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종북세력 실체 드러날 수도”
네티즌 2130개 계정 종북인사 딱지
‘죄수번호’ 붙여 개인정보 마구 유출 국제 해커조직 ‘어나니머스(anonymous)’가 해킹을 통해 확보한 북한의 대남 선전사이트 ‘우리민족끼리’의 가입자 명단을 공개하면서 명단에 올라 있는 인사들에 대한 사법처리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인터넷상에서는 회원 명단을 토대로 가입자들의 개인정보가 무차별적으로 공개돼 파장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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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수사대 본격 가동 경찰이 북한 대남 선전사이트 ‘우리민족끼리’에 가입한 국내 이용자 수사에 착수한 가운데 5일 서울 미근동 경찰청 보안사이버수사대 문이 굳게 닫혀 있다. 연합뉴스 |
5일 사정기관에 따르면 우리민족끼리에 가입한 것만으로는 국가보안법 적용 대상으로 단정지을 수 없다는 게 일반적인 견해다.
검찰 관계자는 “우리민족끼리 사이트 자체가 이적단체라고 볼 수는 없다”며 “어떤 목적으로 가입해 실제 활동을 했는지 등 사실관계를 확인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사법처리가 ‘이적활동 여부’와 ‘가입 경로’ 등에 달려 있다는 뜻이다.
국가정보원 관계자는 “수사 내용에 따라서는 종북 세력의 실체가 드러날 수도 있을 것”이라며 “이들 중 대부분은 1980년대 대학 운동권 출신으로 주체사상을 여전히 신봉하는 경우로 보이나 일부 심각한 사례가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적표현 글을 올리거나 사이트의 이적성 문건을 내려받아 배포하는 등의 행위를 했을 경우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과거에도 우리민족끼리의 게시글을 내려받아 보관·배포한 사람들은 국보법 위반 혐의로 처벌받은 사례가 있다. 검찰은 회원들의 사이트 가입이 자유의사에 따른 것인지 집단적 목적 때문인지도 고려할 것으로 알려졌다.
사법처리 검토에 앞서 해커들이 불법 수집한 자료를 수사에 활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판단도 필요하다. 해커들이 명단을 입수한 행위 자체가 정보통신망법 위반이기 때문이다. 수사기관에서는 적법한 임의제공 절차나 압수수색 등을 거친 자료만 증거능력을 인정받는다. 수사에 한계가 있을 수도 있다. 회원들의 이적 활동 여부를 확인하려면 사이트 서버를 압수수색해 자료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한데 우리민족끼리의 서버가 국내에 없기 때문이다.
◆무분별한 ‘신상 털기’ 논란
우리민족끼리의 회원 명단이 공개된 전날부터 인터넷에서는 회원 명단에 올라 있는 사람들의 개인정보 유출이 이어지고 있다.
인터넷 커뮤니티 ‘일간베스트 저장소(일베)’에서는 ‘죄수번호 ○○○’이라는 말머리를 단 글이 끊임없이 올라왔다. 죄수번호는 어나니머스가 공개한 회원 명단의 순서를 뜻한다.
일베 회원들은 명단에 올라 있는 인사들의 과거 이력이나 전화번호, 사진 등을 무차별적으로 올리고 있다. 이들이 개인정보를 공개한 사람들 가운데에는 언론인, 전국교직원노동조합 회원, 대학 교수, 통합진보당 당원 등이 포함돼 있다. 일베 회원들은 명단에 있는 사람들을 ‘간첩’이라 부르며 국정원 홈페이지를 통해 수집한 개인정보까지 첨부해 신고하고 있다. 일베 회원들은 한국 국적 계정이 2130개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이 명단은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을 통해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 사이트 가입은 물론 이적활동 여부도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명단에 있는 인사들을 무분별하게 ‘종북 인사’로 몰아가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민주통합당 김현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사정당국이 해당 사이트에 가입했다는 사실만으로 국가보안법을 적용하는 것은 현 상황을 신매카시즘으로 몰고 가려는 의도로 보인다”며 우려를 표했다.
통합진보당 황순규 대구시당위원장은 자신을 회원으로 지목한 누리꾼에 대해 허위사실 유포 및 명예훼손 혐의로 대구 동구경찰서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어나니머스는 ‘익명의(anonymous)’라는 뜻으로, 정체나 조직 규모가 알려지지 않고 있으나 굵직한 해킹사건으로 상당한 국제적 주목을 받고 있다. 이들은 해킹의 목적으로 인터넷 검열 반대와 표현의 자유, 정의 등을 내세우고 있다. 지난해 미국 주간지 ‘타임’이 뽑은 ‘올해의 영향력 있는 인물 100명’에 선정되기도 했다.
유태영·이희경·오현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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