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장 판사들 “안일한 결정” 반발… 진통 불가피

이용훈 대법원장이 13일 ‘촛불재판 개입 논란’과 관련해 신영철 대법관을 불러 유감을 표명한 뒤 ‘엄중 경고’ 조치했다. 이 대법원장이 대법원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주의 또는 경고 조치’ 결정을 받아들인 것이다. 이로써 대법원이 법적으로 신 대법관에게 책임을 묻는 절차는 모두 끝났다.
이 대법원장의 경고조치는 윤리위 결정이 지나치게 안일하다고 보는 소장 판사들의 반발을 잠재우기에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결국 모든 공은 신 대법관에게 넘어간 셈인데, 그는 입장 표명에서 심려를 끼친 데 대해 사과하면서도 사퇴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14일 열리는 서울중앙지법 단독판사회의 등 소장 판사들의 대응이 이번 사태의 최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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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 재판’ 개입 논란을 빚은 신영철 대법관에 대한 대법원 공직자윤리위원회 결정에 소장 판사 반발이 확산되는 가운데 13일 오전 이용훈 대법원장이 굳은 표정으로 서울 서초동 대법원 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전신 인턴기자 |
대법원장이 재판 개입 문제를 놓고 대법관에게 엄중 경고 조치한 것은 이례적이다. 대법원은 입장문에서 “법원에 대한 국민 신뢰가 손상되고, 법관들 마음에 큰 상처를 줬다”며 신 대법관의 부적절한 행위를 분명히 지적했다. 일각에선 이런 이 대법원장의 조치가 신 대법관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라는 무언의 압박이라는 견해도 있다.
◆법원 내 갈등 불가피=판사들 사이에서는 신 대법관이 스스로 거취를 결정해야 한다는 ‘자진사퇴론’과 더 이상의 혼란은 없어야 한다는 ‘사태수습론’이 팽팽하게 맞서 내부 진통을 예고하고 있다. 또 일부 동정론도 부상해 사태 방향이 예측하기 어려운 형국으로 번지고 있다.
소장 판사들은 신 대법관 자진사퇴가 사태 봉합과 사법개혁의 출발점이라는 입장이다. 이 대법원장의 미온적 결정이 사태를 더욱 키운다는 것이다. 14일 서울중앙지법 단독판사회의에서 소장 판사들이 성명 발표 등 집단 움직임을 보이고 전국 법원으로 확산되면 사법파동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이날 신 대법관이 올린 글에 판사들의 비판 댓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이에 맞서 일부 부장판사들은 소장 판사들의 반발을 비판하고 있다. 이들은 이번 사태가 촛불시위자를 재판에 넘긴 자체를 문제 삼는 일부 진보 성향의 판사들에게서 촉발됐다고 보고 있다. 또 신 대법관의 글이 올라온 직후 동정론이 일부 부상하면서 강경 모드가 다소 수그러드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정진경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는 “징계로는 정직도 힘들 사안으로 대법관을 사퇴시킨다면 헌법상 보장된 법관의 신분 보장은 휴지 조각이 될 것”이라며 ‘자진사퇴론’을 비판했다.
이우승·김정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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