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관계 악화 여전히 南탓
군사적 대비 강조… 위협 계속 정부는 남북 대결상태 해소를 강조한 북한의 ‘신년공동사설’에 대해 “좀 더 지켜봐야 한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신년공동사설을 북한의 분명한 태도 변화로 읽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통일부는 이날 신년공동사설을 분석한 자료를 통해 “남북관계 개선과 협력사업 등을 언급하며 대화 추진 의지를 표명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통일부는 “북측은 남북관계가 악화된 책임을 우리 측에 전가하면서 대북 정책 전환을 촉구하는 한편, 남남갈등 조장을 위한 선전·선동에 주력했다”고 강조했다.
이는 신년공동사설 중 “지난해 남조선 보수당국은 전쟁하수인, 반통일대결광신자로서의 본색을 여지없이 드러냈다”고 언급한 부분과 “첨예한 정세 속에서도 전쟁이 억제되고 일련의 인도주의적 사업이 진행된 것은 우리의 애국애족의 선군정치와 인내성 있는 노력의 결과”라고 자찬한 부분을 지적한 것이다.
통일부는 이어 “지난해 비핵화보다 우선적으로 강조했던 한반도 평화체제 관련 언급이 없다는 것이 주목할 점”이라며 “북미 적대관계 종식이나 대화협상 등의 구체적 언급이 없어진 점도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한 정부 당국자는 “북측이 공동사설에서 남북관계를 잘해보자는 뜻을 담았지만, 결국 ‘우리 식으로 하자’고 말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우리 측 남북관계 해법과는 거리가 있기 때문에 우리 정부가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정부는 천안함 폭침 사건과 연평도 포격 도발 등에 대해 북측에 책임 있는 사과와 후속조치를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북한이 공동사설에서 남북관계 악화의 책임을 남측에 떠넘기면서 대화를 촉구한 데 대해 진정성이 부족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다른 당국자는 사설에 드러난 대남 메시지에 대해 “평화공세라는 느낌이 강하다”면서 “우리가 말하는 진정성 있는 대화·협력을 하려면 북측이 해야 할 것이 있는데 그런 태도 변화가 없다”고 지적했다.
국방부의 한 고위 관계자 역시 “구체적인 것을 보기 전에 신년공동사설 하나로 북한의 태도 변화를 예단할 수 없다”면서 “진정성이 의심스럽다”고 밝혔다. 그는 “북측은 대결 상태 해소를 이야기하면서도 군사적 대비태세를 강조했다“면서 “(결국 남북관계 개선 주장은) 레토릭(수사)에 불과하며 신빙성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박병진·조수영 기자 delinew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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