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최연소 IT(정보기술) 칼럼니스트가 된 게 엊그제 같은데, 어느 날 보니 제 앞에 사람이 없다는 걸 알게 됐어요. 이제는 IT 쪽에서 저보다 나이 많은 칼럼니스트가 없는 것 같더군요.”
20대부터 쟁쟁한 필진 속에 끼여 10여년 동안 IT칼럼을 써온 김중태(43)씨의 얘기다. 인터넷 ‘김중태문화원’을 운영 중인 그는 PC통신―인터넷―웹으로 이어진 한국 IT역사의 산증인이다.
IT 분야에서 40대는 다른 영역과 달리 대단히 나이 많은 축에 속한다. IT 속성상 변화가 워낙 빨라 새 기술에 빨리 적응할 수 있는 젊은이들이 강점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 IT의 역사를 꿰뚫고 있기에 블로고스피어의 현재와 과거, 그리고 미래를 잘 알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을 했다. 그래서 지난 1일 세계일보 인터뷰실에서 만났다.
그는 예상대로 인터넷, 블로그의 역사와 함께 미래 전망까지 큰 그림을 그리며 맥을 짚어냈다. 우리도 인터뷰를 블로그에만 제한을 두려 하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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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IT역사의 산증인으로 블로그 관련 책을 국내 처음으로 낸 ‘김중태문화원’ 원장 김중태씨. 김창길 기자 |
애초에 그는 컴퓨터와 관련해 교육 한번 제대로 받은 적이 없는 컴맹이었다고 한다. 초창기에 컴퓨터 이용자들은 이공계 대학생이나 연구자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언제, 왜 인터넷에 관심을 갖게 됐는가.
“우연히 대학 졸업 전인 1990년쯤 컴퓨터를 알게 됐는데, 하다 보니 용어가 너무 어려웠지요. 전부 영어였어요. 세이브(save)와 세이브 에즈(save as)의 차이도 몰랐죠. 그래서 용어 한글화를 생각했어요.”
―그래서 PC통신에서 한글 운동을 하게 됐군요.
“1990년 5월 PC통신에 게시판을 만들어 용어 한글운동을 했어요. 우리끼리만 해서는 널리 퍼지지 않겠다고 생각해 칼럼도 쓰게 됐고요. 기술도 배우고 칼럼도 쓰다 보니 주변에서 컴퓨터를 잘하는 것으로 생각하더군요.(웃음)”
당시는 PC통신이 인터넷이 아닌 전화모뎀을 이용하는 때였다. 그는 1993년 2월부터 PC통신 ‘하이텔’에 ‘한글사랑’ 동호회를 만들어 다양한 한글운동을 펼치기 시작했다.
지금 우리가 흔히 쓰는 ‘지기’ 또는 ‘운영자’(시숍), 목록(디렉터리) 등 많은 컴퓨터 관련 용어들이 김씨와 같은 컴퓨터 한글운동가에 의해 전파됐다.
―왜 컴퓨터 용어를 한글화해야 하는지.
“영어로 된 용어를 외우다가 시간 다 가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생활 속에서 쓰는 분야가 아니면 용어를 모르게 돼 있어요. 예를 들면 포르테, 메조 포르테 등의 음악용어는 졸업하면 까먹죠. 하지만 이것을 강하게, 좀더 강하게 등으로 바꾸면 보는 순간 이해합니다. 원어를 잘 외우는 것보다 말을 바꿔 노래 한 곡을 더 알고 부르는 게 중요하죠.”
특히 버스나 택시처럼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말은 외래어 그대로 사용할 수도 있지만, 생활에서 잘 사용하지 않는 전문용어일수록 한글로 바꿔야 한다고 했다.
김씨는 한글 글꼴을 개발하기도 했다. 이전에는 명조, 고딕 등 단순한 글꼴밖에 없었으나, 김씨 등의 노력으로 새 글꼴이 만들어지고 보급됐다고 한다.
