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천재감독 프랑수아 오종이 말한 대로 “일상이라는 것이 사랑의 긴장을 상쇄시켰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별의 이유를 찾으려는 몸부림은 의미가 없다. 영원할 것 같은 사랑이 식어버리는 것은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어쩔 수 없지만 이별의 순간을 받아들여야 한다. 영화는 바로 이 지점에서 시작한다.
프랑수아 오종의 ‘5×2’는 두 남녀가 이혼서류에 서명하는 장면에서 시작해 그들의 첫 만남까지 시간을 거스르며 이야기를 전개한다. 더는 서로를 보며 아파할 이유도, 미워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한 질과 마리옹. 이제 그들은 각자의 삶을 살아가려고 한다. 함께 살았던 기억도, 귀여운 아이도 그들의 이별을 되돌릴 수 없다. 초췌하고 스산해 보이는 그들의 모습에서 도대체 사랑을 하긴 한 것인지 의심이 들 정도다.
질과 마리옹이 겪는 이별, 저녁식사, 출산, 결혼, 만남 등 다섯 가지 기억의 조각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는 어느 순간 엉킨 실마리를 찾으려는 부질없는 노력을 하게 된다. 도대체 그 둘이 어디서부터 어긋난 것인지 고민한다. 스릴러 영화 단서를 추리하듯 집요해진다. 어려운 수학 문제를 갖고 끙끙대지만 영화는 결코 그 해답을 주진 않는다.
굳이 찾는다면 비슷한 장면은 있다. 마리옹이 결혼식날 밤 미국인 여행객에게 잠시 마음을 뺏긴다거나, 질이 아내의 출산을 안 보려고 뒷걸음질치는 순간들이 그것이다. 하지만 ‘아 그래서 헤어진 거구나’라고 생각할 만한 만족스런 해답은 아니다.
질과 마리옹은 일상의 흐름 속에서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사랑이 식어갔기 때문에 이별의 결정적 변곡점을 찾을 수 없다. 말하자면 ‘5×2’는 ‘왜 이별하게 됐을까’가 아니라 ‘영원한 사랑은 없다’는 데 방점을 찍는 영화다. 영화 도입부에서 먼저 보여주는 두 사람 관계의 파탄이 이 점을 잘 보여준다. 질은 마지막으로 이렇게 묻는다 “다시 시작하지 않을래?” 하지만 잠시 생각하던 마리옹은 그냥 문을 닫고 나가버린다.
시간의 역순 전개 방식은 이창동 감독의 ‘박하사탕’이나 미셸 공드리의 ‘이터널션샤인’에서 본 것처럼 익숙하다. 하지만 이들 영화가 피폐한 현실이나 아픈 이별을 해소하기위해 시간을 되돌린 데 반해 ‘5×2’는 아무런 해법도 찾지 않는다는 점에서 색다른 지점에 서 있다. 실연에 아파하거나 아직도 엉킨 실마리를 찾아 추억을 떠도는 이들에게 작은 도움이 될 만한 영화다. 26일 개봉.
이성대 기자 karisn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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