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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징벌적 판다 외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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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12-16 22:49:49 수정 : 2025-12-16 22:49:48
김기동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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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당시 추이톈카이(崔天凱) 주미 중국대사는 워싱턴포스트 칼럼에 “중국은 두 명의 대사가 있습니다. 저와 워싱턴 국립공원에 있는 판다입니다”라는 글을 썼다. 판다 외교에 대한 자부심이 묻어난다. 중국 쓰촨(四川)성 등 중남부에 서식하는 판다는 귀엽고 사랑스러운 외모로 세계 각국에서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중국의 고유종인 판다는 급격한 산업화를 겪으면서 1970년대에는 1000여마리까지 줄었다가 현재는 2000여마리까지 늘어났다.

1941년 장제스(蔣介石) 국민당 정부가 난민 구제에 대한 감사의 뜻으로 미국에 판다를 보낸 게 ‘판다 외교’의 시작이라는 설이 있다. 하지만 공식 외교의 첫 사례는 1946년 중국 정부가 영국 정부에 판다 1마리를 선물한 것이 꼽힌다. 판다가 향한 곳을 보면 중국 외교의 지향점을 알 수 있다는 얘기도 있다. 1950∼1960년대에 혈맹인 러시아(소련)와 북한을 제외하고는 판다가 해외로 간 사례는 없다. 북한은 1965년 이후 판다를 무려 5마리나 받았다. 이후 ‘죽의 장막’을 걷어내고 개혁·개방 기조에 맞춰 일본(1972년), 프랑스(1973년), 영국(1974년)과 국교를 맺을 때도 판다가 등장했다.

희귀 동물을 다른 나라에 팔거나 기증할 수 없게 한 워싱턴 조약이 발효되면서 1983년부터는 증정 대신 임대로 바뀌었다. 학술적 목적으로 10년간 대여한다. 판다 한 마리당 1000만달러를 지불하고, 별도로 연간 평균 50만달러의 임대료가 붙는다. 물론 해외에서 태어난 모든 판다 역시 중국 소유다. 2016년 한국에 온 러바오와 아이바오가 낳은 판다 푸바오가 번식기에 맞춰 중국으로 돌아간 것도 이 때문이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대만 유사시 개입’ 발언으로 중·일 관계가 악화하며 일본에 마지막 남은 쌍둥이 판다 ‘샤오샤오’ ‘레이레이’가 다음 달 중국에 반환된다고 한다. 일본은 중·일 수교 이후 54년 만에 ‘제로 판다’가 된다. 아사히신문은 “일본이 새로운 판다 대여를 중국에 요구해 왔지만, 실현 전망은 불투명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외교 관계가 악화하면 임대 기간을 연장해 주지 않는 ‘징벌적 판다 외교’가 민간 외교 사절의 취지를 퇴색시킨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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