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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아내는 쿨해요” 누리꾼 울린 시한부 아내 투병기

입력 : 2019-08-05 16:51:42 수정 : 2019-08-05 17: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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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특정 기사와 관련 없음. 게티이미지뱅크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아내 자랑 글’이 누리꾼을 울렸다. 

 

지난 2일 새벽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는 “제 아내는 쿨해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뇌종양으로 시한부 판정을 받은 아내를 자랑하는 남편의 글이었다. 

 

글쓴이는 “악성 뇌종양 중에서도 독성이 심한 교모세포종인 암을 앓고 있는 아내가 씩씩하고 강한 성격을 가진 사람”이라고 소개하며 “그런 아내가 정말 사랑스럽다”고 자랑했다.

 

이어 글쓴이는 “뇌종양 판정 받고 다음날 혼인신고를 했다”며 “아내는 강력히 싫다고 했지만 제가 고집을 좀 부렸다. 10년 연애 했는데 아내처럼 멋있는 여자는 못 봤다”라고 애정을 드러냈다.

 

최대 2년 생존이 목표인 병명을 안 뒤에도 울지 않았다는 글쓴이의 아내는 “억울하다”라면서도 “어쩌겠나. 이미 병에 걸린 거… 인정해야지”라며 의연한 모습을 보였다고.

 

사진은 특정 기사와 관련 없음. 게티이미지뱅크

 

글쓴이는 “저희 부부는 뇌종양으로 인생을 배워간다”며 “오늘 하루 웃으며 지내는 게 얼마나 소중한지 배웠고, 아내가 얼마나 멋지고 사랑스럽고 좋은 여자인지 알게 됐다”고 글을 써내려갔다.

 

그는 “(아내가) 한번씩 약 때문에 튀어나온 배를 탕탕 두들기며 ‘아 이거 우짜지?’ 혼자 고민하는 모습조차 사랑스럽다”고 자랑하기도 했다. 

 

죽음을 생각해야 하는 암담한 현실에도 시종 유쾌한 톤으로 아내의 투병 생활을 전한 남편의 글에 누리꾼의 응원이 쏟아졌다. 

 

글을 읽은 누리꾼들은 “읽는 내내 눈물 났다”, “두 사람의 사랑이 정말 달콤하다“, “아내분 정말 멋지다” 등의 반응을 남겼다.  

 

다음은 온라인 커뮤니티 글 전문.

 

제 아내는요.. 

어찌보면 굉장히 쿨 합니다 

제가 아는 시한부(?)  암환자 중에 제일 쿨할겁니다 

제아내는.. 뇌종양 환자입니다  

교모세포종이라는 신경교종 암 환자 입니다( 교모세포종= 간단히 말하자면 악성 뇌종양 중 가장 흔하게 걸리지만,.가장 독하다는 종양) 

평균 수명이 길어봤자 14개월 이라는데 대개는 1년 내외라고 생각 하면 됩니다 왜이리 평균 수명이 짧냐 하면..재발율이 100%라 그렇습니다. 5년이상 생존율은 8%라고는 하는데 실제로는 더 밑이라고도 들었습니다

뚜렷한 치료방법도 없구요. 

처음 뇌종양 판정 받고..아내는 그날로 판정받은 지방 대학병원에서 바로 수술받겠다고 했습니다 다른분들처럼 이곳저곳 병원 알아보고.,. 

그런거 안했습니다 

이유는? 집이랑 가까워서 입니다(서태웅 인줄..) 

저보고 아침 저녁으로 집에가서 강아지들 밥주라고 하더군요  

그리고 뇌종양 판정 받고 다음날 저희는 혼인신고를 했습니다 

아내는 강력히 싫다 했지만..제가 고집을 좀 부렸습니다.10년 연애 했는데..

제 아내 처럼 멋있는 여자는 못봤거든요..ㅎㅎ(지금까지 이선택은 제인생의 선택중 가장 잘한 일인듯 합니다)

암튼 수술받았는데...정말 거짓말 처럼 후유증 하나 없었습니다.  

종양이 5cm를 넘어서 꽤큰편이었는데... 운동신경이랑 붙어 버려 수술후 왼쪽 편마비는 무조건 올거다..치매증상도 각오해라.,.라고 의사쌤이 저에게 말했으나...수술후 중환자실로 옮기며 쿨하게 왼쪽손을 들어버리고...장모님 목소리에 마취도 안깨고 엄마? 라고 말하는 기적을 보이더군요 

그때..전  저여자 멋있다....  또 반했습니다 

수술 다음날..중환자실에서 일반 병실로 옮기고는... 

