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건복지부는 11월25일부터 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 규칙 개정안을 이달 9일까지 입법예고했다. 개정안은 신의료기기의 경우 신의료기술평가를 거쳐야 요양급여 신청을 할 수 있던 것을 앞으로 식약처의 품목허가만 받으면 되도록 규정을 완화한다는 것이다.
신의료기술평가는 기기의 안전성과 유효성 부작용 등을 종합평가하는 일종의 안전장치 같은 제도다.
최근 6년간 1349건의 의료기기 신청 가운데 신의료기술평가를 통해 471건만이 최종 승인됐다. 임상적 근거가 부족하거나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은 기기를 환자에게 사용할 수 없도록 한 것이다. 기존 기술과 비교해 비용 대비 효과가 낮을 경우에도 의료비 증가를 막기 위해 승인이 이뤄지지 않았다.
복지부는 ‘새로운 의료기술에 사용되는 의료기기가 개발된 경우 단계적 허가 및 평가절차를 거쳐야 하는 과정을 간소화해서 업체의 애로를 해소하고 요양기관의 행정업무를 간소화하려는 것’이라고 개정 이유를 설명했다.
시민단체와 의료계는 시행규칙 개정에 반대하고 있다. 5일 건강권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관계자는 “정부는 식약처에 제출된 임상시험결과로 안전성이 입증됐다고 하지만 이는 연구목적이나 상업적 목적으로 진행돼 그 결과를 그대로 믿기 어렵다”며 “신의료기술평가는 기존 문헌을 바탕으로 부작용 합병증 사망 등의 결과를 분석한다”고 말했다. 이어 “2000년대 초반 국내에 도입된 다빈치 로봇수술은 비용대비 효과가 기존의 개복수술이나 복강경수술에 비해 낮다는 결과가 나왔지만 당시 제대로 된 검증 없이 도입됐다”고 덧붙였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의료기기가 의료현장에서 사용되고 의료비 폭등까지 불러올 수 있다는 이야기다.

정부는 줄기세포 치료제의 1차 임상시험 면제와 유전자 치료제의 적용 기준 확대 등 투자 활성화 대책의 하나로 의료분야 규제를 완화하려 한다. 의료민영화 저지와 무상의료 실현을위한 운동본부는 오는 8일 오후 1시30분, 서울 중구 민주노총 앞에서 이번 시행규칙 개정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조병욱 기자 brightw@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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