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대 여성 B씨는 2010년 말 탑승한 택시 사고로 코뼈가 부러졌지만 단 한 번도 택시공제조합 측으로부터 제대로 된 안내나 보상협의를 받지 못했다. B씨는 “전화를 걸 때마다 바뀐 사고담당자는 갈수록 ‘배 째라’ 식이었고 민사합의 시효인 2년이 지나면 합의금을 받지 못한다는 안내도 없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14일 정부와 보험업계 등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민원과의 전쟁’을 선포, 보험 민원을 줄이고 있지만 정작 대중교통 이용자인 서민과 직결된 자동차공제조합 관련 민원은 폭증하고 있다.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금융감독원 산하로 공제조합 감독권을 옮겨야 한다는 지적이 수년 전부터 제기됐으나 실행되지 않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2003년 보험업법 개정 당시 공제조합 감독권 일원화를 법제화하려다 택시 및 버스 조합원들의 실력행사로 무산된 후 다시 논의된 바 없다”고 말했다.
자동차공제조합은 자가용 운전자를 대리하는 손해보험사와의 분쟁도 많다. 지난해 4016건의 분쟁 중 절대 다수인 3316건이 보험사가 공제협회를 대상으로 제기한 것이다. 올 3월까지도 이미 1111건의 분쟁이 발생했는데 역시 보험사가 공제협회를 대상으로 제기한 분쟁이 925건이다.
여느 보험사도 있게 마련인 분쟁·민원이 공제협회에서 더 심각한 것은 독특한 구조 때문이다. 보험사는 경쟁체제에서 고객 확보 때문에 소비자 민원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금융당국도 보험사들에 민원 해소를 제1과제로 삼을 것을 압박하고 있다. 반면 공제조합은 사실상 독과점 체제여서 민원에 큰 신경을 쓸 필요가 없다. 이를 챙겨야 할 국토교통부는 단 두 명이 공제조합 관리 업무를 맡아 손이 부족하다.
국토부도 고민이다. 지난해 ‘자동차공제 제도 개선 방안’ 연구를 공모하면서 “자동차공제의 손보사 대비 가격경쟁력, 공제가입률은 높은 편이나 전문성, 서비스마인드 부족 등으로 민원이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2009년에도 같은 맥락에서 “자동차공제 선진화를 추진하겠다”며 매년 서비스 및 경영평가 실시, 야간 및 휴일 상시사고접수 출동체계 구축을 약속했으나 어느 하나 지켜진 게 없다.
속 터지는 건 서민이다. 피자배달원으로 일하던 윤모(61)씨는 지난해 초 택시에 다쳐 1년간 입·통원 치료를 받았다. 일하지 못한 데 따른 소득 보상이 필요했지만 택시공제조합은 “60세 이상은 휴업 손해액을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보험사라면 60세 이상이더라도 소득 손실이 증명되면 사고 이전 소득의 80% 선에서 보상을 해준다. 윤씨는 “피자집에 고용돼 일을 하다가 몸을 다치고 소득도 사라졌는데 아무런 보상을 받지 못했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금융소비자연맹 오중근 본부장은 “금융당국이 보험사에 시정을 요구하는 사안을 국토교통부는 인정하지 않는 일이 많다. 합리적이고 체계화된 감독기구 통일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박성준·정진수 기자 alex@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