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도의 기자회견 없이 소속 의원들에게 보내는 A4 1장 분량의 이메일 서한으로 갈음한 '단출한 퇴장'이었다. 상임위 일정이 있었지만 국회에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박 원내대표는 지난달 29일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와 세월호법 협상을 재개, 3차 합의안 도출 시도에 나서면서 이미 사퇴문을 작성해 협상 내내 호주머니에 넣고 다녔다. 측근 그룹 등 상당수 주변 인사들도 "정치인 박영선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세월호법이 타결된 직후, 또는 협상이 잘 안 될 경우 국회정상화 직후 털고 가는게 좋다"는 의견을 일찌감치 건의한 터였다.
그러나 지난달 30일 세월호법이 극적으로 타결된 뒤 1일 당내에선 '사정변경'이 생긴 게 아니냐며 '유임론'이 조심스레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타결 직후 열린 의원총회와 원내부대표만 만찬에서도 그는 거취에 대해선 일절 언급 없이 '침묵'을 지킨 터였다.
박 원내대표가 1일 오후 안산으로 내려가 단원고 유가족 면담을 갖고 "힘 닿는데까지 노력하겠다"고 밝힌 것을 두고도 10월말까지 남은 후속 협상까지 마무리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게 아니냐는 관측에 힘을 보탰다. 박 원내대표는 2일 오후에는 국회에서 일반인 유가족 면담도 잡아둔 상태였다.
1일 오전 박 원내대표와 통화한 한 인사도 "당시 박 원내대표가 (사퇴와 잔류 중) 반반이라는 취지로 말했다. 최종 결심을 내리지 못한 듯한 인상을 받았다"고 전했다.
그러나 박 원내대표는 안산에서 유가족 면담을 마친 뒤 상경하자 마자 오후 5시께 국회 의원회관에서 문희상 비대위원장을 만나 "지금 딱 돌아서는 게 맞다"며 사퇴 결심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내일 오전 8시30분까지 거취 문제 입장을 담은 편지를 소속 의원들에게 보내겠다"며 "내일부터 나오지 않겠다"고 했다는 것이다.
박 원내대표는 문 위원장과의 대화 도중 그간의 소회를 밝히면서 감정이 북받친 듯 눈물이 그렁그렁한 모습도 비쳤다고 한다.
문 위원장은 "내일 비대위 회의에서 논의해보겠다"며 즉각적 결론을 내리지 않았지만, 이미 박 원내대표는 마음을 굳힌 후였다. 한 측근에게는 밤늦게 "걱정하지 말아요. 저한테 맡기세요"라는 문자를 남기기도 했다.
박 원내대표는 "정리하겠다"며 일부 측근에게만 결심을 전달한 뒤 새벽까지 미리 써놓은 사퇴서한을 계속 가다듬었다고 한다. "직업적 당 대표를 위해서라면 배의 평형수라도 빼버릴 것 같은 움직임과 일부 극단적 주장이 요동치고 있었던 것도 부인할 수 없다"고 반대파를 겨냥한 '작심 발언'은 당무 복귀 당시 기자회견문 초안에 있다 빠진 내용인 것으로 전해졌다.
박 원내대표가 사퇴의사를 공식한 표명 직후 그의 공석 상태에서 열린 비대위원회의 회의는 무거웠다. 문 위원장은 비대위 회의 도중 박 원내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박 원내대표가) 최선을 다했다. 진정성을 아무도 의심하지 않는다"며 사퇴를 만류했으나 박 원내대표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핵심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지금 생각해보면 유가족들을 만나고 매듭 짓는 모습을 보이면서 정리하고 싶었던 것 같다. 타이밍을 고민하다 오늘 아침에 던지는 게 맞다고 본 것"이라며 향후 계획에 대해 "당분간은 쉬지 않겠느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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