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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와우리] 대관식 치른 푸틴 ‘두 토끼’ 잡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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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05-23 23:15:35 수정 : 2024-05-23 23: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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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승리와 민생안정 과제 앞에
단결과 내부결속은 절대적 조건
다극적 세계질서 유지 전망 속
北·中과 연대… 고립 탈피 시도

지난 7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크레믈궁에서 취임식을 갖고 집권 5기를 시작했다. 2030년 임기를 마치면 그는 스탈린 통치 기간을 훌쩍 넘어 20세기 이래 러시아에서 가장 오랫동안 권좌에 머무는 최고지도자가 된다. 더 나아가 만약 푸틴이 6선에 성공한다면 예카테리나 여제의 통치 기간을 추월해 자신의 롤모델인 표트르 대제의 통치 기간에 버금가는 장기 집권을 구가하게 된다.

그러나 푸틴의 러시아가 당면한 대내외 현실은 엄혹하다. 장엄하고 화려한 ‘차르 대관식’의 영광도 잠시, 푸틴은 이제 전쟁 승리와 민생 안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어려운 숙제를 스스로 떠안게 됐다. 그것은 취임식 연설과 당일에 발표된 행정명령에 고스란히 나타나 있다.

장덕준 국민대 교수·유라시아학

푸틴 대통령은 약 9분간 행한 취임 연설에서 러시아가 심각한 도전에 직면하고 있음을 지적하고 러시아인들의 단결과 내부 안정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취임사는 또한 민생을 우선시하고 러시아인의 삶의 질 제고를 약속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어서 “러시아에 대한 공격과 압박이 없다면”이라는 전제를 달아 서방과 대화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사실상 서방과의 대립을 자발적으로 끝낼 의사가 없음을 천명하면서 그가 즐겨 쓰는 레토릭인 ‘다극적 세계 질서’ 구축 필요성을 되풀이했다.

한편 푸틴 대통령은 취임식 당일에 ‘5월 법령’으로 불리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 행정명령은 푸틴 5기 6년간의 국정 과제와 발전 방향을 담고 있다. 이 법령은 푸틴 5기 임기 동안 구매력평가(PPP) 기준 국내총생산(GDP)에서 러시아가 세계 4위를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설정했다. 이 법령은 또한 농업 생산의 증대와 비에너지 부문의 확대 등 산업의 다각화 필요성을 제시했다. 그리고 시민들에 대한 주택 공급 정책과 출산율, 기대수명을 올리고 빈곤율을 낮추는 사회정책도 포함되어 있다.

푸틴 취임식을 전후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에서 승기를 잡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러시아는 3월16일에 이어 지난 1일에도 우크라이나 남부 항구 도시 오데사에 미사일 공격을 감행했다. 더 나아가 러시아는 병력과 무기의 절대적인 부족에 시달리는 우크라이나의 북동부 지역을 집중 공략해 우크라이나군의 별다른 저항 없이 제2의 도시 하르키우 인근 지역까지 진격하는 데 성공했다.

푸틴 대통령은 대외정책에서도 발 빠른 행보를 나타냈다. 그는 취임 9일 만인 5월16일에 중국을 국빈 방문해 시진핑 국가주석과 중·러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 간 전략 동반자 관계의 강화, 양자 협력, 우크라이나 전쟁 문제 등 다양한 현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최근 미국이 대우크라이나 추가 지원을 결정한 가운데 푸틴의 러시아는 중국과의 전략적 협력 및 양국 간 에너지·경제 협력의 강화에 나선 모양새다.

푸틴은 5기 임기 동안 전쟁 승리와 경제적 활력 유지 그리고 사회 안정과 국론 결집이라는, 상당히 도전적이고 복합적인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지금까지 그랬듯이 푸틴은 서방에 대한 강한 비판을 통해 내부 결속을 다져나갈 것이다. 취임사 말미에서 푸틴이 ‘승리’를 위해 국민적 단결을 호소한 부분이 그러한 예상을 가능케 한다. 또한 중국, 북한과의 협력 강화, 이란, 튀르키예 등 중동 국가들과의 전략적 연대를 통해 전쟁 물자의 보급과 외교적 고립 탈피를 도모할 것이다.

그러한 노력에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된다면 그 효과는 미지수이다. 두뇌 유출과 경제 제재를 겪고 있는 러시아가 중·장기적 발전 모멘텀을 유지할 것인지는 불투명하다. 전쟁에서 승리하더라도 푸틴은 그 열매를 충분히 누리지 못할지 모른다. 이 전쟁이 침략에 대항하는 전쟁이 아닐뿐더러 너무 많은 피와 땀을 요구하는 전쟁이라면 승전의 값어치는 과연 얼마나 될까.

 

장덕준 국민대 교수·유라시아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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