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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리뷰]''팔방미인'' 물리학의 쓰임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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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6-06-13 15:30:00 수정 : 2006-06-13 1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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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것이 힘이다’고 역설했던 프랜시스 베이컨에 의하면 지식의 최종 목표는 ‘신이 내려준 귀중한 이성을 활용하여 인류에 유용하고 혜택을 주는 것’이라 했다. 첨단기술이 주도하는 현대 사회에서 기초과학인 물리학도 실생활과 산업적인 응용이 점차 강조되고 있다.
20세기 물리학의 경우 새로운 연구 결과가 나오면 모든 사람에게 영향을 주게 되었고 궁극적으로 산업적 응용으로 이어졌다. 20세기 초 전자기학, 상대론, 양자역학의 혁명적 발전은 소재, 플라스마, 원자와 핵에 대한 이해와 이에 기초한 광범위한 산업적 응용으로 이어졌다. 컴퓨터, 휴대전화 등 현대 첨단 정보통신 혁명은 물리학에 뿌리를 둔 반도체와 트랜지스터의 발명으로 시작되었다. 원자와 핵의 제어가 가능해지며 원자력의 활용과 첨단 자기공명장치, 양전자단층 촬영장치 등 첨단 핵의학 기기의 개발이 이루어지게 되었다. 또 양자역학과 고체물리의 발전은 LCD 등 다양한 디스플레이 기술로 이어졌고, 전자기학과 광학은 광통신산업의 근간 이론을 제공하고 있다.
한편 순수물리의 대표주자로 꼽히는 고에너지 입자물리학과 우주론과 같은 물리학 분야는 어떠한가. 만물을 이루는 근본요소인 쿼크 등 소립자를 설명하기 위한 수학적 구조는 아주 우아하고 엄청난 지적 즐거움을 주지만 상업적으로는 활용가치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입자물리 연구용 가속기인 사이클로트론도 첨단 의료영상장치용 방사선 동위원소를 만드는 데 활용되고 있다. 또 현대 디지털문명의 총아인 월드와이드웹(WWW)은 유럽 고에너지연구소(CERN)의 소립자 물리학자의 네트워크가 아니었으면 탄생할 수 없었다.
물론 이러한 산업적 효과가 물리학자들이 입자물리를 하는 진짜 이유는 아니며 지식창출 과정의 단순한 부산물일 뿐이다. 사실 순수물리 분야는 그 자체가 직접적으로 산업체에 쓰일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이들 물리학자의 지적 상상력에 의한 창조물은 매우 흥미롭다. 아인슈타인 이후 천재적 물리학자들에 의해 제시된 뒤틀린 시공간, 웜홀을 이용한 시간여행과 블랙홀 등 혁신적인 아이디어들은 일반 대중을 천체와 우주의 실험실로 이끌어내어 높은 수준의 지적 공유를 가능하게 해주었다.
사실 물리는 ‘무엇인가 새로운 것을 알아내는’ 과학으로 ‘무엇인가 만드는’ 공학은 아니다. 따라서 물리학은 과학으로서 본연의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하지만 물리는 기반조성적인 학문으로 장기적으로는 다양한 응용에 기여하게 된다. 좀 더 나아가 물리학자가 산업체의 현실에서 더 많은 쓰임새를 찾으려면 약간의 변화가 필요하기는 하다. 물리학은 몇 가지 가정과 이상화 과정을 통해 비교적 단순화된 문제로부터 출발한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매우 복잡한 구조를 가진 공학구조를 다루어야 하며, 적절한 근사와 함께 수치 계산도 해야 하고, 산업적 응용을 위해 경제성과 효율성 등에 대한 고도의 직관과 판단이 요구된다. 한편 산업체에서 물리학자가 공헌하려면 전문성 이외에도 창의력, 사업가적 기질, 의사소통 능력 등 일련의 ‘소프트’ 기술도 함께 필요하게 된다.
첨단과학기술이 중심이 되는 사회에서 물리학자는 전문적 지식과 사고훈련을 바탕으로 기초과학 본연의 진리탐구에서 한발 더 나아가 현실적 응용과제의 해결이라는 숙제도 함께 떠안게 되었다. 이 새로운 도전을 맞아 물리학자는 공학자들과 좀 더 다양하고 적극적으로 협력해 나가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물리학의 위대한 발견의 이면에 현대 첨단 정보통신산업을 이끄는 실리콘, 반도체 기술의 발전과정에서 물리학자는 공학자와 오랜 협력을 해왔다. ‘무어의 법칙’이 한계에 다다르고 이제 양자역학에 기초한 나노기술로 정면승부를 해야 하는 이 시점, 신사고의 물리학자와 공학자들의 새로운 협력을 통해 돌파구를 열어 나가기를 기대한다.
김승환 포항공대 교수·물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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