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 계속 커질땐 제재·도발 악순환 될 수도 북한이 지난 3일 우라늄 농축 성공 등을 발표한 것은 계속되는 대북 제재 흐름을 바꿔 보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최근 들어 전방위로 평화공세를 폈음에도 미국 등이 뜨뜻미지근한 반응을 보이자 ‘경고장’을 보낸 셈이다. 즉 앞으로도 화해모드를 유지하겠지만 제재 국면에 마냥 당하지는 않겠다는 의지를 강조한 셈이다.
◆북 “빨리 대화하자”=북한이 이번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의장에게 보낸 편지는 대화에 무게가 실렸다는 평가다. 최근 유화 제스처를 뒤집는 추가적인 도발이라기보다 양자대화에 소극적인 미국을 압박하는 성격이 짙다는 분석이다.
우선 이번 내용은 지난 6월13일 외무성 성명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당시 북한은 안보리 결의 1874호 채택을 비난하며 우라늄 농축작업 착수, 플루토늄 전량 무기화 등을 공언했다. 정부 당국자는 “새로운 내용이 없고 지난번 외무성 성명을 업데이트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발표의 무게감도 떨어진다. 지난번은 외무성 성명으로 급이 높았지만 이번엔 안보리 제재위원회의 서한에 대한 답신 형태다.
결국 북한은 대화 의지를 밝히되 여전히 핵카드가 살아 있음을 강조해 자신에 유리한 대화 국면을 만들겠다는 의도를 드러냈다. 발표 시기도 스티븐 보즈워스 미국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아시아 순방기간(3∼8일)에 맞췄다.
여기서 눈에 띄는 건 6자회담 관련 대목이다. 북한은 회담 자체가 아니라 지금처럼 자신이 일방적으로 불리한 구도의 6자회담을 반대한다는 기조다. 다시 말해 핵군축 등 새로운 의제가 들어가거나 북미 양자대화가 용인되는 형식의 6자회담이면 얼마든지 참여하겠다는 입장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 교수는 4일 “북한은 ‘대화 준비가 다 돼 있는데 미국이 계속 빙빙 돌면 핵억지력 강화로 갈 수밖에 없다’는 것 같다”며 “북미 접촉이 빨라질수록 비핵화도 빨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제재vs도발’ 계속될 수도=그러나 향후 전망은 불투명하다. 북한은 우라늄을 다시 부각시켜 미국을 자극했기 때문이다. 미국은 우라늄 문제를 예민하게 받아들인다. 우라늄 농축 성공은 북핵의 외연이 그만큼 넓어진 걸 의미한다. 기존 플루토늄 핵무기와 장거리미사일 외에 비핵화의 한 축이 더 늘어났다.
판이 커진 만큼 협상은 더 어려워지고 기존 제재의 강도가 한층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장용석 평화문제연구소 연구실장은 “제재가 강화될수록 북한이 자위적 조치를 할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되면 북한은 언급한 대로 “또 다른 자위적인 강경대응 조치”를 꺼내들 수 있다. 일각에선 가동을 중단했던 영변의 5㎿ 원자로 복구,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3차 핵실험 등을 꼽는다. 결국 제재와 추가 도발이 악순환되는 최악의 위기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 셈이다.
이성대 기자 karisna@segye.com
■ 북한이 유엔 안보리 의장에게 보낸 편지 내용
유엔 안보리가 지난 8월25일에 진행된 남조선 위성발사를 침묵으로 대한 것처럼 애초에 우리의 평화적 위성발사를 문제시하지 않았더라면 2차 핵시험과 같은 우리의 강경대응도 유발되지 않았을 것이다. 유엔 안보리가 한 유엔 성원국의 응당한 권리를 침해한 데 대해 사죄하는 대신 오히려 우리의 자위적 조치를 걸고 적반하장격으로 만들어낸 ‘제재결의’를 우리가 인정하리라고 생각했다면 그것은 오산이다. 조선반도의 비핵화는 철두철미 미국의 대조선 핵정책과 밀접히 연관되어 있다. 폐연료봉의 재처리가 마감단계에서 마무리되고 있으며, 추출된 플루토늄이 무기화되고 있다. 우라늄 농축시험이 성공적으로 진행되어 결속단계에 들어섰다. 우리는 대화에도 제재에도 다 대처할 수 있게 준비되어 있다.
유엔 안보리가 지난 8월25일에 진행된 남조선 위성발사를 침묵으로 대한 것처럼 애초에 우리의 평화적 위성발사를 문제시하지 않았더라면 2차 핵시험과 같은 우리의 강경대응도 유발되지 않았을 것이다. 유엔 안보리가 한 유엔 성원국의 응당한 권리를 침해한 데 대해 사죄하는 대신 오히려 우리의 자위적 조치를 걸고 적반하장격으로 만들어낸 ‘제재결의’를 우리가 인정하리라고 생각했다면 그것은 오산이다. 조선반도의 비핵화는 철두철미 미국의 대조선 핵정책과 밀접히 연관되어 있다. 폐연료봉의 재처리가 마감단계에서 마무리되고 있으며, 추출된 플루토늄이 무기화되고 있다. 우라늄 농축시험이 성공적으로 진행되어 결속단계에 들어섰다. 우리는 대화에도 제재에도 다 대처할 수 있게 준비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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