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는 알링턴 국립묘지 등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이들을 모시는 묘역과 기념탑 등이 도처에 산재한다. 늘 해이된 생활태도로 국가관이 없을 것 같지만 의외로 애국의 열정이 뜨겁다. 워싱턴 몰에는 한국전 참전기념공원도 있고 베트남전 참전기념공원도 있다. 플로리다에도 한국전 참전용사 추모기념비가 세워졌다. 나라를 지키다 목숨을 잃은 것은 아니지만 나라의 이름으로 참전해 해외에서 산화한 이들을 나라와 국민이 결코 잊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시다. 수십년이 지난 요즘도 미국정부는 엄청난 희생과 비용을 감수해 가면서 몇개라도 남은 작은 뼛조각인 미군 유해를 발굴해 가는데 무던히도 정성을 기울이고 있다.
얼핏보면 이러한 일들은 공연한 허식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것들은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이들에 대해 국가가 결코 잊지 않는다는 확실한 증거를 국민에게 심어주는 상징행위다. 이와 같은 상징행위를 통해 나라가 위태로울 때 젊은이들은 흔쾌히 목숨을 내놓게 하는 명분을 쌓는지도 모른다.
우리는 유난히도 애국을 강조한다. 그런데도 현충일을 그냥 노는 날 쯤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짙다. 집집마다 조기를 게양하는 것은 고사하고 가무음주를 삼가는 일조차 보기 힘든다. 행락객으로 고속도로가 주차장이 되는 것은 너무 흔한 경험이다.
우리도 이제 나라의 근본을 지키는 데 신경을 써야 할 계제가 되었다. 국립현충원도 있고 현충탑도 곳곳에 세워졌으며 전쟁기념관까지 생겼지만 아직도 호국영령들에 대한 추모가 미진한 것을 그대로 둘 수는 없다. 전상자와 참전자들을 명예롭게 대우하는 일도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 마침 이번 현충일은 6.25전쟁 50주년에 맞고 있다. 순국영령들에게 작은 꽃 한송이를 바치는 마음만은 잊어서는 안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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