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편 흥행은 속편 제작의 기본
속편이 제작된다는 것은 당연한 말이지만 전작의 흥행이 잘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조폭마누라’는 530만명, ‘가문의 영광’은 516만명, ‘두사부일체’는 350만명 등 최소 300만명 이상 관객의 호응을 얻은 작품들이다. 외국영화 또한 마찬가지다. ‘원초적 본능’은 92년 당시 3억5292만달러, ‘미션 임파서블’은 1편이 4억5649만달러, 2편이 5억4590만달러, ‘엑스맨’은 1편과 2편이 각각 3억달러와 4억644만달러 등 엄청난 수익을 냈다.
게다가 최근에는 ‘전편만한 속편이 없다’는 속설이 깨지면서 속편 제작의 불을 댕겼다. 2005년 초 ‘공공의 적2’가 391만명을 기록한 것을 시작으로 ‘가문의 위기’가 전작보다 50만명이나 많은 566만명의 기록을 세웠다. ‘가문의 위기’의 코미디 기록을 깬 것은 ‘두사부일체’의 속편 ‘투사부일체’. 무려 600만명이 넘는 관객으로 전작(350만명)의 더블 스코어를 기록했다. ‘코미디’가 판치는 속편 행렬에서 다른 맥을 형성하고 있는 영화로는 임권택 감독의 100번째 영화 ‘천년학’이 있다. ‘서편제’의 속편격으로 이청준의 ‘선학동 나그네’를 원작으로 했다. 한국 영화들이 ‘조폭’과 ‘코미디’를 키워드로 하는 것과 달리 해외 영화들은 액션과 애니메이션, 스릴러 등 다양한 장르에서 파상공세를 편다. 스릴러인 ‘원초적 본능’, 애니메이션 ‘아이스 에이지’, ‘빅마마 하우스’의 코미디물 등 속편은 장르에 구애받지 않는다.
속편 영화들은 대부분 1편의 흥행을 거둔 후 부랴부랴 준비되지만 ‘기획 시리즈’도 있다. ‘흡혈형사 나도열’은 속편을 염두에 두고 제작돼 총 3부작으로 예정돼 있다. ‘흡혈형사 나도열’의 배급을 맡은 쇼박스의 관계자는 “나도열과 같은 영웅을 소재로 한 속편이 제작된다는 것은 해외 영화처럼 우리나라 영화가 캐릭터 자체만으로도 영화를 끌고 갈 정도로 발전했다는 의미”라며 “과거 에로 드라마에서 시리즈물이 많았듯, 코미디 영화도 하나의 트렌드이며 향후 한국 영화가 다양하고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힘”이 될 것이라고 속편 영화의 연이은 등장을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 이전과 같다. 또한 같지 않다
1년 단위로 시리즈물이 나오기도 하지만 14년을 기약 없이 기다리다가 관객을 맞는 필름도 있다. 1992년 개봉한 ‘원초적 본능’이 바로 그런 경우다. 이렇게 같은 속편이라고 하더라도 나온 기간이 다르듯 그것을 풀어내는 방식도 다르다. 외화의 경우 ‘영웅 시리즈’가 주를 이루는 만큼 그 이야기는 주로 어떻게 영웅이 되었는지 이전의 모습을 보여주는 ‘프리퀄’과 이후 영웅의 활약상을 보여주는 후일담 형식이 많다. 영화 한 편이 한 사람의 일대기를 보여주는 것이 아닌 만큼 필요한 부분만 영화에서 구현되기 때문에 나머지 부족분이 바로 속편이 노리는 부분이 된다. 죽은 줄 알았던 악당이 다시 살아나거나 다른 악당이 나타나 사회 정의를 위협하는 방식으로 영웅 시리즈는 끝없이 이어진다. ‘슈퍼맨’ ‘엑스맨’ ‘미션 임파서블’ 등이 대표적인 경우다.
반면 코미디 속편이 많은 국내 영화의 경우 ‘반복 재생산’이 대세다. ‘가문의 위기’는 전편의 김정은 가문에서 신현준의 가문으로 옮아갔다. 다른 조폭 가문을 배경으로 하지만 조폭에 어울리지 않는 법조인 남편 혹은 아내라는 기본 뼈대를 유지해 결혼에 골인하는 과정을 그렸다. 그리고 3편이 제작되는 ‘가문의 부활’은 굳이 따지자면 ‘가문의 영광’이 아닌 ‘가문의 위기’의 속편으로 볼 수 있다. ‘가문의 위기’ 출연진이 나오는 프리퀄이기 때문이다.
‘투사부일체’ 역시 고등학교 학생에서 교생으로만 상황을 바꿔 조폭의 학교 생활을 담아냈다. 그 흐름 또한 전편과 똑같은 ‘재생산’이다. 이렇게 완전히 똑같은 영화이기 때문에 속편은 관객들에게 친밀감 대신 식상함을 안겨줄 가능성도 있다.
속편은 그 식상함을 탈피하기 위해 전편보다 자극적이게 마련이다. ‘투사부일체’는 가학적 개그로, ‘가문의 영광’은 성적 농담으로 그 부족분을 채웠다. 해외 영화의 경우 전편의 성공에 힘입어 투자 유치가 더 쉽기 때문에 많은 제작비로 화끈한 액션을 선보인다. 컴퓨터 그래픽이나 해외 로케 등 화려한 볼거리가 속편에서는 관객의 시선을 잡는다.
‘조폭마누라3’를 제작하는 현진씨네마 측은 “여자 조폭은 인물이나 이야기 상황 등이 재생산이 가능하다”며 속편의 이유를 설명한 뒤 “‘3편은 아시아 시장을 타깃으로 중화권 배우 서기를 섭외했으며, 해외 로케이션 진행과 홍콩식 액션을 보강할 것”이라며 속편의 차별화 전략을 설명했다.
# ‘의미’있는 속편 영화 제작, 그런데 누구 것?
속편을 만들 권리는 누가 가지고 있을까.
속편 영화들을 살펴보면 1, 2, 3편이 배급사도 다르고 감독도 달라진다. 시나리오 작가도 항상 같은 사람이 아니다. 일반 소설의 경우 소설가가 저작권을 가진다지만 많은 사람이 작업하는 영화에서는 감독, 작가 등 그 관계가 모호해진다.
저작권법에 따르면 영화 한 편에 대한 저작권은 제작사가 가진다. 영화의 제목이나 내용 등은 전적으로 제작사 몫이 된다는 의미다. 영화 한 편은 스토리와 연출, 조명 등 아주 작은 부분에서 파생된 다양한 권리들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제작사가 갖기도 하지만 유명 시나리오 작가나 스타 감독이 자신의 아이디어로 영화를 제작할 때는 저작권에 대해 따로 계약을 해 감독이 저작권을 가지기도 한다. ‘조폭마누라’는 현진씨네마가, ‘두사부일체’는 시네마 제니스, ‘가문의 영광’은 태원 엔터테인먼트가 저작권을 가지고 속편을 제작한다.
그러나 익명을 요구한 영화 관계자는 “감독이 아이디어를 직접 내고 만들어도 저작권이 제작사로 넘어가는 것은 불합리하다”며 “속편에서 ‘일회용’ 감독이 계속 바뀌는 점에서 볼 수 있듯이 창작 의욕을 소멸시킬 수 있다”고 부정적인 견해를 보이기도 했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슈퍼맨 리턴즈, 원초적 본능2, 아이스 에이지2, 엑스맨3 |
정진수 기자 yamyam198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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