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상 미국의 경우 이러한 연유로 해서 즉, 모국어가 외국어 습득에 있어서 방해가 된다고 하여, 특히 2차 대전 이후 1960년대에 이르기까지, 외국어 학습과정에서 절대적으로 피해야 할 것으로 여겨졌다. 자연히, 외국어 교육 또한 학습자의 모국어인 영어와 학습자가 배우고자 하는 외국어의 상호비교를 통한 차이점의 파악을 근거로 해서 학습자의 모국어인 영어가 학습자의 외국어 습득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는 부분을 미리 예측하고 그러한 부분을 학습자에게 집중적으로 가르침으로써 학습효과의 극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믿음에 의거하여 진행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믿음은 1970년대에 들어서 그 설득력을 잃게 된다. 이 시대에 이루어진 많은 언어습득 (language acquisition)에 관한 연구에 의하면, 우선 발음 (pronunciation)에 있어서, 외국어를 배우는 과정에 있어서 발생하는 엑센트 (accent) 문제의 결정적 요인은 학습자의 모국어의 방해로 인한 것이 아니라, 이미 그릇된 영어 상식 5: 발음이 나쁘면 영어를 못한다?에서도 언급하였듯이, 학습자로 하여금 언어를 손쉽게 배울 수 있도록 하는 언어습득장치 (language acquisition device)가 사춘기 (puberty)를 지나면서 그 기능이 소멸되어 가는데 그 중에서도 특히 발음을 습득할 수 있는 기능의 소멸이 가장 두드러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화석화 (fossilization)로 인한 언어습득의 정체현상 또한 외국어를 배우는 과정에 있어서 발생하는 엑센트 문제의 주된 요인으로 작용을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화석화란 외국어를 배우는 사람이 자신이 배우는 외국어의 실력이 어느 정도 수준에 도달해서 더 이상 외국어를 배울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 때 오는 외국어 실력의 정체현상을 말한다. 즉, 외국어를 배우는 사람이 자신의 외국어 실력이 어느 정도 됐다고 생각하면 더 이상 외국어를 배우려는 노력을 경주하지 않고 그 수준에 안주함으로써 더 이상 발음이 향상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모국어와 외국어의 문장구조 상의 차이점으로 해서 오는 문제들 (errors)에 관해서 말하면, 상식적으로 생각할 때, 만일 모국어의 문장구조에 대한 지식이 외국어의 문장구조를 습득하는데 있어서 방해요소로 작용한다고 하면, 외국어를 배우는 과정에서 발생되는 문제들의 근본적 원인은 분명 학습자의 모국어 문장구조와 관련이 있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가정을 전제로 영어를 외국어로 배우는 다양한 국적의 학습자들이 영어를 구사할 때 유발하는 문제들 의 원인을 분석해 본 결과, 그들이 영어를 구사 할 때 자신들의 모국어의 구조적 특성을 적용 (transfer)해서 발생되는 문제점들은 의외로 미미하다는 것을 밝혀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그들이 영어를 구사 할 때 발생되는 문제들은 그들의 모국어가 서로 다름에도 불구하고 매우 흡사하다는 것은 물론, 영어를 모국어로 배우는 아이들이 영어를 배울 때 관찰되는 문제들과도 또한 매우 흡사하다는 것을 밝혀냄으로써 모국어가 외국어를 배우는 과정에 있어서 결정적 방해요소가 된다는 종전의 입장을 무색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물론, 외국어를 습득하는 데 있어서 모국어가 어느 정도 방해요소로 작용을 한다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흔히 생각하듯이 모국어가 외국어 습득에 심각한 방해요소로 작용하기 때문에 외국어를 배우는 과정에서 철저히 배제 되어야 한다는 발상은 언어학적으로나 혹은 언어 교육학적으로 볼 때 치명적인 오류인 것이다. 오히려, 모국어는 외국어를 좀 더 효율적으로 습득하기 위한 수단으로써 활용되어야 한다는 것이 현재 언어학계 및 언어 교육학계의 입장이다.
일 예로, 문화 충격 (culture shock) 혹은 언어 충격 (language shock)이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사회 언어학 (social linguistics)에서 나온 말로 간단히 설명하면 학습자가 외국어를 배우고자 할 때 받는 문화적, 언어적 충격을 말한다. 이러한 문화적, 언어적 충격은 외국어 학습에 있어서 학생들의 동기유발 (motivation)과 자긍심 (self-esteem)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는 결정적 요소로 작용을 한다. 이러한 이유로 해서, 미국의 ESL (English as a Second Language; 영어가 모국어인 환경에서 외국인이 영어를 배우는 것) 교실에서도 조차, 특히 학습초기에, 학생들의 문화적, 언어적 충격을 줄이기 위한 방편으로 교사들로 하여금 학생들의 모국어를 쓰도록 권장하고 있다.
교육학적 측면에서 볼 때, 교과 (subject matters)와 연관된 개념 (concepts)을 이해하는 것은 배움 (learning)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그리고, 만일 학생들이 이러한 개념들을 외국어보다는 자신들의 모국어를 사용해서 배운다고 한다면 학습 효과면에서 어떠한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누구나 쉽게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민주주의라는 개념과 삼권분립이라는 개념에 대해 배운다고 했을 때 외국어보다는 모국어를 통한 개념의 이해가 훨씬 효과적이라는 것에 이의를 다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러한 근거를 바탕으로 해서 등장한 대표적인 교육이 다름아닌 이중언어교육 (bilingual education)이다. 이 교육은 미국과 같이 다양한 언어를 쓰는 민족들로 구성된 나라에서 언어적으로 소수에 해당하는 사람들 (ethnic group)을 위한 교육 방법으로 학생들로 하여금 교과 내용을 모국어로 이해케 하면서 영어 또한 배우게 하여 긍극적으로는 학생들의 교과에 대한 이해는 물론, 그들로 하여금 모국어와 영어 모두를 능통하게 할 수 있게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제까지 외국어를 습득하는 데 있어서 모국어의 역할에 대해 간단히 적어 보았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외국어를 배우는 데 있어서 모국어가 방해를 하기 보다는 도움을 주는 요소가 오히려 더 많다는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주의할 것은 “외국어를 배우는 과정에 있어서 학습자의 모국어를 어느 시기에, 얼마 만큼, 그리고 어떻게 쓰느냐?”인 것이다 왜냐하면, 언어 교육학적 측면에서 볼 때, 문법-해석 교수법 (grammar-translation)식의 모국어 사용은 보다 나은 우리의 영어교육을 위하여 지양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영어를 외국어로 지도하는 입장에 있는 이들은 이제부터라도 영어를 배우고 가르치는 과정에서 우리말을 과연 어느 시기에, 얼마 만큼, 그리고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을 해 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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