저에게 처음 한 그 한마디를 아직도 잊지 못합니다 

"회사에 세금계산서 제출해야돼..pc 할수 있는곳 수배해봐.." 

다행이 병원에 유료 pc가 있어 미션을 수행할수 있었습니다 

이 이야기를 주변에 하면 안믿습니다. 근데 진짜입니다 

뚜껑(저희는 이렇게 표현합니다) 열고 수술 하고 다음날 세금 계산했다니까요? 진짜로!!

수술후 10일 정도 되었을때 종양 조직검사가 나왔습니다  

저혼자 교수님께 갔었죠..교모세포종이라 말씀하시며..(위의 설명 참조)  아직 젊으니 포기 말라고..최대한 2년을 목표로 살아보자셨습니다 

전 아내에게 처음엔 거짓말 했습니다 

근데..보험회사 제출용  진단서에..떡 하니 교모세포종이라 한글로 적혔더라구요.(그전에 다른 서류에 영어로 적혔길래..진단서에도 그럴줄 알았음.) 그걸 보고 아내는... 

"에이씨 교모세포종이네!!!  이럴줄 알았다..어설프게 거짓말 하지마라 알았나?" 라고 말하며 씨익 웃더군요

"교모세포종이 먼지 아나?" 

"내가 조직검사 기다리면서 뇌종양 공부도 안할줄 알았나? 공부 다했다"

"미안..근데 내입으로 말 못하겠더라.." 

"됐다..니잘못이가? 얼마나 산다던데?" 

"일단....2년을 목표로..." 

"알았다" 

정말 대화는 저게 끝입니다. 울지도 않더라구요 (저 없을때 울긴 했겠지만..)

한번씩 제가 물어봅니다. 억울하지 않냐고.. 

그럼 아내는.. 

" 억울하기도 하지..내한테 왜이러나..싶고..근데 우짜노? 이미 병 걸린거..걍 인정해야지."

또 가끔 이런말도 하긴 합니다 

"내가 그동안 머땜에 그리 아둥바둥 살았는지 모르겠다. 이래 될꺼...걍 좀더 즐길껄.."

저희 부부는 뇌종양으로 인생을 배워 갑니다 

전 팔자에 없을줄 알았던 공장생활이란걸 몇년째 하며 노동의 드러움(?)을 좀더 배웠고..(절대 비하가 아닙니다..노동자들을 무시하는 사람들의 드러움을 말하는 겁니다) 

오늘 하루 웃으며 지내는게 얼마나 소중한건지를 배웠고.. 

제 아내가..얼마나  멋지고..사랑스럽고 좋은 여자인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아..요즘 아내는...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을 합니다 

지나가다 X이소 주차장에 세워진 차들을 보며..이래서 대구가 발전이 없고 안되는 거라며 분노 하고..

옛날에 산 제 일본 게임기를 보고  저한테 매국노라.. 호통을 치며.. 

본인이 즐겨 먹던 음료가 X데 꺼라고 안마신다고 혼자 대국민 약속도  합니다

작년에 산책중 쓰러져...지나가던 정말 감사한분들의 도움으로 간신히 살아난 후 혼자서는 절대 바깥 출입을 안하는 아내는.. 

제가 쉬는날이 유일한 외출날 인데도..저 피곤하다며 나가자는 소리도 안하고..

돈 한푼 더벌겠다고 특근하겠다 하면...그냥 아껴쓰면 되니 하지마라 화도 내며....

제가 어쩌다 화를 내면  받아치지 않고 일단 참아주는 현명함도 있으니..

전 참.. 행복한거 같습니다 

한번씩  약때문에 튀어나온 배를 탕탕 두들기며.. 

"아..이거 우짜지?" 혼자 고민하는 모습조차 사랑스럽습니다 

자랑 하고 싶은것도 많고.. 

에피소드들도 많으나.. 글재주가 없고..워낙 즉흥적으로 적어본 글이니 두서 없어도 이해 부탁드립니다

다만.. 이런 상황에서도  나름 재밌게..웃으며 지내는 사람이 있구나..정도로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열띠미살자님의 글들을 보고...나도 조금은 이 상황들을 적어보자는 생각에 적은 글이니.. 부디 제아내 욕은 하지 말아주세요 

이유없이 욕하는 사람들이 있더라구요..보니깐..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최서영 온라인 뉴스 기자 ace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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