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보험·표준계약서도 도입 “임차인 281만명 혜택 누릴 듯” 19년째 중국음식점을 운영하는 A씨. 그는 임대료를 500만원 올려 달라는 건물주의 느닷없는 요구에 권리금도 못 건지고 정든 가게를 접었다. A씨는 몇 달 후 건물주가 새 세입자를 들이면서 권리금으로 2억원을 챙긴 사실을 전해듣고 분통을 터뜨렸다.
B씨도 5년 임대차계약을 마치고 칼국수 가게를 옮겨야 했다. 초기 적자에도 열심히 노력한 끝에 흑자로 돌렸지만, 건물주는 임대차 갱신 요구에 별다른 사유도 대지 않고 거절했다. B씨가 권리금을 건지지 못한 것은 물론이다. 가게를 빼자마자 건물주는 직접 동종업으로 장사를 시작해 단골마저 고스란히 빼앗아갔다.
상가권리금은 시설·입지·고객을 비롯한 유·무형의 이익과 관련해 주고 받는 금전적 대가로, 자영업자 사이에서는 상거래 관습으로 인정받고 있다. 그럼에도 법적 규율이 미비해 건물주가 이런 임차인의 정당한 권리를 짓밟아 분쟁이 적지 않다는 게 정부 판단이다. 정부 관계자는 “권리 보호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권리금을 보호하는 제도를 이번에 최초로 마련한 만큼 앞으로 임차인은 권리금 회수를 법으로 보호받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시장 관행을 감안해 기존 임차인이 신규 임차인으로부터 권리금을 받을 수 있도록 건물주에게 협력의무를 부과하고, 회수를 방해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더불어 건물주가 바뀌더라도 5년간 임대계약을 보장하도록 법제화해 자영업자가 이 기간만큼 안정적으로 한곳에서 장사할 수 있도록 했다. 중소기업청 관계자는 “이번 조치로 281만명의 임차인이 건물주 변경에도 5년간 계약을 보장받게 됐고, 상가권리금 보호제도 도입에 따라 120만명이 직간접 보호대상이 됐다”고 추정했다.
실효성을 의심하는 목소리도 불거진다. 먼저 재개발, 재건축을 하게 되면 권리금을 받을 수 없는 점은 달라지지 않아 용산참사와 같은 사태가 재연될 소지는 여전하다.
기존 임차인이 주선한 신규 임차인을 상대로 건물주가 계약을 체결하지 않아도 되는 정당한 사유 중 ‘건물주가 임차건물을 1년 이상 영리목적으로 제공하지 않는 경우’가 포함된 것을 두고도 뒷말이 많다. 건물주가 친인척이 영업하도록 무상으로 상가를 맡긴다면서 임차인을 내치는 일이 적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는 앞으로 17개 시·도에 ‘상가건물 임대차 분쟁조정위원회’를 설치해 대처한다는 방침이지만, 법적 구제로 이어질지 미지수이다. 5년인 법정 임대차 보호기간을 세계 보편적 기준에 맞춰 최소 7∼10년 이상으로 연장해야 한다는 제안도 쏟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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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맨 왼쪽)이 2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32차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상가 임차인의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 방안을 담은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김범준 기자 |
또 국토교통부가 앞으로 고시를 통해 권리금의 산정기준을 명확히 규정하기로 했지만, 바닥권리금이나 영업권리금, 시설권리금 등 다양한 성격의 권리금을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이 업계 전언이다.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는 “권리금 수준이 너무 낮게 평가돼 법제 도입의 취지가 무력화돼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황계식 기자 cul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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