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체 표면 결빙되면 항공기 추락위험 노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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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눈이 내리는 인천공항 활주로에서 제빙차량들이 항공기의 주날개와 꼬리날개에 방빙액을 뿌리며 'DE-ICING' 작업을 하고 있다. |
눈이 내리는 가운데 활주로에서 빚어지는 이 색다른 풍경에 여행객들마다 고개를 갸우뚱거리기 일쑤지만 다름아닌 겨울철 항공기 안전운항에 가장 필수적인 ‘De-icing’(항공기 제빙) 작업이다.
인천공항과 김포공항은 지난 11일과 21일, 22일 계속된 눈날씨로 항공기 지연 및 결항이 속출했는데 대부분 ‘De-icing’ 작업으로 인해 빚어졌다.
‘De-icing’이란 항공기 기체 외부에 달라붙어 있는 서리나 얼음, 눈 등을 제빙액을 이용해 제거하는 것을 말한다.
항공기 운항관련 규정에는 ‘Clean Aircraft’라고 해서, 항공기가 비행을 시작하기 전에 서리, 얼음, 눈은 항공기 날개와 조종면, 기타 항공기 중요부분에서 반드시 제거되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 미연방항공청(FAA)은 ‘기체표면 결빙시 항공기를 이륙시킬 수 없다’는 조항을 법규로 만들어 전세계 공항, 항공사에서 동일하게 준수하도록 하고 있다.
이처럼 De-icng 작업이 강조되는 이유는 기체표면이 결빙될 경우 항공기 이륙시 필요한 충분한 양력을 확보하지 못해 이륙하지 못하거나 추락할 위험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 비행기는 이륙할 때 시속 300㎞에 가까운 속도를 낸다. 이 정도의 속도라면 날개에 쌓인 눈이나 얼음이 맞바람에 의해 제거되지 않을까 생각할 수 있겠지만 이것은 오산이다.
실제로 지난 1982년 1월 13일 미국 워싱턴 DC에 위치한 내셔널 공항(현 레이건 공항)에서 승객과 승무원 79명을 태운 에어 플로리다 항공기가 De-icing 작업을 제대로 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륙하다가 실패해 인근 포토맥 강의 다리를 들이박고 추락하는 사고가 있었다. 이 사고로 5명은 생존했으나 74명이 숨지는 참사가 발생했다.
De-icing 작업은 가열된 주황색 제빙액을 항공기의 날개와 기타 주요 작동부위 표면에 뿌려 눈 등의 결빙물을 제거하고, 제빙작업 이후 재결빙을 방지하기 위해 흰색 방빙제(Anti-icing)를 표면에 뿌리는 순서로 이뤄진다.
보통 De-icing 작업은 항공기 이륙직전에 실시돼 20~30분 정도가 소요되는데, 이 과정에서 부득이한 지연출발이 발생하는 것으로 보면 된다. 비용은 기종과 작업 시간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지만 보통 항공기 1대당 70만∼80만원이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공항공사 한 관계자는 “모처럼의 여행이 지연출발로 시작된다면 기분좋을리 없겠지만 안전을 생각한다면 마음속의 여유를 가질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한편 22일 눈날씨로 인천공항과 김포공항에는 각각 107대와 21대의 항공기가 지연운항됐다.
인천공항=박병진 기자 worldp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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