“한글 운동을 했던 사람들이 개발한 글꼴이 현재 용산역은 물론 5, 6, 7, 8호선 전광판 글꼴로 사용되고 있죠. 각종 휴대전화나 시디에 들어간 글꼴도 있고요. 한글 운동을 하다보니 글꼴까지 만들게 된 것이죠.”
김씨는 대학 졸업 후 보험사에서 잠깐 근무하기도 했고, 1993년 선배와 함께 멀티미디어 교육업체인 ‘아망씨’를 창업하기도 했다.
하지만 1997년 회사를 그만둔 뒤 사이버상에 ‘김중태문화원’를 개설하고 IT 관련 이슈와 현황, 과거를 분석하고 미래를 조망하는 글을 쓰기 시작했다. 글을 모아 책으로도 펴냈다.
―블로그는 언제 시작했는가.
“2002년 해외에서 블로그에 대한 관심이 높다는 걸 알았죠. 그때 주변에서 몇몇 사람이 쓰고 있더군요. 2003년 6월 네이버가 블로그 서비스인 페이퍼를 출시하자 쓰기 시작했어요. 서너 달 사용해본 다음에 10월 무벌 타임으로 바꿔 김중태문화원 블로그를 쓰게 된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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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중태씨는 많은 지하철역과 전국 기차역의 전광판 등에서 쓰이는 한글 글꼴을 개발한 주인공이기도 하다. 김씨가 개발한 한글 글꼴을 이용한 한 지하철 역사의 전광판 모습. 김중태 제공 |
―‘나는 블로그가 좋다’는 블로그 관련 책도 국내에서 처음 썼는데.
“블로그를 하다 보니까 책을 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미래에 굉장히 중요한 도구가 되겠다고 생각해 설치형 블로그를 써보며 책을 썼죠. 2003년 6월부터 쓰기 시작해 9월에 탈고하고 2004년 1월 출간했죠.”
―블로그의 강점은 무엇인가.
“블로그는 개인적인 도구도, 사회적 도구도 될 수가 있죠. 글쓰기가 매우 쉬어요. 또 웹 콘텐츠의 배포 표준인 ‘아르에스에스(RSS)’, 웹 콘텐츠를 연결하는 ‘트랙백(track―back)’을 지원해서 미디어 성격도 강하고요.
―웹 2.0 시대에 블로그가 차지하는 위치는?
“웹은 애초에 쌍방향성이었는데, 블로그가 바로 이 쌍방향성을 쉽게 구현해준 것이죠. 웹 초창기부터 공유, 링크는 있었어요. 하지만 그때는 일반인이 참여하기 어려웠죠. 동영상 하나 올리는 게 얼마나 어렵습니까. 참여와 공유는 소수 전문가만 했을 뿐이죠. 하지만 지금은 일반인도 하기 쉽게 됐어요. 블로그는 참여와 공유의 틀로서 의미가 있습니다.”
―블로그는 여론 구조를 어떻게 바꾸었다고 생각하나요.
“기존 여론 기관은 정부와 언론사였죠. 두 기관이 결탁하면 정보독점, 여론독점이 이뤄져 시민은 수용만 했을 뿐입니다. 하지만 블로그를 통해 자기가 본 것을 올릴 수 있게 되면서 이것이 바뀌었어요. 도구가 발전해서 모든 사람들이 사진기를 들고 있고, 불 나면 바로 찍어서 블로그에 올리죠. 중앙 매체가 가진 취재, 편집, 배포권을 블로거들도 갖게 된 거죠.”
―최근에는 팀 블로그 현상도 두드러지는데.
“팀 블로그가 증가는 하겠지만, 블로그는 기본적으로 혼자 하는 것입니다. 또 행복해지기 위해서 블로그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하죠. 하고 싶은 것을 해야 합니다.”
―블로고스피어의 파워엘리트는 누가 될까요.
“유명 블로그가 될 가능성이 높은 사람은 기자인 것 같습니다. 그들은 우선 정보를 많이 가지고 있죠. 일반 블로그들은 1차 취재가 안 되니까 사설, 칼럼을 쓸 수밖에 없죠. 기자는 1차 취재를 할 수 있고, 글쓰는 것이 일입니다. 현재는 기자들이 블로그를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없는 것 같아요. 이 틈을 풀타임 블로그들이 비집고 주류가 되는 모습이죠.”
