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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워마드-일베 편파수사 논란?…수사 협조·서버 위치에 갈린 영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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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8-10 06:00:00 수정 : 2018-08-09 20:0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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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경찰이 ‘남성혐오’ 및 여성만 가입할 수 있는 인터넷 커뮤니티인 ‘워마드’ 운영진 중 1명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 받아 추적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편파수사’라는 논란이 일었다. 각종 비하 발언이 드글드글한 극우적 성향에 워마드의 반대편인 ‘여성혐오’ 성향이 심한 ‘일간베스트’(이하 일베) 운영진은 처벌하지 않고, 워마드 운영진만 표적삼아 기민하게 수사한다는 내용이다.

워마드 운영자 체포영장 발부 소식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편파 수사 관련 게시글이 올라왔다. 8일 올라온 ‘워마드 편파수사 하지 마라. 정부는 편파수사 하지 말라는 여성의 목소리를 듣긴 한 것인가?’라는 제목의 청원엔 9일 19시 현재 6만3000여명이 동의했다.
 
이 청원자는 “왜 워마드 운영자를 수사하는가? 음란물 유포 방조죄로 수사를 하려고 공조수사 및 인터폴 적색 수배요구, 범죄인 인도청구를 검토하고 있다는 걸 보고 기함했다. 소라넷은 해외 서버라서 못 잡고 일베도 못 잡으면서 워마드는 잡을 수 있는 것인가?”라면서 “일간베스트, 오유(오늘의 유머), 디씨(디시인사이드) 등 수많은 남초 커뮤니티에서 음란물 유포를 하고 있으며 운영자는 이를 방조하고, 동참하고 있다. 또한 남초 커뮤니티가 워마드보다 더 심각한 수위를 자랑하고 있는데 이는 한 번도 문제 삼은 적이 없다. 편파수사를 하지 말라고 했더니 편파수사의 정석을 보여주고 있다.
 
이것이 편파수사가 아니고 여성혐오가 아니라면 무엇으로 표현할 수 있겠는가? 워마드 운영자를 음란물 유포 방조죄로 잡으려면 당신들은 몰카, 웹하드 업체를 먼저 잡는게 당연한 수순일 것이다. 그런데 이런 건은 또 방조하고 있다”라며 신랄하게 비판했다. 이뿐만 아니라 ‘일베, 워마드 운영진 모두 처벌해라’, ‘워마드 수사 찬성한다, 그런데 일베는요?’ 등등 워마드라는 검색어로 게시하면 무려 1000건에 가까운 청원 게시물이 등장한다.

9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열린 사이버성폭력 수사팀 현판식에서 민갑룡 경찰청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수사팀은 사이버성폭력 범죄 단속ㆍ대응 강화를 목표로 전문기술이 요구되는 고난도 사이버성폭력 사건 수사를 전담하게 된다. 연합뉴스
◇편파수사 논란에 진화에 나선 경찰

편파수사 논란이 커지자 경찰은 직접 진화에 나섰다. 경찰은 불법촬영을 게시하고 유포하는 범죄에 대해선 누구든 엄정하게 사법조치한다는 입장이다. 9일 본청 사이버안전국 산하에 사이버성폭력 수사팀을 신설하면서 현판식에 참석한 민갑룡 경찰청장은 “경찰이 남성 중심 사이트는 놔둔다는 문제 제기가 있는데 일베에 대해서도 최근 불법촬영물이 게시된 건을 수사해 게시자를 검거했다”며 “불법촬영 등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범죄에 대해서는 누구든 엄정하게 수사하고 있다”고 전했다.

본청 사이버안전국도 직접 해명에 나섰다. 9일 경찰에 따르면 체포영장이 발부된 워마드 운영자 A씨의 혐의는 음란물 유포·방조. 부산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지난해 2월 워마드에 남자 목욕탕 아동 나체 사진 유포 사건을 접수하고 내사에 착수한 뒤 게시자를 수사하던 중 운영자 A씨를 특정했다. A씨가 같은 해 12월 출국한 사실을 확인한 뒤 수사 절차에 의거해 입국 시 통보 조치를 위한 체포영장을 신청해 발부받았다.

경찰은 일베 운영자는 체포영장 등 강제수사를 하지 않은 반면 워마드 운영자에 대해 그렇게 한 것에 대해 ‘수사 협조’를 이유로 들었다. 경찰청 관계자는 “일베는 서버가 국내에 있고, 운영진도 한국에 있다. 경찰이 압수수색 영장을 들이대며 수사 협조를 요청하면 불법 게시글을 올린 게시자에 대한 인적 정보나 IP주소 등을 잘 협조한다. 반면 워마드는 서버가 해외에 있는데다 사이트 규약 상 불법 게시글을 올린 회원에 대한 정보 역시 압수수색 영장을 들이대도 알려주지 않는다. 게다가 사이트에 명시된 이메일로 연락을 해도 대답도 없고, 게시물 삭제를 하지 않아 ‘방조’로 본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지난 4일 광화문에 모인 ‘몰카 수사 규탄’ 시위대. 뉴시스
◇일베 53건 검거, 워마드 0건 검거

편파 수사 논란을 보면 일베는 처벌을 전혀 받지 않고, 워마드만 처발받는 것 같지만, 실상은 반대다. 경찰은 일베의 문제되는 게시물에 대해 엄정한 수사를 진행해 왔다. 올해만 해도 일베에선 불법 게시물 69건을 접수해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 절차를 통해 53건을 검거했다. 검거율은 76.8%다. 그러나 워마드는 올해 32건의 관련 사건이 접수됐지만, 게시자 검거 사례는 0건이다.

경찰 관계자는 “워마드 운영자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한 것은 지난 2월 올라온 남자목욕탕 아동 나체사진 유포사건을 수사하기 위함이다. 운영자를 우선 체포해 게시글 관련 정보를 입수해야 그 사건에 대한 수사가 가능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 불편한 용기 “민갑룡 경찰청장 사퇴하라”

혜화역과 광화문에서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 시위’를 주최한 여성단체 ‘불편한 용기’는 편파수사 논란이 불거진 9일 SNS를 통해 민갑룡 경찰청장의 사퇴를 촉구하고, 총공격을 선포했다. 불편한 용기측은 “범죄의 온상인 남초 커뮤니티 운영자와 불법 촬영물이 공유되는 웹하드 관련자에 대한 수사 및 체포영장을 지금 당장 발부하라”며 “워마드 운영자 구속을 지시한 경찰이 누구인지 밝히고, 지시자와 함께 명명백백한 편파수사에 앞장서는 민갑룡 경찰청장은 책임지고 사퇴하라”고 주장했다. 이어 “편파수사를 규탄하는 불편한 용기 4차 시위가 끝난지 겨우 4일이다. 지금, 마치 뙤약볕에 모인 7만 여성에게 보란 듯이 또 다른 편파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경찰과 정부에게 우리는 환멸을 느낀다”고 덧붙이며 5차 규탄 시위를 예고했다.

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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