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욕을 해결하려면 (여성이 남성에게) 매력을 느끼고 다가오게 만들어야 되는데 (여성이) 젊고 건강하고 몸매 좋으면 남성들 대부분 성욕을 느낀다.”
“남자는 씨를 뿌리는 입장이다 보니까 성적 매력을 느끼는 범위가 다양하지만 여자는 정자를 받아 몸에서 10개월 동안 임신을 했다가 애가 태어나면 주로 육아를 책임지게 돼 있다”
이는 군인권센터가 공개한, 지난 4월 서울경찰청 소속 간부가 의무경찰 대원 상대로 진행한 성인지 교육 중 발언 내용 일부다.
군인권센터는 23일 당시 교육 내용을 공개하고 “사실상 ‘성차별교육’을 실시했다”며 “그 내용이 참담하기 이를 데 없다”고 비판했다.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제2기동단 부단장 A경정은 지난 4월11일 소속 의경 수십명을 대상으로 디지털성폭력 등 성폭력 예방 교육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A경정은 “젊었을 때 저돌적으로 들이대면 몇번 재미를 볼 수 있다”며 모든 남녀관계를 성욕에 기반한 관계로 단정 짓고 성욕을 평생 해소가 안되는 욕구라는 취지로 발언했다
군인권센터는 이와 관련 “남성의 성욕은 불가침적이고 억제할 수 없다는 잘못된 관념이 성폭력을 정당화해왔다”며 “이런 왜곡된 인식을 바로 잡아야 할 성인지 교육에서 A경정은 오히려 왜곡된 인식을 조장했다”고 지적했다.
A경정은 이 교육서 “남자는 씨를 뿌리는 입장이다 보니까 성적 매력을 느끼는 범위가 다양하지만 여자는 정자를 받아 몸에서 10개월 동안 임신을 했다가 애가 태어나면 주로 육아를 책임지게 돼 있다”며 “여성호르몬 자체가 더 모성애를 갖게 설계되기 때문에 인류 역사상 계속 그렇게 지내왔다. 여성호르몬에 그런 요소가 들어가 있다”고 말했다. 이 또한 ‘성차별적이고 전근대적인 발언’이라는 게 군인권센터 측 지적이다. 군인권센터는 “모성은 사회적으로 구성되며 육아는 남녀에게 모두 해당되는 것”이라며 “정부도 이런 인식 속에서 남성의 육아휴직을 권장하는데 경찰 간부가 이런 인식을 하고 있단 사실이 놀랍다”고 평가했다.

A 경정은 또 “여자는 결국에는 남자가 언제든 접근해야 하는 존재”라며 “(남자가) 먼저 꼬셨다고 보통 생각하는데 실질적 관계를 보면 대부분 여자가 남자를 꼬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여자는) 뛰어난 유전자에 매력을 느낀다”며 “여자들이 성적 매력을 느끼는 존재가 되고, 되려고 노력해야”한다고 발언했다.
이에 대해서도 군인권센터는 “검증되지 않은 개인의 주관적 생각을 교육이라는 명분으로 전달했다”며 “성인지교육은 사회적 관계 속에서 성별이 미치는 영향과 역학관계를 조명하고 이해하도록 도와야 하는데 A경정의 교육은 성욕, 정자, 호르몬, 유전자 등 일차원적이고 생물학적 측면에서 검증되지 않은 개인적 생각들로 구성돼 교육 목적 자체에 위배된다”고 비판했다.
군인권센터는 경찰청에 ▲재발 방지 대책 마련 ▲A경정에 대한 징계를 요구했다.
이와 관련, 서울청 측은 “A경정은 의경 대상으로 불법촬영 등 의무위반 예방교육을 하는 중 교육집중도를 높이기 위해 생물학적 내용을 인용해 언급한 것이지 성차별 의식을 조장하려 한 의도는 전혀 아니었다고 주장했다”고 밝혔다. 이어 “향후 본인 주장과 교육받은 의경 진술, 군인권센터 측 주장 내용 등을 종합 검토해 결과에 상응한 조치를 할 예정”이라며 “의경부대 지휘요원들을 대상으로 성인지 감수성 교육을 빠른 시간 내 실시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김승환 기자 hw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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