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폐업한 업체 쏙 빠져 실제 더 심각… 소득주도성장 ‘브레이크’

입력 : 2019-05-21 19:16:55 수정 : 2019-05-21 21:43:31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힘받는 최저임금 속도 조절론 / 영세사업주 최저임금 인상 ‘직격탄’ / 車부품 제조업 등 상대적 영향 작아 / 저임금 노동자 비중은 20% 아래로 / “2020년 인상폭 한 자릿수 그칠 것” 관측 / IMF, 최저임금 인상 3∼4%선 권고

고용노동부가 21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개최한 ‘최저임금 영향 분석 토론회’에 노·사·정의 이목이 쏠렸다. 당·정·청이 최근 최저임금 속도조절론에 무게를 둔 행보를 보이는 와중에 정부가 용역을 준 ‘최저임금 현장 실태파악 결과’가 처음 공개되기 때문이었다. 이날 뚜껑이 열린 보고서의 요지는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 영세 자영업자의 고용 악화를 불러왔다는 것이다. 현장 실태 파악 결과는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폭을 결정하는 데 중요한 참고자료가 된다.

노용진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경영학과 교수가 21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고용노동부 주최로 열린 '최저임금 영향 분석 토론회'에 참석해 발표를 하고 있다.

앞서,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 13일 기자회견에서 “현장 실태 파악 결과를 최저임금위원회와도 공유하기로 했다”고 말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여권의 최저임금 속도조절론이 한층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벌써부터 내년 최저임금 인상폭이 한 자릿수에 그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소득주도성장에서 ‘소득’을 늘려주는 핵심 축인 최저임금 인상이 궤도를 이탈할 경우 당·정·청의 소득주도성장(소주성) 드라이브도 한풀 꺾일 것으로 보인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인해 도소매업 등 취약업종의 고용이 감소했다는 첫 정부조사가 나왔다. 21일 서울 중구 황학동 주방용품거리에 폐업한 음식점에서 사들인 중고 주방용품이 잔뜩 쌓여있다. 남정탁 기자

◆영세한 도소매업·음식숙박업 최저임금 인상 ‘직격탄’

이번에 ‘최저임금 현장 실태파악 결과’ 연구용역을 실시한 노용진 서울과기대 경영학과 교수의 결론은 비교적 명쾌하다. 정부가 2017년과 2018년 연속으로 최저임금을 대폭 인상하면서 인건비 부담이 커지자 도소매업과 음식숙박업 등 일부 업종의 영세 사업주가 고용을 줄이거나 근로시간을 줄이는 방식으로 자구책을 마련했다는 것이다. 이밖에 손님이 적은 시간대의 영업시간을 단축하거나 본인이 직접 하거나 가족 고용을 늘리는 방식으로도 대응했다.

그동안 영세 소상공인과 중소기업계, 보수 야당 등이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 우려하던 내용인데 정부가 이를 수용한 모양새다.

노 교수는 다만 공단 내 중소제조업과 자동차부품 제조업의 경우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이 상대적으로 작았고 고용 감소 경향도 뚜렷하게 나타나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노 교수는 “최저임금 이상의 임금을 받았던 근로자들도 꽤 많이 존재하고 있어 최저임금 영향이 상대적으로 작은 편”이라며 “고용보다는 근로시간 단축이 더 많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자동차부품 제조업에 관해서도 “다른 업종보다 저임금 근로자 비중이 작아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이 상대적으로 작은 편”이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이번 조사가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을 견디지 못하고 쓰러진 업체 등을 분석대상으로 삼지 않아 이들이 포함되면 더 심각한 실태가 드러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임금 양극화는 완화

정부가 이번 조사를 통해 각별히 강조하는 대목은 최저임금 인상 효과 부분이다. 최저임금의 대폭 인상으로 도소매업과 음식숙박업 등 일부 업종의 고용이 감소했지만, 전체적으로 노동자 임금 격차는 완화한 지표가 다수 발견됐다고 설명한다. 소득분배의 상태를 가늠할 수 있는 △지니계수 △10분위 분배율 △임금 수준이 낮은 1분위 노동자와 가장 높은 10분위 노동자의 시급 인상폭 등에서 명확하게 양극화가 완화된 분석 결과가 나왔다.

이날 ‘2018년 최저임금 인상 이후 임금 분포의 변화’를 주제로 발표한 한국고용정보원 김준영 고용동향분석팀장은 “임금은 위계적 구조를 이루고 있어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저임금 집단의 임금 상승은 중간임금 집단 노동자의 임금까지 연쇄적으로 올리는 효과가 있음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특히 중위임금의 3분의 2 미만 임금을 받는 저임금 노동자 비중은 지난해 6월 기준 19.0%로, 전년(22.3%)보다 3.3%포인트 떨어졌다. 저임금 노동자 비중이 20% 아래로 떨어진 것은 조사를 시작한 2008년 이후 처음이다.

◆내년 최저임금 인상률 한자릿수 되나

이번 조사로 문재인 대통령의 최저임금 인상 속도조절 시사 발언 이후 여권에서 나오고 있는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 속도조절론은 탄력을 받게 됐다. 문 대통령은 지난 9일 집권 2년차를 맞아 KBS와 가진 대담에서 2020년까지 최저임금을 1만원까지 인상하겠다는 후보 시절 공약에 대해 “그 공약에 얽매여서 무조건 그 속도대로 인상되어야 한다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여당 내에서는 보다 직설적으로 최저임금 동결 등을 주장하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여당 관계자는 “대통령의 1만원 공약을 최대한 지키기 위해 노력했다는 점을 이미 보여줬다”며 완급 조절을 시사했다. 주무 부처인 고용노동부도 신중하지만 최저임금 인상 속도조절론에 기운 듯한 인상이다. 이에 따라 내년 최저임금 인상폭이 한 자릿수 증가율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최근 발표된 국제통화기금(IMF) 보고서가 주목받고 있다. IMF는 한국 정부와의 연례협의 결과를 담은 ‘2019년 연례협의 결과보고서’에서 “한국의 최저임금 인상률이 노동생산성 증가율보다 상당히 높다”며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은 노동생산성 증가율 아래로 조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한국의 최저임금은 16.4% 올랐지만, 노동생산성은 전년보다 3.6% 상승했다. IMF의 주장을 토대로 하면 내년 최저임금 인상폭은 3∼4%선이 적당한 셈이다.

세종=이천종 기자, 이동수 기자 skylee@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한지민 '우아하게'
  • 한지민 '우아하게'
  • 아일릿 원희 '시크한 볼하트'
  • 뉴진스 민지 '반가운 손인사'
  • 최지우 '여신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