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콘텐츠는 10년째 벽 갇혀있어
美, 韓 배치 사드 중동으로 이동
이젠 빗장 풀고 문화교류 넓혀야
딸아이가 유치원에 다녀오더니 느닷없이 ‘울트라맨’을 아느냐고 물었다. 반 친구들 사이에서 울트라맨의 인기가 높다는 모양이다. 1966년 일본에서 처음 방영된 이 고전 캐릭터가 6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중국 아이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는 사실이 새삼 놀라웠다.
울트라맨뿐이 아니다. 중국의 대형 쇼핑몰이나 서점 어디를 가도 명탐정 코난, 도라에몽 등 일본의 문화콘텐츠를 접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대만 유사시 개입’ 가능성을 언급하며 중·일 관계에 찬물을 끼얹었지만 중국 내에서 일본 콘텐츠를 전면 차단하는 식의 적극적인 ‘한일령’이 발동됐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반면 한국의 문화콘텐츠는 10년째 보이지 않는 벽에 가로막혀 있다.
중국 당국은 공식 석상에서 ‘한한령’이라는 용어를 인용할 때마다 그런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항상 부인해왔다. 정부 차원의 강제적 조치는 없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현장에서 중국 내 전문가들을 인터뷰하다 보면 결이 조금 다르다. 그들은 대화 도중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이후 한국의 문화콘텐츠를 중국에서 접할 기회가 급격히 적어졌다”는 점을 자연스러운 전제처럼 언급하곤 했다. 이를 ‘한한령’이라 부르든, 아니면 ‘사드 배치 이후 급감한 한국 문화콘텐츠 유입이 어쩌다 보니 10년째 지속되는 상황’이라 부르든 본질은 같다. 한국 콘텐츠의 씨가 마른 상태가 10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 같은 족쇄는 최근 몇 년간 한국 가수의 공연 재개 시도 과정에서 더욱 극명하게 드러났다. K팝 스타의 중국 콘서트가 열린다는 소문이 돌 때마다 팬들의 기대는 부풀었지만 결과는 늘 허무했다. 한국 가수의 중국 내 공연설이 돌며 대관 일정까지 거론됐으나 끝내 무산되는가 하면 페스티벌 출연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가 석연치 않은 이유로 막판에 제외되는 일이 반복됐다. 그러자 잊힐 만하면 나오는 ‘한한령 해제되나… 중국서 K팝 콘서트 승인’ 같은 기사는 양치기 소년의 “늑대가 나타났다” 같은 말처럼 들리기도 했다. 공연 허가가 났다는 소식이 들려오다가도 ‘행정상의 이유’나 ‘기술적 문제’라는 모호한 핑계 뒤로 숨으며 취소되는 사례가 여러 차례 발생했다. 당국의 보이지 않는 가이드라인이 작동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미국이 한국에 배치했던 사드 일부를 중동으로 이동시킨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란과의 군사 충돌로 긴장이 고조된 중동 지역의 방어망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라는 분석이다. 이에 대해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전문가 분석을 인용해 “사드의 전장 효용성 한계를 드러낸 것”이라고 깎아내렸다. 미군의 방어망이 동맹국을 제대로 보호하지 못한다는 증거라는 주장이다.
중국이 사드의 효용성을 어떻게 평가하든 이들이 보복의 명분으로 삼았던 사드 체계가 일단 한국 땅에서 옮겨진 것은 사실이다. 사드가 한반도 밖으로 나갔다면 그로 인해 촉발된 한한령 역시 해제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이제 그 원인이 된 장비까지 이동한 마당에 계속해서 빗장을 걸어 잠그는 것은 명분 없는 고집에 불과하다. 공연을 열기로 했다가 돌연 취소하는 식의 희망 고문은 양국 문화 교류의 신뢰만 갉아먹을 뿐이다. 특히 최근 중국이 국제사회에서 스스로를 ‘자유무역의 수호자’이자 일방주의에 반대하는 국가로 포지셔닝하고 있다는 점을 상기하면 더욱 그렇다. 전 세계를 향해 자유무역을 하자고 목소리를 높이면서 정작 이웃 나라의 문화콘텐츠만은 꽁꽁 묶어놓는 행태는 자기모순이다.
문화는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오갈 때 가치가 있다. 환갑을 맞은 울트라맨이 중국 아이들의 영웅으로 남아 있는 동안 한국의 드라마와 음악은 여전히 음성적인 경로를 통해서만 유통되고 있다. 중국이 진정으로 자유무역의 가치를 존중하고 대국다운 풍모를 보이고 싶다면, 이제는 명분도 사라진 한한령을 조건 없이 풀어야 한다. 중국에서 한국 콘텐츠를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는 플랫폼이 열릴 때 비로소 중국이 말하는 상생과 공동 번영의 논리도 설득력을 얻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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