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MBC 미니시리즈 ‘변호사들’에선 깔끔한 이미지의 변호사 서정호 역을 선보이기도 했다. 또 드라마 ‘홍국영’에선 샤프한 이미지를, ‘2004 인간 시장’에선 거칠고 반항적인 장종찬 역도 무난하게 소화해 냈다. “제가 요것 저것 해먹기는 딱 좋은 배우죠. (웃음)”
5남매 중 막내로 자란 김상경은 어렸을 때부터 배우로서 끼가 있는 것 같다고 했다.
“학예회를 하면 항상 연극을 했던 것 같아요. ‘춘향전’ 같은 걸 하면 항상 이도령이 아니라 변사또를 했어요. 처음 주인공도 맡았는데 해본 게 스크루지 영감이었어요. 돌아보면 평탄하고 평범한 역할은 그때부터 아니었던 것 같단 말이에요. 그래도 초반 드라마 할 땐 예쁘장하고 멋부리는 역할도 해봤다고요. (웃음)”
중앙대학교 연극학과(1992년 입학)를 졸업한 김상경은 1998년 MBC ‘애드버킷’을 통해 데뷔한 뒤, 이영애 이창훈과 호흡을 맞춘 ‘초대’를 비롯해 ‘왕초’ ‘경찰특공대’ ‘눈꽃’ 등의 드라마를 통해 얼굴을 알렸다. 청춘스타들과 호흡을 맞추기도 했고, 사회성 짙은 드라마에 출연해 강한 인상을 남겨보기도 하고, 사극에도 출연하는 등 그간 TV에서 다양한 이미지를 구축해 왔던 그다.
그러던 중 김상경은 배우로서 일종의 ‘방향 선회’를 하기 시작했다. 춘천과 경주를 오가며 벌어지는 연애담을 그린 홍상수 감독의 ‘생활의 발견’(2002)에서 주인공 경수로 주목을 끌었고, 봉준호 감독의 ‘살인의 추억’(2003)을 통해 흥행 배우로서 가능성도 보여줬다.
‘2004 인간시장’이나 ‘변호사’들 같은 드라마에 간간이 모습을 비췄지만 최근까지 그는 스크린에 전념하고 있다.
“특별히 영화만 해야지 혹은 이번엔 드라마를 해야지 그런 생각은 하지 않아요. 작품이 좋고 캐릭터만 좋으면 영화도 할 수 있고 드라마도 할 수 있는 거죠.”
14일 개봉을 앞둔 영화 ‘조용한 세상’은 ‘일단 뛰어’ 이후 조의석 감독이 4년 만에 내놓은 신작으로 휴먼 미스터리극을 표방하고 있는 작품. 이 영화에서 그는 원치 않아도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읽어내는 비범한 사진작가 류정호 역을 맡았다.
김상경은 이 영화에 출연하게 된 이유에 대해 “지금까지 안 해본 캐릭터라 관심이 갔다”며 “‘조용한 세상’이란 제목부터 관심이 갔다. 과연 이게 무슨 뜻일까, 결국 끝까지 시나리오를 읽게 됐고 마지막에 그런 의문이 풀렸다”고 말했다.
또 김상경은 극중 정호처럼 남들의 마음을 잘 읽는 편이라고 했다. 평상시 주위에서 관상도 잘 본다는 소리를 듣는다고.
“아무래도 직업이 배우이다 보니 캐릭터의 성격이나 특징·역할을 분석하니까, 제가 평소 남들의 버릇이나 행동 같은 것을 유심히 살피는 편이에요.”
특히 이번 영화는 대학 동기인 박용우와 함께 호흡을 맞췄다. 그는 “용우는 영화과였고 난 연극과여서 친해질 기회가 없었다. 현업에 나와서도 한 번도 같이 작업을 같이 한 적은 없었다”며 “그래도 동창이니까 접근하기 쉽고 편하고 서로 양보하면서 즐겁게 촬영했다”고 말했다. 최근 김상경은 5·18을 배경으로 한 대작 ‘화려한 휴가’(김지훈 감독)의 촬영을 끝마쳤다. 중간에 쉬지 않고 곧바로 영화를 두 편 연속으로 한 건 이번이 처음이라는 그는 이번 영화가 개봉하고 홍보기간이 끝나면 당분간 휴식을 가질 생각이다.
“배터리가 다 된 것 같은 느낌이에요. 휴대폰 보면 배터리 잔량 표시하는 부분 있죠? 제가 지금 세 칸 다 없어지고 배터리 표시만 남아서 깜빡거리는 것 같아요 (웃음).” 글 홍동희, 사진 전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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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경은 ''산사나이''
국내 유명산 모두 정복 마음 비우고 재충전 딱
김상경은 누구보다 산을 ‘사랑(?)’한다. 그는 촬영이 끝나고 휴식이 필요하다 싶으면 언제나 산을 찾는다. 국내 유명한 산은 안 가본 곳이 없을 정도라고. 산에 얽힌 이야기들을 들려달라고 했더니 다음과 같은 재미난 에피소드도 공개했다.
“산이라고 해서 항상 정상에 오를 필요는 없어요. 북한산 의상대에 갔을 때가 생각나네요. ‘생활의 발견’ 끝내고 도시락을 싸들고 산을 올라다닌 적이 있어요. 어느 순간, 의상대 봉우리를 보니까 ‘이곳은 옛날 의상대사가 도를 닦고...’ 뭐 그런 글귀가 쓰여 있더라고요. 그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왜 의상대사는 산 정상인 백운대에서 도를 닦지 않고 중간 지점인 이곳에서 닦았을까. 그런 생각을 가지고 비슷한 위치의 원효봉을 갔었는데, 거기서 그 해답을 찾았어요. 꼭대기에서는 하늘 밖에 보이진 않거든요. 그런데 그곳에선 주변 절경들이 다 보이는데다 아래엔 속세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거에요. 결국, 그곳이 경계지점이었던 셈이죠.”
그는 정상을 정복하는 것도 산을 오르는 즐거움이겠지만 경치 좋은 곳을 찾아 책도 읽고 마음을 비우고 이 생각 저 생각에 빠지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라고 귀띔했다.
서울 태생인 그는 어린 시절 거의 대부분을 어머니 고향인 충북 음성에서 보내야 했다. 김상경은 “방학 때면 언제나 시골에 내려가 마을 친구들과 서리도 하고 개구리도 잡으면서 놀았다”면서 “내 속에는 도시의 감성과 시골 감성 모두가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 때문인지 지방 촬영이 많았던 ‘살인의 추억’ 때나 ‘생활의 발견’ 촬영할 때 너무 좋았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산을 유난히 좋아하게 된 이유도 바로 어린 시절 영향 때문이 아닐까.
홍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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