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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호한 법조항 불법 부추겨” 개정 한 목소리

입력 : 2008-05-14 17:02:22 수정 : 2008-05-14 17: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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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번 뜯어고친 ‘방판법’ 살펴보니…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의 ‘무늬만 방판’ 업체 적발 이후 업계와 학계, 시민단체들이 방문판매법(이하 방판법)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1991년 제정된 후 7차례나 개정하면서 앞뒤 문맥이 맞지 않는 조항이 많고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게 공통된 견해다. 또 일부 조항은 관점에 따라 법 해석이 달라질 수 있어 불법을 조장한다는 주장도 많아 8차 개정 필요성에 힘을 더해주고 있다. 특히 사회악으로 지탄받고 있는 불법 피라미드 업체를 철저히 규제하는 조항을 신설해야 한다는 의견이 드세다. 방판법의 주요 내용, 다단계와 방문판매의 차이점을 살펴봤다. 


1980년대 중반부터 많은 업체들이 다단계 영업을 도입했지만 국가는 다단계 자체를 불법으로 간주했다. 불법 피라미드 사건은 민법과 형법, 소비자보호법,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로 처벌할 수밖에 없었다. 대표적인 사례가 1985년의 소시에떼 엘레강스 콘디넨탈 드 프랑스와 유나이티드 뷰티 서비시즈, 참존 뷰티 라인, 1990년의 산융산업 판결이다.

 그러다 정부는 방문판매와 통신판매, 다단계판매의 공정 거래를 유도하고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1991년 방판법을 제정한다. 이에 따라 다단계 업체들도 합법적으로 영업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하지만 다단계의 개념과 정의가 불분명하고, 금지 사항을 법률로 규정하지 않고 시행 규칙에 위임한 것 등이 문제점으로 지적돼 시행 3년만인 1995년 1차 개정 작업을 벌였다.

1차 개정은 소비자 보호 조항이 대폭 강화된 것이 특징이다. 권장소비자가격이 등장하고, 청약 철회 기간이 계약서 교부일로부터 14일에서 20일로 늘었다. 판매원 주소와 연락처 미기재 시 20일이 추가되기도 했다. 소비자가 업체에 직접 반품과 환불을 요구할 수 있고, 업체들은 초기 자본금의 10%와 월 매출액의 10%를 환불보증금으로 공탁하도록 했다.

이때부터 다단계 업체 등록제가 시행되고, 사행성을 부추길 수 있는 후원수당을 법적으로 제한했다. 그러나 후원수당 지급 기준을 2단계로 확대해 불법 피라미드 업체를 양산하는 계기가 됐다는 지적을 받았다. 

2차 개정은 1995년 12월 29일에 있었다. 다단계를 판매원 2단계에서 3단계 이상으로 규정해 방문판매와 구분했다. 개별 상품의 가격 제한 규정을 둔 것은 3차 개정부터였다. 지금은 4차 개정 때 인상한 130만원을 유지하고 있지만 당시는 100만원이 한도였다. 동의 없는 하위 판매원 등록을 금지했고 판매원의 의사에 따라 탈퇴할 수 있도록 했다. 또 판매원이 제품을 반환할 경우 업체는 다음 영업일까지 대금을 환불하도록 했다. 이때부터 권장소비자 가격 표시 제도가 폐지됐다. 

2002년 3월 20일 4차 개정 때 방판법이 방문판매와 다단계판매를 중심으로 개편됐다.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이 입법됐기 때문. 이 개정은 공정위에 힘을 실어주는 내용 위주로 재편성됐다. 공정위가 불법 영업을 한 업체에 시정명령을 내릴 수 있고, 불응하는 업체에는 등록을 취소하거나 1년간 영업을 정지하거나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했다. 

