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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를 무척이나 밝혔던 신들- 켄타우로스 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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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7-02-26 00:00:00 수정 : 2007-02-26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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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유전자라는 것이 있어서 어느 정도 기본 인성을 물려받는다. 술을 아주 잘 마시는 유전을 물려받은 집안이 있는가 하면, 남의 물건을 훔치고 싶은 욕구를 물려받은 집안도 있으며, 좋은 머리를 물려받은 집안도 있고, 아주 놀기 좋아하는 유전인자를 물려받은 집안도 있다. 또한 끼가 다분하여 유독 색을 밝히는 피를 이어받은 이들도 있다. 이렇게 누구나 유전적인 인성을 물려받는다. 단지 세상을 살아가면서 감성을 자제하고 이성을 키우는 훈련을 하다보면 좋지 않다고 느끼는 타고난 버릇들이 억압되기는 한다. 이러한 유전을 희석시키기 위한 방법이 결국 근친간의 결혼을 금하는 사회제도일 것이다. 그래서 결혼이란 서로에게 좋은 유전인자를 물려주는 한 방법이니 결혼이야말로 아주 중요한 일인 것이다.

이러한 우리 인간들의 성향은 신들에게 물려받은 것이니 신들도 나름대로 기본 특성을 지니고 있었더란다. 그 신들 중에 호색한으로 유명한 유전인자를 가지고 있는 신족이 있었으니 켄타우로스 족이다. 이 족속은 머리에서 허리까지는 영락없는 인간이었으며, 허리 이하로는 말의 몸을 하고 있는 괴상망측하게 생긴 족속이다. 그러다보니 자연 손은 사람 손이요, 발은 말발굽을 한 존재였던 것이다. 신들 중에서 인간을 절반이나 닮았음을 인정받았음인지, 이 요상한 괴물 집단은 인간들과 교류를 하며, 인간들과 교제를 나눌 수도 있도록 허용되어 있었다.

그런 까닭으로 이들은 인간들의 결혼식에 종종 초대되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이들 켄타우로스 족과 친하게 지내던 페리토스가 결혼을 하게 되었다. 한 때는 켄타우로스 족과 싸움을 벌였던 페리토스였지만 이제는 서로가 친구가 되어 지내고 있는 터라 이들을 초대했던 것이다. 페리토스의 신부는 히포다메이아로 한 눈에 묘한 매력을 느끼게 하는 처녀였다.

결혼식은 성대하게 벌어졌다. 흥을 돋우는 음악이 연주되었고, 맛있는 음식들과 기분을 살려주는 감미로운 술잔치가 벌어진다. 하지만 켄타우로스 족들은 전통적으로 술에는 약한 유전자를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분위기에 젖어 술이 몇 순배 돌아가자 이들은 술에 취해서 시끄럽게 떠들어대기도 하고 여기 저기 돌아다니며 볼썽사나운 짓들을 하기도 했다. 이들 중에 특히 에우리티온이 있었는데, 술에 취하자 여자만 보면 환장하는 습관이 살아난 것이다. 그런데 하필이면 이 자의 눈에 들어온 여자는 다름 아닌 오늘의 주인공인 신부 히포다메이아였다.

마침 술김에 볼일을 보러갔다가 으슥한 곳에서 그녀를 마주하자 그는 다짜고짜 그녀를 껴안고는 힘으로 제압하여 그녀를 눕히고 말았다. 그리고는 서둘러 그녀의 옷섶을 헤치고는 그녀를 범하려 했던 것이다. 하지만 있는 힘을 다해 저항하며 그녀가 소리를 지르는 통에 결혼식에 참석했던 내빈들이 몰려오고 있었다. 제일 먼저 달려온 신랑 페리토스는 우선 그를 발로 걷어차서 그녀를 구한다. 그러자 술에 취한 켄타우로스들은 함께 행패를 부리기 시작한다. 그렇게 촉발된 싸움으로 페리토스 편과 켄타우로스 편으로 나뉘어 난투극으로 번졌다. 이제 결혼식은 싸움판으로 변했고, 이 싸움으로 많은 켄타우로스들이 죽음을 맞았다.

그렇게 싸움이 벌어져서 난투극이 이어지는 동안 전세가 불리한 것을 느낀 켄타우로스들은 줄행랑을 치기 시작한다. 싸움을 촉발시켰던 에우리티온도 용케도 빠져나와 목숨을 건진다. 그 후 그는 술을 마시지 않기로 마음먹고 한동안은 별일 없이 지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오레노스 나라를 여행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문득 그 나라를 다스리는 덱사메노스의 집 앞을 지나고 있었는데, 덱사메노스의 딸 므네시마케가 집을 벗어나 산책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여자라면 사족을 못 쓰는 에우리티온은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그는 그녀의 뒤를 졸졸 따라가기 시작한다. 주위에는 아무도 없는 것 같았다. 나쁜 버릇을 고치기란 쉽지 않은 법이다. 아무도 없다고 생각하자 가슴에서 울컥 치미는 욕정이 그를 사로잡는 것이었다. 그는 그녀에게 다가가 그녀에게 말을 걸었지만 그녀는 못들은 체하며 그냥 갈 길을 재촉한다. 조금만 지나면 숲에서 벗어날 것 같은 생각이 들자 에우리티온의 마음이 바빠진다. 그는 재빨리 그녀에게 다가가 그녀를 쓰러뜨리고는 그녀를 범하기 시작한다.

마침 이 덱사메노스 집에 머물러 있던 헤라클레스는 여인의 비명 소리를 듣고는 밖으로 달려나온다. 그러자 에우리티온이 므네마시케를 범하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그는 재빨리 달려와 에우리티온을 창으로 찔러 죽이고는 그녀를 구해 주었다.

결국 여자를 심하게 밝혔던 에우리티온은 곱게 살다가 죽지 못하고, 엉거주춤한 자세로 비참한 죽음을 맞고 말았으니, 물건 가진 바지들이여, 아무 곳에서나 허리띠를 풀지 말일이다. 물론 호색한의 유전을 안고 태어났다고 해서 스스로를 경멸하지는 말 일이다. 본능이란 교육과 수련을 통해서 고매한 인격체로 바뀌어가는 것이니, 본능이나 유전은 내가 나를 어떻게 다듬어가느냐에 따라 변해가는 것이다. 내 후손을 위해서라도 나쁜 습관은 자녀들에게 보여주지 않도록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것이다. ‘습관은 제 2의 천성’이라 했으니 본성보다 더 중요한 것이 습관인 것이다. 술이란 이성을 마비시키고 감성만을 자극하는 것이니 때에 따라서는 술을 자제할 줄도 알 일이다. 술 잘못 마시다가 패가망신하는 일들이 허다하니 말이다.
다음 주에는 어떤 이야기를 이어갈지 기대해 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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