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죽음을 원하든 원치 않든, 이 세상을 등지고 떠나간 이들의 발자취는 쓸쓸하기만 하다. 곁에 있던 이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죽음 앞에 뒤늦은 후회와 자책을 하는 일 뿐이다.
최근 몇년 간 유명한 스타들의 사망 소식이 유난히 잦아들며 사회적으로 큰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 특히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유독 이어지자 자성과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배우 최진영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데 이어 배우 겸 가수 박용하와 모델 박혜상이 자살로 생을 마감했고, 올해에는 지난 23일 아나운서 송지선과 27일 가수 채동하가 자살로 숨져 충격을 안겨줬다.
'유리상자' 이세준은 트위터를 통해 "동하군이 하늘로 떠났군요. 우린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던 걸까요? 하지 않았던 걸까요? 과연 무엇을 할 수 있는 걸까요"라며 애통해했고, '원투'의 송호범은 "가수라는 직업이 너무 힘든 것 같네요. 잊혀지면 버려지는 기분, 너무 잘 알기에 가슴이 더 아프네요. 힘내라는 말 한마디 못해주고"라며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자살은 개인의 문제에만 그치지 않는다. 유명인의 자살이 있은 후에 유사한 방식으로 잇따라 자살이 일어나는 현상을 말하는 이른바 베르테르 효과(Werther effect)로 인해 큰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베르테르 효과는 18세기 독일 문호 괴테의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서 주인공 베르테르가 사랑을 이루지 못한 슬픔으로 자살을 선택한 데서 유래했다. 이 소설의 여파로 당시 유럽에서는 모방 자살이 번져 나갔다.
유명 연예인의 자살 소식에 한 네티즌은 "내가 좋아하는 연예인이 아니더라도 자살했다는 얘기를 처음 들을 때의 그 충격은 생각보다 크다"며 "살면서 죽고 싶은 생각을 한번도 안해본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늘 그렇듯 삶에는 굴곡이 있기 마련인데, 힘든 상황에 놓인 사람의 경우 연예인들의 자살 소식을 접하면 '저렇게 유명하고 명성을 얻은 사람도 삶을 포기하는데…'라며 맘 약한 생각을 하기 쉽다"라고 말했다.
유명 연예인들의 잇따른 자살은 연예계의 특수한 환경에 기인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우리 사회 자살률이 급격히 증가하는 추세를 반영하고 있다. 한 사회학자는 자살의 행위가 개인의 순수한 주관적 선택이라기 보다는 그 개인이 속한 특정 사회 공동체의 집합적 경향이 영향을 미친 결과라고 분석했다.
지난 1999년 사망원인 7위였던 자살은 2008년 4위를 차지했고, 매년 그 수가 증가하고 있다. 특히 젊은 층의 자살율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는데, 통계청에 따르면 10대와 20대, 30대의 사망원인 1위는 모두 자살이다. 자살예방협회 자료에 따르면, 1995년 인구 10만 명당 11.8명이던 자살 사망수가 2005년 26.1명으로 10년 동안 무려 2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국민건강위원회는 "자살로 인한 피해는 자살자뿐만 아니라 최소한 6명 이상의 주위 사람들에게 심리적, 정서적인 영향과 자살 위험을 전염시킬 수 있다"며 "이러한 심각한 자살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정신질환에 대한 사회적 편견 해소를 비롯한 국가 차원의 자살 예방 전략을 개발하여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정신과 전문의 천근아 씨는 트위터를 통해 "막연히 죽고싶다고 생각하는 것과 죽기 위해 행동을 실천하는 것은 매우 다르다. 막연히 죽고싶다는 생각을 하던 중에 유명인 자살 사건으로 인해 생각이 구체화되고 행동하는데 주저함이 약화된다"며 "자살 사건 보도가 매우 신중해야만 하는 이유다. 병원 응급실에서 여파를 실감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비단 연예계만 있는 일은 아니다. 최근 카이스트 학생 4명이 연이어 자살한데다 교수마저 자살을 택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한국자살예방협회는 자살 사건에 초점을 맞추기 보다는 자살로 인해 일어날 수 있는 부정적 결과, 자살을 극복할 수 있는 정보도 함께 전달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최근 출범한 생명사랑문화운동본부의 안종주·김훈수 공동대표는 "우리나라가 '자살'이라는 암울한 그림자에서 하루 빨리 벗어나고 국민들의 행복 지수가 높아지기 위해서는, 정부의 적극적인 예방 노력도 필요하지만 각계각층이 참여하는 생명의 소중함을 알리는 범국민적 운동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며 "전 국민이 생명의 소중함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고 생명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질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며 '생명 지키기' 캠페인의 동참을 호소했다.

/ 두정아 기자 violin8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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