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155㎜ 자주포 수십발 맞대응… 우리측 피해는 없어
軍 최고 경계태세… 北 “철거 안하면 군사행동” 협박 북한의 비무장지대(DMZ) 목함지뢰 도발에 대한 대응조치로 우리 군 당국이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한 지 10일 만인 20일 북한이 서부전선에서 포격 도발을 감행했다. 이에 우리 군도 강경대응 원칙에 따라 포격에 나섰다. 남북한 간에 포격전이 빚어진 것은 지난 2010년 11월23일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 이후 4년9개월여 만이다. 하지만 우리 군의 대응 포격은 북한 군의 최초 포격 이후 무려 1시간11분이 지난 시점에 이뤄져 이번에도 늑장대응이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합동참모본부 관계자는 “북한군이 오후 3시53분쯤 14.5㎜ 고사포로 추정되는 포탄 1발을 경기도 연천군 중면 지역으로 먼저 쏘고 난 뒤 오후 4시12분에는 DMZ 군사분계선(MDL) 남쪽 700m 부근에 수발의 포탄을 발사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첫 번째 포탄은 곡사화기로 발사돼 우리 군 장병들이 청취해 탐지했지만 두 번째 포격 때는 궤적을 잡지 못했다”며 “현재 76.2㎜ 직사화기로 추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북한군이 처음 발사한 포탄은 우리 군부대나 민간인 거주지역이 아닌 연천군 일대 야산에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군의 포탄 발사를 포착한 우리 군은 첫 번째 포탄이 발사된 뒤 1시간11분이 지난 오후 5시4분쯤 북한의 두 번째 포격이 이뤄진 MDL 북측 지역 500m 지점에 155㎜ 자주포 수십발을 쏘며 대응에 나섰다.
앞서 북한은 이날 오후 4시50분쯤 김양건 북한 노동당 통일전선부장 겸 대남비서 명의의 서한을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앞으로 보내왔다. 서한은 판문점 남북연락관 접촉을 통해 전달됐다. 북한은 이 서한에서 우리 측의 대북 확성기 방송을 선전포고라고 주장하고, 이를 중단하는 ‘실천적 조치’가 뒤따르지 않을 경우 군사적 행동에 나서겠다고 위협했다. 또 “현 사태를 수습하고 관계 개선의 출로를 열기 위해 노력할 의사가 있다”며 남북 간 긴장국면을 풀기 위한 협상 가능성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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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군이 서부전선 경기도 연천군 주변에 고사포과 직사화기로 추정되는 포탄 수 발을 두 차례에 걸쳐 발사하고 우리 군도 155㎜ 자주포로 대응 사격하며 최고 수위 경계태세를 발령한 20일 오후 연천군 중면사무소 인근에서 군용 차량들이 긴박하게 이동하고 있다. 연천=연합뉴스 |
남북 간 포격전이 발생하자 연천군과 강화도 등 일부 지역 주민 수백명에게 대피령이 내려졌다. 군도 이날 오후 5시40분을 기해 전군에 최고 수준의 경계태세를 발령하고 북한의 포격 도발에 대한 대응작전에 돌입했다. 청와대는 이날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주재하는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소집했다. 박 대통령은 “북한 도발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응하고, 우리 군은 만반의 대비태세를 유지하라”고 군에 지시했다.
박병진 군사전문기자, 이우승·김선영 기자 worldp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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