―블로그스피어 미래는 어떨까요.
“갈수록 블로그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는 개인의 경험을 끌어내는 도구는 계속 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죠. 계층도 넓어졌어요. 3년 전 블로거 하면 IT 종사자뿐이었는데, 지금은 아줌마 아저씨들도 모두 하고 있죠. 다만 한계는 아무리 블로그가 쉽고 강력하게 발전한다 하더라도 그걸 생산하는 사람은 1%에 불과할 것이라는 점이죠. ”
―블로고스피어의 발전을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지.
“사용자가 늘면서 양에서 질을 뽑아내는 것이 문제가 될 것입니다. 많은 양에서 좋은 질을 어떻게 뽑아내느냐가 관건이죠. 사람들은 품질 좋은 것을 찾게 될 것입니다. 그러려면 평판 시스템이 발전해야 하죠. 지금은 목록을 보여줄 정도에 그치고 있어요.”
김씨는 2006년부터 이현봉 대표가 운영하는 마이엔진에 합류해 지난해 출시한 ‘레딩’ 등 언제 어디서나 얼굴을 보며 웹 활동을 할 수 있는 ‘노마드웹’을 준비 중이다. 이 대표는 서울대 겸임교수이도 하다.
기획취재팀=김용출·김태훈·김창덕·김보은 기자 kimgija@segye.com
◆김중태 프로필
●1965년 6월23일 서울 출생
●1991년 서강대 국문과 졸업
●1993∼97년 멀티미디어 교육기업 ‘아망씨’ 창업 및 근무
●2003년 네이버 페이퍼에 블로깅 시작
●2006년 이후 ‘마이엔진’ 이사 재직
●1997년 이후 인터넷 ‘김중태문화원’ 운영 중
●국립중앙도서관디지털도서관, 한국정보문화진흥원, 한국인터넷진흥원 등 자문위원
● [웹2.0 시대의 기회, 시맨틱웹] [나는 블로그가 좋다] [C언어 이야기] [리눅스 줄게 웹호스팅 다오] [컴국지] [PC리모델링] [자바스크립트 이야기] [하드웨어 팔만대장경] [김중태의 통신이야기] 등 저서 20여권
◆김중태가 제안하는 좋은 블로거가 되기 위한 팁
1. 시간이 허락하는 대로 꾸준하게 오래하기
2. 마음 편하게 글쓰기
3. 블로그는 도구에 불과하다는 것을 염두에 두기
4. 블로그보다 더 멋진 일이 있다는 것을 잊지 않기
5. 블로그를 통해 내가 행복해졌나를 따져보기
●1965년 6월23일 서울 출생
●1991년 서강대 국문과 졸업
●1993∼97년 멀티미디어 교육기업 ‘아망씨’ 창업 및 근무
●2003년 네이버 페이퍼에 블로깅 시작
●2006년 이후 ‘마이엔진’ 이사 재직
●1997년 이후 인터넷 ‘김중태문화원’ 운영 중
●국립중앙도서관디지털도서관, 한국정보문화진흥원, 한국인터넷진흥원 등 자문위원
● [웹2.0 시대의 기회, 시맨틱웹] [나는 블로그가 좋다] [C언어 이야기] [리눅스 줄게 웹호스팅 다오] [컴국지] [PC리모델링] [자바스크립트 이야기] [하드웨어 팔만대장경] [김중태의 통신이야기] 등 저서 20여권
◆김중태가 제안하는 좋은 블로거가 되기 위한 팁
1. 시간이 허락하는 대로 꾸준하게 오래하기
2. 마음 편하게 글쓰기
3. 블로그는 도구에 불과하다는 것을 염두에 두기
4. 블로그보다 더 멋진 일이 있다는 것을 잊지 않기
5. 블로그를 통해 내가 행복해졌나를 따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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