또 후원수당 지급 기준이 1단계라 하더라도 판매원 단계가 3단계 이상이면 무조건 다단계로 판명했다. 화장품 방판 영업은 이때부터 다단계로 규정되었지만 업체들은 애써 이를 간과해 왔다. 이와 함께 환불보증금 공탁 업체가 소비자보호용 보험이나 보증, 공제계약 중 한 가지를 택하도록 변경했다. 이로 인해 공제조합이 생겨나 현재 68개 업체 모두가 직접판매공제조합과 한국특수판매공제조합에 가입해 있다. 

2005년 3월 31일과 12월 29일에 있었던 5차, 6차 개정은 지방자치 활성화 정책에 따라 다단계 감독 권한이 도지사와 시장에서 시장ㆍ군수ㆍ구청장으로 이양됐고 공제조합이 업무 관련 보고서를 공정위에 제출할 수 있도록 했다.  

7차 개정은 지난해 1월 19일에 있었다. 이 개정에서는 재판매가 곤란하거나 복제가 가능한 상품이지만 포장이 뜯긴 경우에도 반품하면 업체가 환불하도록 청약 철회 상품 범위를 확대했다. 이 조항을 두고 업체들은 '목을 죄는 법'이라고 반발했다. 미성년자 판매원 등록을 금지하고 공정위가 다단계 업체의 매출과 후원수당 지급액 정보 등을 공개하기 시작했다.


‘다단계와 방판’ 무엇이 다른가

한국에서 다단계판매와 방문판매는 법적으로 엄연히 구분되어 있지만 영업 면에서 판매조직  단계를 제외하고는 겉으로 봐서 구별하기 힘들다. 외국에서는 다단계판매와 방판을 '직접 판매'로 통칭할 정도다. 

그러나 속을 들여다보면 양상은 전혀 다르다. 다단계는 최소 자본금 규모, 판매상품 가격과 후원수당 지급 제한, 공제계약 의무 가입 등 비교적 규제가 강하다. 하지만 방문판매는 신고만으로 영업이 가능해 불법 다단계업체가 방판 시장으로 몰리고 있다. 특히 2002년 4차 개정 이후 이러한 경향이 두드러져 소비자 피해도 늘고 있다. 

다단계는 개별 판매원이 하나의 업체와 동일해 의사결정을 자율적으로 한다. 그렇지만 방판은 모든 활동을 회사에서 통제하며 후원수당에서도 차이가 난다. 다단계는 판매원이 하위단계 판매원의 구매와 실적에 대한 후원수당을 추가로 받지만, 방판은 판매원 자신의 실적에만 수당을 받는다. 

판매원도 다단계에서는 회사 상품을 사서 일반에 되파는 '소비자이자 판매원'이지만, 방판에선 회사 상품을 구입하지 않고 판매를 대행할 뿐이다. 또 다단계는 하위 판매원을 모집할 수 있지만 방판에선 할 수 없다.

불법 피라미드란?

판매원 등록 시 일정 금액 이상의 제품 구입을 요구하거나 가입비, 교육비 등의 명목으로 비용을 요구하는 업체, 반품과 환불이 불가능하다면 불법 피라미드 업체로 판단해도 된다. 상품 판매보다 증원에 더 많은 비중을 두고 있는 업체라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법상으로는 증모에 기여한 것만으로 수당을 지급할 수 없기 때문. 

단기간 일확천금을 벌 수 있다며 고수익을 보장하는 업체도 불법 피라미드. 다단계 업체는 매출의 35% 한도 내에서 후원수당을 지급할 수 있다. 그 이상의 수당을 보장한다면 의심해 볼만 하다.

조영옥 기자 twins@segye.com

개정 앞둔 방판법…공정위·업계 촉각

매출 2조원대…상위 10개사가 독식

“다단계와 불법 피라미드는 구분해야”

“방판법은 합법 업체들만 옥죄는 법률”

“합리적 개정안 마련해 불법업체 강력 단속”

“제이유 사건 남의 일인 줄만 알았다”

“불법 피라미드는 정권 바꿀 만큼 무서운 사업”

“유럽처럼 ‘방판-다단계’ 하나로 규제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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