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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기업에서 배운다] 글로벌 장수기업 '노하우' 살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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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0-02-01 13:18:58 수정 : 2010-02-01 13: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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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곧 자산” 아낌없는 인적 투자가 성공 비결
지속적 연구개발·노사 신뢰 등 4대 필수조건
급변하는 경영환경 대응위해 체질강화 필요
지난해 1월 다보스 포럼은 향후 100년이 지나도 명성과 탄탄함을 유지할 ‘올해의 글로벌 100대 지속가능 기업’을 발표했다. 이 100대 기업을 배출한 국가는 미국이 20개로 가장 많았고, 영국 19개, 일본 15개 순이었다. 한국 기업은 단 한 개도 선정되지 못했다. 선진국에 비해서 우리나라 자본주의 역사가 짧은 점을 감안하더라도 안타까운 일이다.

우리나라 기업들도 선진국 기업들처럼 200년, 300년 이상 가는 글로벌 장수기업이 되려면 어떤 경영 철학과 비전을 가져야 할까.

대한상공회의소는 최근 국내 상장기업 중 60년 이상 장수하고 있는 기업들의 요인을 조사·분석한 ‘장수기업에서 배우는 위기극복전략’이라는 보고서에서 장수기업의 특징과 장수기업으로 성장·발전할 방법을 모색했다.
◆국내 장수기업
=국내에는 200년 이상 장수기업은 없다. 100년 이상 지속된 장수기업은 ㈜두산과 동화약품 2개사만 존재한다. 대한상의가 한국신용평가정보 데이터베이스에 수록된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지속연수 60년 이상인 상장기업(2008년 말 기준)을 조사한 결과 모두 21개사에 불과했다. 국내 상장기업 중 50년 이상된 장수기업은 111개사로 제조업체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국내 100대 기업의 지속연수는 35.2년으로 상장기업 평균 연령인 36.6년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한국기업들의 매출액 자료가 존재하는 1965년을 기준으로 매출액 순위 100대 기업 중 80%가 넘는 기업들이 10년 후인 1975년 100대 기업 목록에서 사라졌다.

◆국내 기업 장수의 비결은=미국의 경영학자 톰 피터스의 저서 ‘초우량 기업을 찾아서’(1982년)에서 제시된 초우량 기업 46개 중 25년이 지난 현재까지 생존한 기업은 6개에 불과하다. 포천지 선정 글로벌 500대 기업의 평균수명은 40년에 불과하며, 일본과 유럽 기업은 이보다 더욱 짧은 13년에 그쳤다. 1900년에 상장한 회사 가운데 살아남은 회사는 미국의 GE 하나뿐이었다. 이처럼 기업의 생존연령은 믿기지 않을 정도로 짧으며, 생존 자체가 기업에는 큰 도전이다. 국내의 60년 이상 장수기업들은 어떻게 생존의 위기를 극복하며 장수의 길로 들어설 수 있었을까. 대한상의는 보고서에서 장수기업의 가장 중요한 위기극복 요인으로 ▲지속적인 연구개발 투자 ▲핵심경쟁력 중심의 사업구조조정 ▲최고경영자의 위기관리 능력 ▲신뢰 있는 노사관계를 들었다.

구체적으로 보자면 국내 장수기업들도 연구개발에 지속적으로 투자해온 것으로 조사됐다. 국내 60년 이상 장수기업 중 연구개발 투자 국내 최상위 상장기업의 명성을 지켜온 한국타이어는 단기 실적 위주의 경영을 지양하고, 연구 기술 부문의 지속적인 혁신을 통해 제품 개발 경쟁력을 확보해 나가고 있으며, 고부가가치 타이어 시장을 공략할 핵심 주력제품에 회사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국내 장수기업들은 핵심 경쟁력 중심의 사업구조조정을 통해 위기에 대처하고, 성장의 발판을 마련했다. 두산은 외환위기 전인 1995년 1차 구조조정을 통해 소비재 계열사를 매각해 자금을 마련하고, 외환위기 이후 싼값에 한국중공업(현 두산중공업)과 대우종합기계(현 두산인프라코어) 등을 인수해 사업 포트폴리오를 전면 개편했다.

다음으로 장수기업들은 위기관리의 총책임자인 최고경영자들이 성장과 혁신을 위한 신사업에 진출해 위기에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등 탁월한 리더십을 보인 것으로 조사됐다.

국내 장수기업들의 마지막 특징은 신뢰 있는 노사관계였다. 국내 60년 이상 장수기업의 노사관계를 파악하기 위해 노사 분류 현황을 살펴본 결과 일정기간 동안 노사분규가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이트홀딩스, 삼양사, 성창기업, 유한양행 등 대부분의 기업이 노동조합 설립 후 단 한 차례의 노사분규도 발생하지 않았다. 이는 노사 간의 지속적인 대화를 통한 정보공개, 임직원이 가족처럼 지내는 문화, 노사 간의 약속 이행 등에 따른 오랜 신뢰감 형성을 통해 가능했던 것으로 보인다.

◆200년, 300년 기업이 되려면=대한상의 지속가능경영원 위은실 선임연구원은 “기업들이 200년, 300년 이상 생존하고 성장 발전하려면 체계적인 인적자원 프로그램과 지속적인 투자, 기업환경에 대응한 체질 강화, 기업가치 사슬 간의 연계 및 네트워크 강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세계적 컨설팅 업체인 액센추어는 노키아, 제너널일렉트릭(GE) 등 창립 50년이 넘는 14개 장수기업의 ‘성공 DNA’ 가운데 공통적인 것 중의 하나는 인재에 대한 아낌 없는 투자였음을 강조했다. 위 연구원은 “국내 60년 이상 장수기업들의 인재 육성 정책과 관련한 특징은 크게 보이지 않았다”며 “인적 자원은 한시적으로 투자해서 성과를 보기 어려우며 장기 계획과 지속적인 투자가 기반이 되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음으로 기업이 장수하기 위해서는 내부 및 외부의 크고 작은 위기를 극복해야 하며 지금 기업들이 직면하고 있는 불황과 같은 환경 변화가 주기적으로 찾아올 수 있음을 망각해서는 안 된다. 이러한 위기를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따라 기업의 생존이 결정된다.

200년 이상 장수해온 기업인 듀퐁을 이끌고 있는 할리데이 회장은 ‘혁신 루틴(일상, 습관)’을 자신들의 장수비결로 꼽는다. 일시적인 경쟁 우위의 전략에 의해서가 아니라 지속적으로 혁신하는 루틴을 갖추었기 때문에 장수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국내 기업들도 수백년 이상 장수기업으로 성장 발전하기 위해서는 변화하는 경영 환경에 대응할 수 있는 체질 강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위 연구원은 기업이 장수하기 위해서는 협력사와의 신뢰 구축을 통해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동반성장을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성일 기자 hongs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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