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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억에 가장 오래 남는건 냄새

입력 : 2004-06-02 14:19:00 수정 : 2004-06-02 14: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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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신경과학자 연구팀 밝혀 냄새에 이끌려 무엇인가 기억해내는 일을 두고 ‘프루스트 현상’이라 한다. 이는 프랑스의 위대한 작가 마르셀 프루스트가 대표작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서 홍차에 적신 마들렌(과자의 일종) 향기를 맡고 순간 행복했던 어린 시절을 회상해 나가는 주인공을 등장시킨 데서 비롯됐다.
이처럼 향기가 기억에서 가장 잊히지 않는 감각적 자극일 것으로 생각된다는 과학자들의 주장이 나왔다.
향기와 풍경이 어떻게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지 살펴보려고 뇌를 정밀 검사해 감각과 기억의 상관관계를 설명해 낸 국제 신경과학자 연구팀은 실험 끝에 이같이 밝혔다고 과학잡지 뉴사이언티스트는 지난달 31일 보도했다. 이번 연구를 이끈 영국 런던대 이미지 신경과학과의 제이 코트프리드는 “냄새는 가장 손쉽게 기억을 떠올리게 할 것 같은 감각적 자극으로 오랫동안 기억된다”고 말했다.
앞선 연구에서도 형체에 대한 기억은 수시간 혹은 수일이 지나면 잊히기 시작하는 반면 냄새에 대한 기억력은 1년이 지나도 손상되지 않은 채 남아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논란이 일기도 했지만, 뇌 가운데 기억과 창조의 중심부분인 해마가 해를 입어 몇년 동안의 일을 기억하지 못하는 기억상실증 환자도 어렸을 때 맡았던 냄새는 회상할 수 있다는 연구도 있었다. 그러나 아직까지 과학적으로는 입증되지 못했다.
한편 연구팀은 실험에서 과거의 한 사건과 관련된 기억들이 뇌의 지각중추 여러 곳에 흩어져 있으나 해마에 의해 이들 지각중추가 긴밀히 연결돼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코트프리드는 “이는 우리의 기억체계가 갖춘 장점”이라며 “냄새나 풍경, 맛 어느 하나만 떠올려도 이들을 경험했던 당시 모든 일을 기억해낼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실험대상자들에게 일련의 그림들을 보여주면서 이와 별 연관이 없는 냄새를 맡게 했다. 예를 들어 오리 그림을 보여주면서 장미의 향기를 맡게 해 나름대로 연상토록 한 것. 이어 이미 보여준 그림과 다른 그림을 뒤섞어 보여주면서 뇌의 활동양상을 정밀 검사했다. 그랬더니 한번 본 그림에는 뇌의 해마와 이상엽 피질에서 반응을 보였다.
이상엽 피질은 바로 냄새를 담당하는 기관이다. 따라서 이번 연구는 시각적인 자극이 이와 관련돼 경험한 냄새를 관장하는 뇌 부분까지도 활성화한다는 사실을 밝힌 셈이다.

황계식기자/cul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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