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처럼 향기가 기억에서 가장 잊히지 않는 감각적 자극일 것으로 생각된다는 과학자들의 주장이 나왔다.
향기와 풍경이 어떻게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지 살펴보려고 뇌를 정밀 검사해 감각과 기억의 상관관계를 설명해 낸 국제 신경과학자 연구팀은 실험 끝에 이같이 밝혔다고 과학잡지 뉴사이언티스트는 지난달 31일 보도했다. 이번 연구를 이끈 영국 런던대 이미지 신경과학과의 제이 코트프리드는 “냄새는 가장 손쉽게 기억을 떠올리게 할 것 같은 감각적 자극으로 오랫동안 기억된다”고 말했다.
앞선 연구에서도 형체에 대한 기억은 수시간 혹은 수일이 지나면 잊히기 시작하는 반면 냄새에 대한 기억력은 1년이 지나도 손상되지 않은 채 남아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논란이 일기도 했지만, 뇌 가운데 기억과 창조의 중심부분인 해마가 해를 입어 몇년 동안의 일을 기억하지 못하는 기억상실증 환자도 어렸을 때 맡았던 냄새는 회상할 수 있다는 연구도 있었다. 그러나 아직까지 과학적으로는 입증되지 못했다.
한편 연구팀은 실험에서 과거의 한 사건과 관련된 기억들이 뇌의 지각중추 여러 곳에 흩어져 있으나 해마에 의해 이들 지각중추가 긴밀히 연결돼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코트프리드는 “이는 우리의 기억체계가 갖춘 장점”이라며 “냄새나 풍경, 맛 어느 하나만 떠올려도 이들을 경험했던 당시 모든 일을 기억해낼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실험대상자들에게 일련의 그림들을 보여주면서 이와 별 연관이 없는 냄새를 맡게 했다. 예를 들어 오리 그림을 보여주면서 장미의 향기를 맡게 해 나름대로 연상토록 한 것. 이어 이미 보여준 그림과 다른 그림을 뒤섞어 보여주면서 뇌의 활동양상을 정밀 검사했다. 그랬더니 한번 본 그림에는 뇌의 해마와 이상엽 피질에서 반응을 보였다.
이상엽 피질은 바로 냄새를 담당하는 기관이다. 따라서 이번 연구는 시각적인 자극이 이와 관련돼 경험한 냄새를 관장하는 뇌 부분까지도 활성화한다는 사실을 밝힌 셈이다.
황계식기자/cul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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