그, 파스퇴르, 대한펄프, 비비안. 이들 제품의 판매 수익은 한국암웨이 전체 매출의 16~20%에 이른다.
썬라이더코리아는 특화전략으로 건강보조식품과 음료, 기초ㆍ색조 화장품, 바디ㆍ헤어케어 제품에 집중하고 있다.

다단계 법망 피해 방판으로 이동
최근 방판 매출은 꾸준히 상승하는 반면, 다단계는 하락하고 있다. 이는 규제가 심한 다단계 법망을 피해 방판으로 이동하는 업체들이 늘어난 탓이다.
후원수당과 공제조합 의무가입 제한이 없으면서 130만원 이상의 고가 상품을 판매할 수 있기 때문. 등록제가 아닌 신고제인 것도 업체들이 방판을 선호하는 이유 중 하나다. 공정위가 2003년부터 지난해까지 불법 피라미드 업체를 단속해 390개 업체를 적발했다.

피해자만 35만명 ‘제이유사태’로 들썩
지금까지 사회적으로 가장 큰 파장을 불러일으킨 불법 피라미드 피해 사례는 제이유네트워크 사건이다.
검찰 조사에서 피해자는 대도시에서 시골 마을까지, 20대 대학생에서 주부와 노인에 이르기까지 약 35만명에 달했다. 피해액도 2조1000억원에 이르렀다. 사건 전모가 드러나자 피해자들의 이혼, 자살 등이 잇따랐다. 당시 이 사건에는 경찰청장과 연예인 등 사회 유명 인사들까지 연루돼 도덕성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 외에 위베스트인터내셔널과 DK코퍼레이션 사건도 피해규모 합계가 3조원이 넘는 대형 불법 피라미드 사건으로 기록되어 있다.
임삼미 기자 smlim@segye.com
◆ 개정 앞둔 방판법…공정위·업계 촉각
◆ “모호한 법조항 불법 부추겨” 개정 한 목소리
◆ “다단계와 불법 피라미드는 구분해야”
◆ “방판법은 합법 업체들만 옥죄는 법률”
◆ “합리적 개정안 마련해 불법업체 강력 단속”
◆ “제이유 사건 남의 일인 줄만 알았다”
◆ “불법 피라미드는 정권 바꿀 만큼 무서운 사업”
◆ “유럽처럼 ‘방판-다단계’ 하나로 규제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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