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북초등교 유도부 창단.. 사비 털어 꿈나무 육성 구슬땀
“폐광지역에서 제2의 유도인생을 살고 있어 행복합니다.” 강원랜드 안전관리실 유송근(52) 상무는 요즘 강원도 정선군 사북읍 사북초등학교 어린이들에게 유도를 가르치는 재미에 푹 빠져 있었다.
유 상무는 1979년 유도 국가대표선수를 지냈고 88년 서울올림픽 때는 한국대표선수단 유도감독으로 활약했다. 93년부터 7년간은 대통령 경호실에서 근무한 이력을 갖고 있다. 강원랜드 안전관리 책임자인 그는 사북초등학교 학생들에게 매일 2시간씩 유도를 가르치는 등 하루 24시간을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보내고 있다.
“열악한 환경에 처해 있는 학생들에게 올바른 인성을 심어주기 위해 유도가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해 사북초등학교에 유도부를 만들었습니다.”
그는 지난해 3월쯤 수업을 끝낸 학생들이 강원랜드 주변 등지에서 맴도는 것을 보고 유도를 가르치기로 마음을 먹었다.
지도자가 없어 엄두를 내지 못하는 시골 학생들에게 강원랜드 안전관리실의 힘만으로도 충분히 보람있는 일을 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안전관리실에 근무하는 400여명의 직원들은 대부분 유도와 태권도 선수 출신이다. 이들의 공인 단수를 합치면 줄잡아 2000단이 넘는다.
유 상무는 폐광지역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어렵게 생활하는 학생들에게 자신감과 희망을 심어주는 것이 지역사회에 이바지하는 길이라고 생각해 사북초등학교 유도부 창단에 들어갔다. 마땅한 지도자가 없어 생각은 있어도 엄두를 내지 못하던 학교 측도 적극 협조했다.
탄탄한 실력을 갖춘 코치진이 확보되자 유도부 창단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유도장은 빈 교실 2개를 터 만들었고 매트와 유도복 100벌은 유 상무가 사비 등을 털어 마련했다.
그가 폐광지역 어린이들에게 운동을 가르쳐주기로 마음을 먹은 것은 불우했던 어린시절 유도 때문에 절망을 딛고 일어설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유 상무는 7살과 10살 때 차례로 어머니와 아버지를 여의었다. 천애의 고아가 돼버린 그는 초등학교 4학년 때 처음 유도와 인연을 맺은 뒤 방황의 터널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부모님이 생각날 때면 도복이 젖도록 매트 위를 뒹굴었습니다. 만약 유도를 배우지 않았다면 지금의 저도 없었을 것입니다. 공격하는 운동이 아니라 방어하며 예로 시작해 예로 끝나는 유도를 했기 때문에 어엿한 사회인으로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성장과정을 거친 그는 사북초등학교 유도부에 더욱 맘이 가고 하나라도 더 가르쳐 주고 싶다고 말했다.
| ◇강원랜드 유송근상무가 사북초등학교 유도부 선수들을 지도하고 있다. |
유도 공인 7단인 유 상무는 79년 유도 국가대표선수를 지냈으며 84년부터는 체육부대 유도감독을 8년 넘게 맡았다.
지난달 2일에는 강원랜드에 실업 유도팀을 창단하고 초대 단장 겸 감독을 맡는 등 1인 3역을 해내고 있다. 또 경호학 원론을 펴내고 국제유도연맹(IJF) 국제유도 심판 A급을 획득하는 등 유도를 빼놓고 그의 인생을 설명할 수 없을 정도다.
유 상무는 선수 및 지도자 생활을 하면서 각종 대회에 출전해 우승을 차지하는 등 손에 꼽을 수 없을 정도로 수많은 상을 받았다. 하지만 그는 이 같은 영광보다 어린 학생들로부터 인사를 받을 때가 가장 뿌듯하다고 털어 놨다.
유 상무는 “가끔 사북읍내를 걷다 보면 학생들이 멀리서 보고 뛰어와 ;감독님 안녕하세요’하고 인사할 때가 가장 즐겁고 직장에서의 스트레스가 확 달아난다”고 말했다.
지난해 4월 사북초등학교 유도부를 만든 이후 매일 유도장을 찾아 어린학생들과 매트 위를 구르며 구슬땀을 흘리는 유 상무는 “학생들이 각종 대회에 출전해 메달을 따는 가시적인 성과를 얻고 있다”며 “상당수는 국가대표급 선수로 성장할 자질을 보이고 있다”고 귀띔했다.
지난달 열린 강원도교육감배 유도대회에 17명의 학생이 출전해 금메달 4개와 은메달 및 동메달을 1개씩 땄다.
유도부를 만든 지 1년여 만에 거둔 성과다. 고학년은 유도를 배운 기간이 짧아 우수한 성적을 내는 것은 무리지만 저학년의 경우 다른 학교 선수에 비해 뒤지지 않는다. 금메달 4개도 모두 저학년에서 나왔다.
사북에서 어린 학생들에게 유도의 예와 기술을 가르치는 게 친정집으로 돌아온 느낌이라는 유 상무는 되레 학생들이 고맙다고 말했다.
청와대 경호실 근무와 16대 국회의원 출마로 잠시나마 유도를 떠나있었지만 강원랜드에 입사해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새로운 유도인생을 살고 있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밝혔다.
유 상무는 초등학교를 졸업한 아이들이 중학교에 진학해서도 계속 유도를 배울 수 있도록 내년 사북중학교에 유도팀을 만들기로 학교 측과 협의가 끝났다고 말했다.
중학교 유도팀 코칭스태프도 강원랜드 안전관리실 직원들이 맡아 지속적으로 가르치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유 상무는 “이 아이들이 커서 강원랜드 유도팀에서 선수생활을 한 뒤 안전관리실 직원으로 계속 근무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 나가겠다”며 “유도를 통해 폐광지역 학생들이 꿈과 희망을 갖고 밝게 생활하는 모습을 볼 때면 어릴 적 생각이 떠올라 마음이 찡할 때가 많다”고 말했다.
정선=박연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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