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같은 김정남 암살, 女간첩이 독성 스프레이 뿌리자 김정남 고통호소

출국 수속 도중 한명이 뒤에서 잡고 또다른 이가 독성 스프레이 뿌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이자 김일성가 장손인 김정남(46)이 암살 당하는 장면은 마치 첩보영화에 나오는 듯한 모습 그대로라고 말레이시아 현지 언론이 전했다.

15일 말레이시아 당국이 피살 당한 사람이 김정은의 맏형인 김정남으로 확인됐다고 밝힌 가운데 현지 온라인 매체인 더스타는 셀랑고르주 범죄 조사국 부국장 파드질 아흐마트의 말을 빌어 김정남 피살 장면을 영화 시나리오처럼 전했다.

◇ 출국 수속 도중 한명이 뒤에서 잡고 또다른 이가 독성 스프레이 뿌려

김정남은 지난 13일 오전 9시(이하 현지시간) 쿠알라룸프르 국제공항2(KLIA2)에서 오전 10시에 출발하는 마카오행 여객기 탑승을 기다리고 있었다.

김정남은 공항내 저가비용항공사(LCC) 전용 터미널에서 출국을 위해 셀프체크인 기기를 사용하던 중 최소 여성 2명을 포함한 암살단의 공격을 받았다.

김정남은 안내 데스크 직원에게 "누군가가 나를 뒤에서 잡고 얼굴에 액체를 뿌렸다"며 고통을 호소했다.

◇ 병원으로 옮겨지던 중 사망

공항 직원은 급히 김정남을 공항 내 치료소로 이송했으며 두통과 함께 발작증세와 기절직전의 위급한 모습을 보였다.

공항당국은 급히 김정남을 푸트라자야 병원으로 이송했지만 가는 도중 숨지고 말았다.

말레이시아 당국은 김정남 피살 사건에 대해 초동 조사에 착수했다.

조사 결과 김정남은 지난 6일 말레이시아에 김철이라는 여권으로 입국했다.

김정남 사망소식이 알려지자 북한 대사관은 시신 인도를 말레이시아 당국에 요청했지만 말레이시아측은 사인을 밝히기 위한 부검을 실시한 후 시신을 인계키로 했다.

◇ 독성 물질 뿌린 북 여간첩들은 택시타고 유유히 사라져

김정남에 뿌려진 액체는 일반인들이 살 수 없는 특수 독성 물질로 보인다.

여성 2명 이상이 포함된 암살조는 목적을 이룬 뒤 택시를 타고 공항을 여유있게 빠져 나갔으며 말레이시아 경찰은 공항 CCTV 등을 토대로 뒤를 쫓고 있으나 신원 및 행적 파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북한은 과거부터 여성을 훈련시켜 공작원으로 활용해왔다.

지난 2008년 7월 우리 사법 당국에 체포된 국가안전보위부 소속 탈북자 위장 간첩 원정화 역시 특수 교육을 받은 여 간첩이다.

◇ 정찰총국이 암살, 납치 등 특수요원 양성

이번 암살을 자행한 여간첩들은 수법과 민첩성 등을 볼 때 북한 정찰총국에서 교육받은 특수요원으로 보인다.

정찰총국은 북한군 총참모부 직속 기구로 요인 암살과 납치 등 테러 임무를 담당한다.

여성 공작원들도 독침 사용법, 산악 훈련, 사격 등 특수훈련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 김정남, MB정권때 망명 타진설

김정남은 아버지 김정일 위원장의 사망 전후로 북한의 '3대 세습'을 비판해 살해위협에 시달렸다는 보도가 자주 나왔다.

김정일 사후인 2012년 1월 12일 일본 도쿄신문은 김정남이 같은 달 3일 보낸 이메일에서 "정상적인 사고를 갖고 있다면 3대 세습을 용인하기 어렵다"면서 (부친에 의한) 37년간의 절대권력을 (후계자 교육이) 2년 정도인 젊은 세습 후계자(김정은)가 어떻게 이어나갈 것인지는 의문이다"라며 김정은으로의 3대 세습을 비판한 바 있다.

2012년에는 북한 국가보위부가 평양의 김정남 세력 근거지를 습격했다는 얘기도 있었다.

김정남이 한국으로 망명을 추진, 또는 한국 정부가 김정남 망명공작을  추진하고 있다는 말까지 나돌기도 했다.

한 대북 소식통은 "이명박 정부에서 (김정남) 망명을 한 번 시도한 적이 있으나 고위층에서 막판에 틀어 무산된 적이 있다"면서 "김정은의 소행이라면 남쪽으로의 김정남 망명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날려버린 것"이라면서 이번 김정남 암살이 한국으로의 망명 시도를 막기 위한 조치라는 분석까지 내 놓았다. 

박태훈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