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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환의 월드줌人] '용기 구슬' 876개, 백혈병 이기려는 아기전사

입력 : 2016-01-25 14:14:04 수정 : 2016-01-25 14: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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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구슬은 화학치료다. 노란 구슬은 병원에서 보낸 밤이다. 분홍색 구슬은 마취제를 주사한 날이고, 빨간 구슬은 수혈이다. ‘요추 천자’ 후 한 시간 이상 누웠던 때를 뜻하는 구슬도 있다. 요추 천자는 백혈병 환자들이 척추 아랫부분에 바늘을 꽂아 골수를 뽑는 방식이다. 그렇게 꿰어온 구슬이 876개다.


잉글랜드 포츠머스에 사는 조지 오셔그네시(3)는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acute lymphoblastic leukemia) 환자다. 조지는 지난 2014년 11월, 백혈병 진단을 받고 지금까지 퀸 알렉산드라 병원에서 치료 중이다.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은 소아 2000명당 한 명꼴로 발생한다. 예후가 좋아 생존율이 85%에 달한다. 다만, 완전히 병을 떨치기까지 3년 이상 치료받아야 한다. 조지도 같은 예다.

민머리가 쑥스럽지만 조지는 웃음을 잃지 않는다. 여동생 이사벨라에게도 좋은 오빠가 되고 싶다.

조지는 부작용 가능성을 낮추기 위한 의료진의 임상시험에도 참여 중이다. 해당 병원 의료진은 어렸을 때 백혈병에 걸린 이가 성인이 되어서 겪을 부작용을 최대한 없애기 위해 자체적으로 여러 가지 실험 중이다.

통상 항암치료에 동반하는 부작용은 탈모와 메스꺼움 등이다. 어렸을 때 백혈병에 걸린 환자는 성인이 되어서 심장병이나 생식기능에 문제를 겪는다.

조지를 포함해 총 다섯 어린이가 임상시험에 참여한다. 아이들이 얼마나 실험을 잘 견디냐에 따라 영국을 포함, 전 세계 아이들의 백혈병 부작용까지 걷어낼 수 있느냐가 판가름난다.

퀸 알렉산드라 병원의 임상시험은 투약량 조절이 중심내용이다. 항암제 비율 조절로 백혈병 환자가 부작용 없이 병마를 이겨낼 수 있도록 이끄는 데 목표를 둔다.



소아과의 루이스 밀라드 박사는 “단지 치료 개념이 아니다”라며 “삶의 질과 연결되는 임상시험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어려서 백혈병치료를 받은 여성은 폐경기가 일찍 찾아오는 부작용이 관찰된다”며 “화학치료 영향으로 남성도 정자 수가 감소한다”고 덧붙였다.

루이스 박사는 “화학치료와 방사선치료 등은 백혈병을 이기더라도 살아가면서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며 “약이 신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기 때문에 새로운 치료방법을 찾기 보다 현존하는 약을 얼마나 투여하는지를 조절하는 데 중점을 둔다”고 설명했다.

백혈병치료는 골수 내 백혈병 세포를 죽이는 것과 혈액 속 정상 세포 균형 맞추기, 화학치료를 통한 재발 방지 등의 순서로 진행된다.

조지는 세 번째 단계다. 그는 매일 경구 화학요법(oral chemotherapy)을 받고 있으며, 주말마다 항생제를 맞고 있다. 조지의 치료는 오는 2018년 4월까지 이어진다.

조지의 엄마 에이미는 “아들의 건강뿐만 아니라 다른 어린 환자들의 미래를 위해서 임상시험 참여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조지의 용기에 감동한 퀸 알렉산드리아 병원은 오는 6월, 그와 다른 백혈병 환자들을 위한 모금운동을 시작한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사진=영국 데일리메일·qacharitychannelrow.com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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