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남편과 여행가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그러면 우리 개도 집을 나가지 않았을 거고, 잃어버리지도 않았을 거다. 더군다나 다른 집에 입양되지도 않았을 것이며, 지금처럼 눈앞에 두고도 데려오지 못하는 사태는 더욱 생기지 않았을 거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스톡턴에 사는 샤론 로빈슨(71)은 가슴을 치지만 해결 도리가 없다. 그의 남편 래리(73)도 말이 없다.
이야기는 작년 12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12월4일(현지시간), 샤론은 래리와 보스턴으로 여행을 떠났다. 그런데 며칠 후, 아들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두 사람이 키우던 셰틀랜드 쉽독(Shetland sheep) 종(種) 팁시(Tipsy)가 집을 나가버렸다는 것이었다.
래리는 “도대체 팁시가 어떻게 나갔다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며 “집에는 개가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작은 펜스도 쳐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팁시는 낯선 사람을 보면 잘 다가가지도 못한다”고 덧붙였다.
페이스북에 개를 찾는다는 게시물을 올린 래리는 며칠 후, 한 통의 제보를 받았다. 그가 말하는 개가 맞다면, 이미 근처 동물 보호소에서 데려갔을 거라는 내용이었다. 떠도는 개를 구조대가 구출했다고 래리가 받은 쪽지에 적혀 있었다.

지난 12일. 스톡턴의 동물 보호소에 도착한 부부는 팁시가 열흘 전(1월2일) 어디론가 입양됐다는 사실을 알았다. 팁시가 보호소에 들어온 날은 12월7일, 이들이 여행을 떠난 지 사흘 뒤였다는 것도 알게 됐다.
문제는 로빈슨 부부가 팁시를 입양한 가족을 알게 됐지만, 이들이 팁시를 돌려주지 않으려 한다는 사실이었다.
래리는 “그 사람들은 팁시를 매우 좋아한다”며 “그들도 팁시를 데려가기 몇 주 전 개를 잃어버렸다”고 말했다. 이어 “듣기로는 그 가족은 팁시를 돌려주기 싫어한다”고 덧붙였다.
로빈슨 부부가 개를 데려올 여지는 있었다. 다만, 개의 신분을 인식하는 마이크로칩을 삽입해놓지 않았다는 게 문제였다. 팁시가 로빈슨 부부의 반려견이라는 것을 증명할 장치가 없었다.
입양을 중개했던 단체는 “수차례 가족들에게 팁시를 원래 주인에게 돌려주는 게 어떻겠느냐고 말했다”며 “그러나 그들은 지금 자신들과 있는 팁시가 행복해하므로 돌려주지 않겠다고 한다”고 난처해 했다.
로빈슨 부부는 사태가 해결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 반려견 소유권과 관련해 소송도 제기할 생각이다.
“새로운 개를 입양하는 데 드는 돈을 부담할게요. 팁시를 잘 데리고 있어 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그렇지만…. 팁시를 다시 돌려주시면 좋겠어요.”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사진=영국 데일리메일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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