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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부터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비혼(非婚) 축의금’이 논쟁거리로 등장했다. “친구들이 결혼할 때 적지않은 축의금을 내왔는데 나는 축의금을 돌려받을 방법이 없다”는 비혼주의자들의 불만이 터져 나와서다. 급기야 혼자 웨딩드레스나 턱시도를 입고 비혼식을 하는 젊은이들이 생겨났다. 비혼을 선언한 사람이 보낸 비혼식 초청장을 받은 친구들은 ‘축의금 빚’을 갚으려고 참석한다. 비혼을 선언한 친구가 결혼한 친구들에게 여행비용을 보태달라고 했다는 사연이 알려져 누리꾼들의 입길에 오르기도 했다. 중장년 세대에겐 낯설지만 ‘공정’을 중시하는 MZ세대(1980년대∼2000년대 초 출생)는 ‘그들만의 문화’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 같은 추세는 기업 복지에도 반영되고 있다. LG유플러스는 근속 5년 이상, 만 48세 이상 직원이 사내게시판에 비혼 선언을 하면 기본급의 100% 축의금과 유급휴가 5일을 준다. 생각이 바뀌어 나중에 결혼하더라도 중복 지원은 없다. 롯데백화점은 ‘미혼자 경조’ 규정을 만들어 만 40세 이상 미혼 직원이 신청을 하면 결혼하는 직원과 같은 수준의 경조금과 휴가를 준다. 매년 ‘비혼 선언의 날’을 정해 신청한 직원에게 유급휴가와 축의금을 주는 외국계 화장품 회사도 있다. 우수 인재를 확보하거나 유출을 막기 위해서도 필요하단다.

최근 공공기관에서도 이런 요구가 나와 논란이 일고 있다. 국책은행인 IBK기업은행 노조는 최근 비혼을 선언한 임직원에게 축의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사측에 요구해 연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 은행은 결혼한 직원에게 유급휴가와 축하금 등을 지급하는데, 일부 조합원이 “결혼하지 않기로 마음먹은 직원도 결혼에 준하는 혜택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한 데 따른 것이다. IBK기업은행은 기획재정부가 지분을 50% 넘게 보유한 기타공공기관이다. 사측은 노조 요구사항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한다.

결혼과 출산에 큰 관심을 두지 않는 MZ세대 회사원이 늘어난 데 따른 자연스러운 흐름이라는 찬성론이 있기는 하다. 반면, 저출생 문제 해결에 앞장서야 할 정부와 기업이 비혼을 장려한다는 우려도 크다. 공정의 개념을 과도하게 기계적으로 적용하는 게 아닌지 의문이다. 세계 최고의 저출생 탓에 국가가 소멸될 위기인데 씁쓸한 풍속도가 아닐 수 없다.


채희창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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