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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즈상 첫 女수상자…78년 만에 금녀의 벽 허물다

입력 : 2014-08-13 19:21:48 수정 : 2014-08-13 22:0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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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자 4명 선정 지구촌 수학자와 수학을 사랑하는 대중이 4년을 손꼽아 기다린 세계수학자대회(ICM)가 13일 서울 코엑스에서 막을 올렸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개막식 축사에서 “한 사람의 뛰어난 창의력과 아이디어가 세계를 움직이는 창조와 혁신의 시대에 진입했고, 수학을 통해 배우는 창의성과 논리·합리적 사고야말로 미래를 이끌어 갈 인재들이 반드시 갖춰야 할 요소”라고 말했다. 이어 “그런 점에서 수학이 수학자만의 학문이 아니라 미래를 이끌어 갈 젊은이와 일반 대중이 친근하게 접하고 이해할 수 있는 학문으로 발전해가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대회에서 가장 주목받는 스타는 ‘수학 노벨상’이라 불리는 ‘필즈상’의 영광을 안은 이들이다. 개막과 함께 발표되는 ICM 전통에 따라 이날 마리암 미르자카니(37)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 아르투르 아빌라(35)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소 수석연구원, 만줄 바르가바(40) 미 프린스턴대 석좌교수, 마틴 헤어러(38) 영국 워릭대 교수가 수상자로 호명됐다. 이들 가운데 미르자카니 교수는 필즈상 78년 역사상 첫 여성 수상자로, 브라질 출신인 아빌라 수석연구원은 북미와 유럽 외 국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첫 수상자로 이름을 올렸다. 그동안 학계에서 홀대받은 여성과 제3세계의 수학자가 수상대열에 동참한 것은 이번 대회가 일군 ‘거대한 진전’으로 평가된다.

박근혜 대통령이 1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14 세계수학자대회’ 개막식에서 수상자 등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마틴 헤어러 영국 워릭대 교수, 만줄 바르가바 미국 프린스턴대 석좌교수, 박 대통령, 마리암 마르자카니 미 스탠퍼드대 교수, 잉그리드 도비시 국제수학연맹 회장, 아르투르 아빌라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소 수석연구원.
청와대사진기자단
이란 출신의 미르자카니 교수는 기하학의 대가로 꼽힌다. 이 분야 난제인 ‘모듈라이 공간’을 새롭게 해석해 우주의 정확한 모양과 부피를 파악할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한 점이 높이 평가됐다. 그는 시상식 직후 기자회견에서 수학을 배우는 데 가장 중요한 자질로 ‘자신감’을 꼽았다. 미르자카니 교수는 “10대 때 수학을 공부할 때 중요한 것은 재능이 아니라 ‘내가 재능있다’고 느끼는 것”이라며 “대부분 창조적인 생각을 할 수 있는 재능이 있으니 이를 발현할 자신감을 불어넣는 게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브라질이 낳은 수학 천재인 아빌라 연구원은 2001년 현지 국립순수응용수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동력학계에서 획기적인 연구성과를 낸 그는 통합적이고 포괄적인 이론을 동원해 이 분야에서 오랫동안 풀리지 않던 난제를 풀었다. 그의 연구 성과는 물체의 장기적인 움직임을 예측하는 방법을 개발하는 데 중요한 토대라는 게 수학계 설명이다. 

바르가바 교수는 대수적 정수론 분야의 획기적인 발전을 이끌어 냈다. 덕분에 박사학위 2년 만인 2003년 29세로 프린스턴대 정교수에 임용돼 이 대학 역사상 두 번째로 젊은 교수가 됐다. 바르가바 교수는 혁신적인 방법론을 개발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그가 나타나기 전까지 19세기 초반 활동한 독일 수학자 카를 가우스 이후 200년 동안 3차 이상 다항식의 연산법칙이 존재하리라고는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다. 올해 40세로 수상 ‘막차’를 탔다. 그는 문제풀이 중심의 교육이 수학에 대한 흥미를 떨어뜨렸다고 지적했다. 바르가바 교수는 “(수학은) 단계별로 문제를 해결하는 게 아니라 발견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게 가르쳐야 한다”며 “더불어 질문을 하고 답을 찾는 재미가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헤어러 교수는 수학은 물론이고 과학계에서도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는 확률편미분방정식 연구에서 선구적인 역할을 했다. 이 분야에서 해결이 불가능해 보였던 문제들에 도전할 수 있는 새 이론을 창안해 연구 장애물을 뚫어내는 돌파구를 만들었다. 그는 “수학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극복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박 대통령은 개최국 국가원수가 직접 시상하는 대회 전통에 따라 이들 수상자에게 직접 메달을 수여했다.

한국 수학 교육의 문제점을 콕 집는 지적도 나왔다. 이번 대회를 주관하는 국제수학연맹(IMU)의 잉그리드 도비시 회장은 기자회견에 동석해 “국가별 수학성적 통계를 보면 한국 학생들의 점수가 아주 높은데, 이는 간접적인 지식에 불과하다”며 “미국처럼 호기심을 자극하고 자신감을 키워주는 풍토가 마련되지 않은 게 아닌가 싶다”고 전했다.

이날 ICM 초청으로 대중강연에 나선 수학자 출신 펀드매니저인 제임스 사이먼스 르네상스테크놀로지 명예회장은 “수학이 실용적이지 않다는 편견을 버리고 실생활에서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다는 점을 알아줬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남상훈·황계식 기자 cult@segye.com

◆ 필즈상이란=수학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상으로, 캐나다의 저명한 수학자 존 찰스 필즈를 기리고자 1936년 처음 시상됐다. 수상연도를 기준으로 40세 이하로 뛰어난 업적을 낸 수학자에게 주어지는데, 이번 대회 이전까지 52명이 영광을 안았다. 노벨상과 달리 시상식 당시 살아있어야만 받을 수 있다. 대회마다 1∼4개가 수여되는데, 근래 들어 4명 시상의 전통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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