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부적절 운용문제 불거져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계기로 정부 기관들의 특정업무경비(특경비)가 또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특경비는 그간 힘있는 권력기관들이 ‘주머닛돈이 쌈짓돈’ 식으로 공사 구분없이 사용해 왔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특경비는 보안을 목적으로 영수증 없이 사용해 온 특수활동비의 투명성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 새로 만들어진 예산이다. 따라서 사용 증빙이 필수인 데도 국회 이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권력기관들이 이 돈을 영수증도 첨부하지 않은 채 제멋대로 사용해 온 실태가 드러났다.

문제의 특경비는 “각 기관 수사·감사·예산·조사 등에 소요되는 실비 지급용 경비”라는 취지답게 주로 권력기관이 갖다 쓴다.
기획재정부가 매년 각 부처에 내려주는 특경비 사용지침은 명확하다. 원칙은 목적에 맞게 경비를 쓴 후 그 명세를 영수증과 함께 제출하면 실비를 지급하는 것이다. 소액 및 영수증 첨부가 어려운 경우에는 구체적 지출 내용을 기록하면 감독자는 이를 확인하는 것으로 허용했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실비 지급은 드물다. 경상비용을 이유로 특정 직책자에게 월 ○○만원 식으로 정액 지급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때문에 기재부는 ‘월 정액 지급은 30만원을 넘어서는 안 된다’고 선을 그어놨다. 그런데도 헌법재판소는 다달이 수백만원을 헌법재판관에게 정액 지급해온 것이다.
국회와 감사원 등은 매년 주요 부처 감사 등에서 특경비 오용 문제를 지적하고 있으나 권력기관은 이를 무시하고 있다. 2010년에도 행정안전부, 산림청, 환경부 등이 제멋대로 특경비를 사용해 오다 무더기로 적발됐다. 헌법재판소도 특경비 일부를 선물구입 비용으로 사용한 것이 문제가 됐다. 그해 감사원 국정감사에서 한나라당 이은재 의원은 “감사원이 2009년 대법원 감사에서 특경비가 업무추진비로 전용돼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지만 이 중 현금으로 지급된 55억여원은 어떤 부분에, 어떻게 사용했는지 끝까지 파악하지 못했다”며 “감사원 행태를 보면 법원과 같은 힘있는 기관은 제대로 감사하지 않고 힘없는 소수기관만 감사하는 것 같은 인상을 받는다”고 비판했다.
박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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